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중고용품 창고 꽉 차 매입 불가… 먼지만 수북히 쌓여

[위기의 충청경제]
[르포] 대전 중고 물품 매장 가보니
일부 가구 보관 장소 없어 매장 밖에 전시
과거 개업 물품 구매자로 발 디딜 틈 없었지만
경기 침체로 거래 끊겨… “구매 문의 없어”

4일 대전의 한 중고 주방용품 판매업체에 중고 물품이 보관할 곳이 없어 매장 밖까지 전시돼 있다. 사진=강승구 기자

"창고가 2개나 있는데, 꽉 차서 더 이상 매입 못 해요. 경기가 어려우니까 사는 사람도 없고 우리도 죽겠어요."

4일 대전 서구 중고 사무용 가구 매장에서 만난 사장은 한숨 쉬며 이같이 말했다.

중고 사무 가구점, 주방용품점 등이 모여 있는 용전동의 한 중고 거리는 중고 물품이 매장마다 쌓여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한산한 분위기였다.

매장 내부엔 사무 책상과 의자, 서랍 등이 천장까지 빈틈없이 빼곡히 쌓였고, 일부 가구는 더 이상 보관할 곳이 없어 매장 밖까지 전시돼 있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책상과 의자는 먼지만 수북하게 쌓인 채 방치됐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폐업 업체가 늘어나자 이곳 중고 거리를 찾아 처분을 문의하는 업체가 끊이질 않는다고 상인들은 설명했다.

중고 주방용품 업체 사장 A모(60) 씨는 "코로나 때부터 폐업 물건 팔겠다는 문의는 계속 있는데, 사겠다는 손님이 없으니까 버티고만 있는 상황"이라며 "아까운 물건들만 계속 쌓이고, 유행 지나면 팔리지도 않아서, 재고 관리가 힘들다 보니 20년간 유지하던 창고도 최근에 팔아버렸다"고 푸념했다.

중고거리는 2000년대 초반 개업과 폐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번성했지만, 최근 경기 침체로 거래가 뚝 끊기면서 중고 업체 사장들은 시름 앓고 있었다.

상황이 어려운 건 대전 중구에 위치한 중고 용품 거리도 마찬가지.과거엔 개업을 위해 가장 먼저 중고 거리를 찾아와 구매할 정도로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올해 들어 매장 3곳이 연달아 문을 닫을 정도로 중고 업체들의 상황도 어려워졌다.

중고 거리에는 냉장고, 싱크대 등 주방 설비들이 매장 밖까지 줄지었지만,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한 주방용품 매장 내부엔 비닐을 뜯지도 않은 냉장고와 냉장 쇼케이스, 냉장 육수 통이 쌓였다.

한 매장 업주는 얼마 쓰지 않은 제빙기와 냉장 육수 통을 바라보며 여름철 가장 먼저 팔려야 하는 제품이지만, 근래 문의조차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곳 상인들 대부분은 20년 넘게 이곳에서 영업을 이어왔지만, 올해가 가장 힘든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중고 주방용품 업체 사장 B모 씨는 "예전에는 직원을 2~3명두고, 물건을 제주도까지 납품할 정도로 바빴는데, 이제는 월세와 관리비 내기도 빠듯할 정도로 힘들어졌다"며 "개업과 폐업 소식을 가장 많이 아는 곳인데 최근 들어 주변에 문 닫는다는 이야기만 들릴 정도로 경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강승구 기자 artsvc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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