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어치 교잡종 발견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겹친 두 야생 조류가 섞인 교잡종이 확인됐다. 학계는 단지 보고되지 않았을 뿐, 기후변화로 인한 뜻밖의 교잡종이 더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조류학자 브라이언 스톡스 연구원은 이달 발간된 국제 학술지 Ecology and Evolution 최신호를 통해 파랑어치(Cyanocitta cristata)와 초록어치(Cyanocorax yncas, 잉카어치)의 교잡종을 소개했다.

연구원은 새 전문가 및 시민들이 야생조류의 관찰 기록을 공유하는 앱 이버드(eBird)에 2000~2023년 보고된 방대한 정보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샌안토니오 외곽 주택지에서 목격된 참새목 까마귀과 새의 사진에 주목했다.

왼쪽부터 파랑어치, 교잡종, 초록어치 <사진=브라이언 스톡스>

브라이언 연구원은 "체색이 전체적으로 파란 해당 조류는 가슴과 꽁지에 흰 털이 섞였고 머리에 검은 무늬가 들어갔다"며 "분명 파랑어치인데 어딘가 달랐다. 해당 개체를 지난 6월 어렵게 포획했는데, 그간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은 교잡종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원래 파랑어치와 초록어치는 서식 지역이 전혀 달라 자연계에서 만날 일이 거의 없다"며 "이런 교잡종을 야생에서 발견하고 확인하기는 극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파랑어치는 북아메리카 동부에 널리 분포하며, 푸른색 깃털이 덮인 몸통과 검은 목줄 및 꼬리줄무늬가 특징이다. 잡식성으로 나무열매와 곤충, 작은 동물까지 폭넓게 섭취한다. 지능이 높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민가에도 자주 날아든다.

영리하고 귀여운 외형으로 인기가 많은 파랑어치 <사진=pixabay>
남미에 서식하는 초록어치 <사진=pixabay>

초록어치는 중남미 열대지역에 서식하며, 선명한 녹색 깃털이 특징이다. 머리에는 검은색과 파란색 깃털이 돋아난다. 나무열매나 곤충을 좋아하는 잡식성으로 작은 무리를 지어 행동한다.

두 새는 모두 참새목 까마귀과에 속하지만 700만 년 전 진화 과정에서 분기했고 각각 전혀 다른 지역에 분포했기 때문에 자연계에서 교배는 지금까지 파악되지 않았다. 연구원은 파랑어치와 초록어치의 교잡종은 기후변화에 의한 서식지 변화가 주된 원인이라고 봤다.

브라이언 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확대되고 자연교배의 기회가 생겼을 것"이라며 "1950년대 동부 아메리카에 퍼져 있던 파랑어치의 서쪽 한계는 텍사스주 휴스턴 부근이고 초록어치는 멕시코 북부에서 텍사스주 남단에 걸쳐 약간 분포했을 뿐 두 종이 자연계에서 접촉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파랑어치와 초록어치의 분포 지역을 보여주는 그림. 기후변화로 각 서식지가 확대되면서 교잡종이 발생했다. <사진=브라이언 스톡스>

연구원은 "최근 꾸준한 기온 상승과 환경 변화로 파랑어치는 서쪽으로, 초록어치는 북쪽으로 서식 지역을 넓혀갔다"며 "그 결과 현재는 샌안토니오 주변의 일부 지역에서 두 종의 분포가 겹친다"고 언급했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기후 변동 등으로 서식지가 변화하면 원래 만나지 않던 종끼리 교배가 가능함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원은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종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조사를 예정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Copyright © SPUTNIK(스푸트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