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는 불패 신화? 요즘 강남 부동산 시장에 벌어지는 일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적색불이 켜졌다. 사실상 ‘공실 제로’ 수준을 유지하던 강남권 대형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3년 만에 3%대를 기록했고, 상가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라 수도권 택지 지구에 공급되는 주상복합용지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공실률 제로 신화 깨진 강남
3분기 들어 서울 주요 대형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주요 업무 권역의 A급(연면적 3만㎡ 이상) 사무 빌딩 평균 공실률은 3.1%로 집계됐다. 전 분기보다 0.2%포인트, 1년 전보다는 0.9%포인트 오른 것이다.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강남 권역(GBD)은 3분기 공실률이 3.0%로 전 분기보다 0.6%포인트, 1년 전보다는 1.4%포인트나 올랐다. GBD 공실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2021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기업들이 높은 임차료 때문에 사무실 규모를 줄이거나, 임차료가 저렴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많아진 탓이다. 현재 GBD 권역의 3.3㎡당 임차료는 12만6489원으로, CBD(11만9872원), YBD(10만4455원) 등 다른 권역을 크게 웃돈다.
카카오스타일은 지난 2월 본사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경기 성남시 판교H스퀘어로 옮겼다. 밀키트 업체 프레시지도 강남구 대치동 시그니처타워에서 GBD 외곽인 수서동 로즈데일빌딩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시장조사 업체 엠브레인도 지난 6월 강남구 역삼동 837타워에서 서초구 방배동 방배빌딩으로 이사했다. 도심에 위치했던 SSG닷컴과 롯데하이마트도 사옥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 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주상복합용지
지난 2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하남시 천현동 ‘하남교산지구 주상복합용지 6′ 분양에 나섰지만 입찰에 뛰어든 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1만3676㎡(약 4137평) 규모인 이 땅에는 아파트 348가구와 상업 시설(20%)을 반드시 지어야 한다.
하남교산지구는 3기 신도시 중 수요자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다. LH가 공급한 부지는 인근에 지하철 3호선 연장선(송파하남선) 정거장 설치도 확정돼 사업성이 좋은 편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한 4번의 입찰에서 모두 유찰됐다. 건설업계는 입지는 좋지만 상과 분양이 어려워서 상업 시설을 같이 짓는 조건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입장이다. 상가 경기 침체 장기화의 여파다.
2000년대 초 강남 타워팰리스, 목동 하이페리온, 분당 파크뷰 등 초고층 주상 복합들은 뛰어난 입지와 풍부한 상업 시설 덕분에 지역 랜드마크로 떠오른 바 있다. 부동산 호황이었던 2020~2021년만 해도 GTX 같은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의 주상복합용지를 확보하기 위한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했다. 최근엔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를 찾기 어렵다. 올해 LH가 공급한 주상복합용지 6곳 가운데 4곳이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주상복합용 땅을 반환하는 사례도 있다. 올해 1~7월 해약된 공동주택용지 17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곳이 주상복합용지다. 경기 화성 동탄2(5개 필지)·병점복합타운(2개 필지), 파주 운정3(2개 필지), 양주 회천(1개 필지) 등으로 모두 수도권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최근 소비 비중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상가 수요가 줄고, 신도시에서 상가 공실률이 치솟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분기 수도권 주요 신도시의 집합 상가 공실률은 남양주 다산 14.5%, 김포 한강 8.9%, 하남 미사 6.1%, 위례 5.7% 등으로 집계됐다. 주상복합용지는 10~20%를 반드시 상업 시설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상가 분양에 실패하거나 임차인을 찾지 못하면 손실을 본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