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손해율 '쇼크'…"보험료 인상" 요구에 당국은 관망, 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상일 IC 인근 /사진=박준한 기자

손해보험 업계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사실상 관망하는 모습이다. 업계의 손익 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손보사들은 "누적된 보험료 인하와 손해율 급등으로 더 이상 현 수준의 요율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23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자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상품인 만큼 보험료 조정 과정에서 당국의 영향력이 큰 부문으로 꼽힌다. 당국은 물가 안정과 소비자 부담을 이유로 보험료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반면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을 웃도는 상황이 지속하면서 업계의 인상 요구도 한층 커지는 양상이다.

실제 최근 집계된 손해율 지표는 보험사의 부담이 얼마나 큰지 나타낸다.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주요 손보사의 9월 기준 손해율은 일제히 90%를 넘어섰다. 9월은 연중 손해율이 가장 높은 달로 꼽힌다.

해당 기간 손해율은 삼성화재 92.7%, DB손해보험 95.2% 등으로 치솟았고, 현대해상 94.1%, KB손해보험 94.8%를 각각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도 89.6%로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80%대를 넘어섰다. 5대 대형 손보사 모두 같은 처지인 셈이다.

이른바 9월의 쇼크가 재현된 것인데, 이 기간은 가을 행락철과 명절 이동 수요가 겹치며 사고가 집중된 영향이다. 달이 바뀌며 손해율은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 10월 기준 손해율은 삼성화재 87.9%, DB손해보험 85.8%, 현대해상 86.3%, KB손해보험 89.7%, 메리츠화재 88.6% 등을 기록했다.

/데이터 제공=손해보험협회, 그래픽=박준한 기자

누적 기준에서도 손보사들의 토로는 이어진다. 1~10월 누적 손해율은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이 각각 86.0%, KB손해보험 85.8%, DB손해보험 84.8%, 메리츠화재 84.7%로 나타났다. 업계가 보는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인 80%대를 상당 폭 상회하는 수치다.

보험연구원도 이 같은 실정을 놓고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를 구조적인 문제"라며 "보험료 인하 효과가 누적되는 가운데 차량 수리비와 정비요금, 손해배상 비용 상승이 이어지며 손해율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특히 사고 건수 자체보다 사고 한 건당 지급되는 보험금 증가, 이른바 사고심도 확대가 손해율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보험료 정상화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9월처럼 손해율이 90%를 넘는 달이 반복되면 현재 요율 구조로는 감내하기 어렵다"며 "누적 인하 효과와 원가 상승을 반영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의 관망세가 이어지는 만큼 내년도 자동차보험료를 둘러싼 업계와 당국 간 힘겨루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다른 관계자는 "손익 지표만 놓고 보면 요율 조정 필요성이 커졌지만 물가와 직결되는 상품인 만큼 당국이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보험료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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