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받으면, 간섭이 너무 심하지 않나요?" 예비창업자들이 흔히 건네는 질문 중 하나다. 창업자에게 투자는 생존을 위한 동아줄인 동시에 자신을 옭아매는 포승줄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창업, 투자받는 게 좋을까. 아니면 투자 없이 하는 게 좋을까.
사업을 일으켜 회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어떤 산업이든 어떤 비즈니스모델이든, 스타트업은 기존 질서를 부정하고 새로운 기회를 실제 이익으로 구현해내는 어려운 과정이다. 실제 성공을 담보하기도 힘들며 얼마나 많은 투자와 인력이 필요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사업을 시작하기를 주저하고 두려워한다.
2014년 꾸까를 시작할 때 가지고 있던 돈은 500만원이 전부였다. ‘꽃을 일상에서 누구나 즐기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생각 하나로 비즈니스모델로 만들어내기에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해 4월 현재의 꾸까 홈페이지를 공식 론칭해 곧바로 첫 매출이 발생했다. 매월 꾸준히 매출을 늘려 4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해 투자금 없이 연 매출 30억~40억원을 내는 회사로 키워갔다.
당시 투자를 받지 않았던 이유는 명확했다.
꾸까의 대표로서 ‘꽃의 일상 소비’를 투자자에게 설득해 투자금을 얻어내는 것보다 실제 고객을 설득해 실제 매출과 이익을 얻어내는 것이 우선한다고 믿었다.
IR 자료를 만들어 투자자를 만나는 대신,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조심스럽게 마케팅으로 제안하는 과정이 꾸까의 비즈니스모델을 더 가치 있게 만든다고 믿었다.
큰 투자가 없었기에 매월 모든 경영 플랜을 100원 단위까지 타이트하게 관리했고, 한 명의 고객이라도 꾸까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면밀히 살피고 케어했다.
하지만 창업 5년 차에 접어들면서 투자의 필요성을 현저히 느끼게 되었다. 매월 흑자로 모은 이익금으로는 ‘제대로 된 사업’을 전개하기 어려웠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꽃 작업장을 구하는 데 보증금만 1억~2억원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좋은 인재를 유치하려면 선투자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꾸까의 임직원들이 ‘미래의 안정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넉넉한 자본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2018년 첫 투자로 30억원을 유치했다. 이는 창업가로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고 꾸까를 자본시장에서 ‘하나의 투자상품’으로 다듬어가는 깊은 고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투자자들은 나에게 큰 조력자가 되어 매년 생기는 큰 위기를 함께 극복해가는 우군이 됐다.
창업가에게 투자 유치는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될 수 있으면, 투자를 안 받는 것이 좋다’는 세간의 말에도 동의한다. 투자를 받건 받지 않건, 그것은 오롯이 창업가의 선택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본질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해 기존 산업에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다.
투자를 받을지 말지를 선택할 때 중심은 그 스타트업의 본질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를 기준으로 삼았으면 한다.
투자 없이 경영하는 회사가 ‘매출만 내는 장사’로 흘러가 규모를 키우지 못하는 내리막길일 수도 있으며, 큰 투자를 연이어 받는 것 역시 실제 고객을 외면한 채 투자를 받기 위한 편향된 비즈니스모델이 될 수도 있음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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