절약·환경보호·예술까지 하는 헌 옷 리폼 인기 유튜버 모녀

유튜버 '신의손이선생' 이에디나·양재빈 모녀가 직접 리폼한 원피스를 입고 지난 4일 창원 마산합포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정종엽 기자

창원 마산합포구에 사는 이에디나(52), 양재빈(29) 씨 모녀는 헌 옷을 새로운 옷으로 탈바꿈시키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그들은 2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로 자리매김했다. 그들의 목표는 헌 옷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버리고 싶거나 방치된 옷들을 누구나 쉽게 다시 고쳐 입을 수 있도록 알려주고 있다.

작업실은 재봉틀, 가위, 실, 그리고 낡은 옷들로 가득 차 있다. 유튜브 촬영 장비도 준비돼 있다. 이 씨는 옷 제작을, 양 씨는 옷 디자인과 영상 편집, 모델 역할을 맡는다.

◇헌 옷을 새 옷처럼 만드는 작업 = 모녀는 구제시장에서 오래된 청바지나 면 티셔츠 같은 헌 옷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다. 그런 다음 옷을 길이와 품에 맞게 변형시키고, 찢어진 부분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새롭게 재탄생시킨다.

지난 4일 창원 마산합포구 '신의손이선생' 작업실에서 만난 그들은 구제시장에서 5000원에 산 작은 청바지를 치마로 만들고 있었다. 이 씨는 과감하게 청바지를 반으로 자르고 남은 원단으로 벌어진 틈을 연결하더니 재봉틀 작업 몇 번으로 10분 만에 작업을 마쳤다.

청치마를 양 씨가 입었고 이 씨는 딸을 모델로 화보를 찍듯 사진을 촬영했다. 이 모든 과정은 양 씨가 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다.

시작은 엄마 재능을 알아본 딸의 제안이었다. 이 씨는 20년 전 리폼 강사를 했고 공예예술대전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자였다. 엄마 재능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양 씨는 2020년 1월 시험 삼아 영상을 올렸다. 당시 영상이 조회 수 5만 회를 넘기면서 협업이 시작됐다.

코로나19 당시 발생한 마스크 대란은 모녀에게 새로운 동기를 줬다. 가톨릭 신자였던 모녀는 성당의 제안을 받아 마스크를 제작해 재외 교포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재능이 사회적으로 도움일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모녀는 유튜브 영상 제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의손이선생' 채널은 큰 인기를 끌었고 구독자 수는 가파르게 늘었다. 현재 '신의손이선생' 채널에는 500여 개 영상이 있고 누적 조회 수는 7억 회가 넘는다.

지난 4일 창원 마산합포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청바지를 리폼한 치마를 입고 유튜브 촬영을 하는 모녀. /정종엽 기자

◇절약에서 철학이 된 리폼 = 20년 전 이 씨의 가족은 가난했다. 그는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절약하고자 아무리 헤지고 낡은 옷이라도 다시 고쳐 입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예쁘고 좋은 옷을 입히고 싶은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씨는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 옷"이라며 "옷을 너무 안 좋게 입으면 아이들이 무시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옷을 아끼고, 고쳐 입는 게 일상이 됐고 자연스레 아이들에게도 엄마의 철학이 스며들었다.

이런 이 씨의 철학은 버려진 옷들이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서 더 확고해졌다.

그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버려진 옷들을 보면서 옷이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청바지 하나 만드는 데 4인 가족이 일주일 동안 먹는 양의 물을 낭비하고 옷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가는데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양 씨는 "보통 옷을 잘못 샀을 때 반품 배송비나 수선비 걱정에 옷을 그냥 버리거나 방치한다. 기본적으로 길이나 품 같은 걸 줄일 방법을 아는 게 좋다"며 "옷으로 지출하는 내역을 보면 현실적으로 더 와 닿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성공 비결은? = 이들의 리폼 작품은 예술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모녀는 리폼으로 평범한 옷을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이 씨는 "구독자 댓글 중 '옷이 예술'이라는 내용이 많다"며 "사람들이 그냥 고친 옷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 보기에 채널이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녀는 리폼한 옷들은 평상시 입고 다니거나 지인들에게 나누어 준다. 또 <누구나 신의 손이 되는 쉬운 리폼>이라는 책을 내 판매 수익금을 수산종자 방류사업과 지역 복지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모녀는 최종적으로 '리폼 환경 학교'를 만드는 게 목표다.

"개인마다 옷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폼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이에디나 씨)

"우리가 습관적으로 버리는 옷들이 환경을 얼마나 오염시키고 있는지 모두에게 자극이 필요한 시점입니다."(양재빈 씨)

/정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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