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의 밝은 빛이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
- 야간 평균 조도와 알츠하이머 유병률 대조 연구
- 직접적 연관성은 속단할 수 없지만, ‘수면 부족’에 영향은 분명
도시의 밤은 밝다. 대도시일수록 멀리서 바라보는 야경은 그야말로 ‘절경’이며, 가까이 다가가면 곳곳에서 화려한 불빛이 번쩍인다. 야경은 감성적으로 보면 아름답다. 이성적으로 보면 눈부신 발전의 결과물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뇌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쉽게 떠올리기 힘들 것이다.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 인 뉴로사이언스(Frontiers in Neuroscience)」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야간의 ‘빛 공해’에 노출되는 것이 알츠하이머 연구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러시 대학 메디컬 센터의 로빈 보이트 주왈라 박사는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유병률과 야간 빛 노출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으며, 특히 65세 이하인 경우 더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야간 조도와 알츠하이머 유병률 대조
연구팀은 위성 데이터를 통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에서 야간 평균 조도가 어땠는지를 확인했다. 그들은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 48개 주를 대상으로 야간 평균 조도에 따라 순위를 매겼다. 또한, 밝기에 따라 48개 주를 총 다섯 개 그룹으로 나눴다.
또한, 연구팀은 메디케어 데이터를 수집해 각각의 주에서 알츠하이머 유병률이 어땠는지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가장 어두운 주’와 ‘가장 밝은 주’의 유병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야간에 얼마나 밝은 빛에 노출되는지가 알츠하이머 유병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연령대, 성별에 상관 없이 공통으로 나타났다. 다만, 65세를 기준으로 그 이상에 해당하는 고령층은 고혈압, 당뇨, 뇌졸중과 같은 질환이 알츠하이머와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그 다음으로 야간 빛 노출이었다. 반면, 65세 이하의 모든 연령대에서는 야간 빛 노출이 알츠하이머 유병률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구의 한계점, 속단할 수는 없다
물론, 이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이는 연구팀 본인들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우선 알츠하이머의 ‘유병률’은 조사했지만, 실제 ‘발병률’은 조사하지 않았다. 즉, 그 이전부터 야간 빛 노출과 무관하게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던 사람이 있을 경우도 통계에 포함됐다는 의미다.
또한, 실내 조명에 관한 데이터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다. 실제로 야간에는 집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 TV 등을 이용하는 사람의 비율도 무척 높다. 위성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야간의 빛은 대부분 실외 조명일 것이므로, 이 부분을 고려하면 ‘밝은 조명이 문제’라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알츠하이머 위험 요소, ‘잠’이 중요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연구원 니키 앤 윌슨 박사는 해당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의견을 밝혔다. 그녀는 미국 건강전문 미디어 ‘메디컬뉴스 투데이’를 통해 ‘야간 조명이 실제 알츠하이머의 위험 요인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녀는 ‘잠(수면)이 더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야간의 밝은 빛이 수면을 방해함으로써 알츠하이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윌슨 박사 역시 이것이 뇌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잘 자는 것은 알츠하이머 유발 인자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만약 어떤 이유로 수면에 방해를 받는다면, 우리 뇌는 이 유해한 단백질을 제거하는 능력이 저하되며, 그로 인해 다양한 위험 요인에 노출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정확한 위험 요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약 67만5천 명이다. 이중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대략 60~70%로 추정되며, 약 40만~47만 명 가량이 알츠하이머 환자로 추정된다는 의미다.
알츠하이머의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노화에 따른 뇌의 구조적 변화에 유전 및 생활습관, 건강상태 및 환경적 요인 등 복합적인 원인들이 더해져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많은 건강 관련 인자를 모두 바꾸거나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 운동 및 두뇌활동 부족, 수면 부족, 식단 문제 등 알츠하이머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요인들은 의지와 노력 여하에 따라 바꿀 수 있다.
‘야간의 빛 노출’ 또한 마찬가지다. 아직 정확히 알츠하이머 발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점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략적인 메커니즘을 볼 때 밤 늦게까지 밝은 빛에 노출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일찍 잠자리에 들고자 해도 거주지가 밝은 빛에 둘러싸인 곳이라면, 암막 커튼이나 수면 안대, 귀마개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불확실한 요인이라 해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며, 최소한 ‘수면 부족’이 뇌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입증돼 있는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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