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폰 300만원에 삽니다”…웃픈 LG스마트폰 사업 잔혹사

中 샤오미 울트라, 과거 LG전자 모듈형 스마트폰 표방…“LG폰 그리워”
[사진=LG전자]

4년 전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한 LG전자 제품들이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다. 롤러블 폰과 같이 희귀한 모델의 경우 중고 시장에서 수백만원 웃돈을 주고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출시 당시에는 몰랐던 창의적이고 좋은 제품들을 지금 알았다며 마케팅적 아쉬움을 나타내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고시장 사이트에서 LG전자가 시제품(프로토타입)으로 만든 롤러블폰을 구매하고 싶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LG전자의 롤러블폰은 2021년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1'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최초로 시제품이 영상 공개된 제품이다.
소개 영상 속 'LG롤러블'은 버튼을 부르면 화면이 커지고, 다시 버튼을 누르면 작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크기는 최소 6.8인치에서 7.4인치까지 확장할 수 있다.

이전까지 없었던 혁신적인 기술에 시장의 기대가 컸지만 2021년 4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공식 확정하며 롤러블폰도 시장에 출시되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1995년 사업 시작 후 무려 26년 만의 철수였다. 4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롤러블폰을 출시한 기업은 없다.

LG전자의 롤러블폰은 정식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한정 수량 생산되어 임원진, 투자자, 일부 개발자에게 기념품으로 전해졌다. 연구원들이 1000여개의 부품을 일일이 조립해 마지막으로 생산한 것들로 그 수는 수백 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LG롤러블폰은 중고시장에서 약 300만원에서 4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 최근 LG전자 스마트폰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LG롤러블폰 디스플레이 확장 모습. [사진=LG전자]

롤러블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LG전자 스마트폰들이 소비자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듀얼 스크린으로 유명한 ‘LG V50 ThinQ’ 또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판교로 직장을 다니는 유성호(33) 씨는 “지금은 아이폰을 쓰고 있지만 LG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LG폰을 썼을거다”며 “내가 사용했던 폰은 V50인데 듀얼 폰이라 게임이나 여러 가지 작업을 한번에 할 때 참 편했다”고 말했다.

LG전자 스마트폰의 유산은 단순 소비자들의 아쉬움에서 끝나진 않고 있다. 최근 중국 샤오미에서 출시한 울트라14의 경우 과거 LG전자가 선보였던 ‘모듈형’ 스마트폰을 표방해 눈길을 끌고 있다. 모듈형 스마트폰은 2016년 LG전자가 G5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함께 선보인 아이디어로 다양한 모듈을 통해 스마트폰 성능을 확장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예를 들면 렘이나 배터리 등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이 떨어지는 제품의 모듈만 따로 구매해 소비자 스스로 스마트폰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다. 또 오디오나 카메라 등에 외부 모듈을 달아 성능을 향상 시키는 방식으로도 사용 가능했다. 업계에서는 샤오미 14 울트라의 경우 이러한 LG전자의 모듈 방식을 계승한 것이라 평가한다.

소비자들은 LG전자 스마트폰이 몰락한 가장 큰 원인으로 마케팅을 꼽는다. 삼성이나 애플보다 혁신적이고 편한 기종이 많았음에도 제대로 된 마케팅이 이뤄지지 않아 많은 소비자들이 몰랐다는 지적이다.

▲ 소비자들은 LG전자가 제품 우수성에 비해 마케팅을 잘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2016년 논란이 됐던 LG전자 G4광고. [사진=LG전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LG전자는 마케팅 빼고 다 잘한다는 우스게 소리로 나온다. 우수한 제품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흥행에 실패한다는 지적이다.

유 씨는 “지금 삼성전자에서 나온 폴더 모델을 잠시 사용해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V50이 여러 방면에서 더 편했다”며 “그런데 막상 출시했을 당시에 온갖 조롱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마케팅적인 능력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LG전자가 마케팅에 실패한 사례는 여럿 있다. 2015년 출시한 스마트폰 G4 광고의 경우 남성 모델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잘못 찍었다는 이유로 여자친구에게 혼나며 무릎을 꿇고 비는 모습을 담아 도마 위에 올랐다. V10 측면 테두리에 88.33%의 순도의 금(20K)을 입힌 점과 V10에 동봉된 번들 이어폰 ‘쿼드비트3’는 세계적 음향제품 전문기업 ‘AKG’ 튜닝을 거쳤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마케팅 문제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제품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노트북 ‘LG 그램’ 또한 출시 초기에 성능 대비 가벼운 무게가 강점이었다. LG전자는 2015년 14인치 모델을 출시해 ‘1인치 더 크지만 무게는 그대로 980g’라고 홍보했다. 가장 먼저 출시한 그램이 13.3인치 화면에 980g이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어쩌면 애플보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더 잘어울리는 기업일 수 있다”며 “최근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있지만 아직까지도 경쟁사들보다 마케팅적 능력은 부족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LG전자가 마케팅 영향이 적은 B2B에서 최근 좋은 성과를 올리는 것이 좋은 제품을 잘못 포장한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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