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의무화"…국회, 입법 본격화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에 최초로 PMSA 탑재···1m 이내 풀악셀시 '긴급 제동'
신차 외 기존 운행 차량 적용 가능한 애프터마켓용 제품 개발·제도 확립 필요성도 제기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자동차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기 위한 국내 입법 절차가 본격화한다. 지난 7월 서울시청 앞 사고 이후 페달 오조작에 따른 급가속 사고 등에 대한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관련 안전 규제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
◇ 국회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장착 의무화' 관련 법안 입법예고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3일 황희 의원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의 장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다음 달 4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심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자동차 전방과 후방의 장애물을 감지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잘못 조작해 차량이 급가속되는 경우, 자동으로 제동 장치를 작동시켜 충돌을 방지하는 장치나 기능을 말한다. 주행 중 분당 엔진 회전수인 RPM이 갑자기 증가하는 등의 비정상 조작이 감지되면, 차량이 엔진 연료를 차단해 속도를 올릴 수 없도록 하는 등의 방식이 있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자동차의 제작, 판매자는 자동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장착된 차량을 판매할 때는 해당 장치가 장착돼 있음을 구매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현행법은 페달 오조작이나 급발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장치 장착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지난 7월, 16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 앞 역주행 사고가 피의자의 '운전 조작 미숙'으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며 페달 오조작을 막는 등의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역주행 사고 당시 운전자 차 모씨(68)는 당초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가속 페달을 최대 99%까지 밟고 시속 107km로 주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이 늘고 있는 것도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의무화 입법 추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고령운전자에 대한 조건부 면허제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동권 침해'라는 비판도 만만찮은 상황에서 운전자의 운전 미숙이나 오조작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페달 오작동 방지 장치 의무화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의 대부분이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국과수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 사고 364건 중 321건은 모두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차량의 완전 파손 등으로 사고 원인을 분석할 수 없었다.
◇ '페달 오조작 방지' 관련 안전 규제 세계적 추세…현대차,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기능 적용 확대 검토
일본은 내년 6월부터 모든 신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부착하도록 의무화했다. 안전장치는 정지 시에 차량 전방과 후방에 있는 장애물을 파악한다. 장애물을 1∼1.5m 앞에 둔 상태에서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도록 하거나, 시속 8㎞ 미만 속도로 부딪히도록 가속을 억제한다. 차내에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 주세요'라는 경고 문구도 표시된다.
일본은 일찍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상용화했다. 지난 2012년 노인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ACPE)를 도입했다. 현재 일본에 판매되는 차량 93%에 장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은 2012년부터 10년간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와 사상자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유엔(UN) 산하 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페달 오작동 실수 방지를 위한 새로운 급발진 방지 기능 기준을 제정하고, 규제안을 마련했다. UNECE는 오는 2025년부터 관련 법안을 발효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규제 흐름에 발맞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최근 출시한 '캐스퍼 일렉트릭'에 현대차그룹 차량 최초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edal Misapplication Safety Assist·PMSA) 기능을 적용했다. 전후방 1m 이내에 장애물이 있을 때 이른바 '풀악셀'을 밟으면, 이를 '페달 오조작 상황'이라고 판단해 구동력과 제동력을 제어, 충돌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저속 주행이거나 정차한 상태에서 0.25초 내 100% 가속 페달의 입력이 들어왔을 때, 구배(지면 기울기) 25도 이하, 조향각 430도 이하 상황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PMSA는 첨단운전보조장치(ADAS) 제어기 등을 통해 초음파 신호를 차량 구동 제어기(VCU)에 전달해 차량과 장애물의 거리를 우선 측정한다. 이후 VCU는 장애물의 위치, 차량 속도, 기어 위치 등 여러 조건을 판단해 '제어 준비 상태'에 진입하고, 이때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얼마나 빠르게 밟는지를 확인해 기능 전개를 결정한다. 해당 조건이 모두 충족된 상황에서 운전자가 0.25초 이내 가속 페달을 100% 수준으로 밟을 경우 즉시 구동력을 끊고, 제동장치를 최대한으로 가동해 급제동한다. 이후 기능이 작동하면 클러스터(계기판)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라는 경고문이 뜨고,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기능이 해제된다.
현대차는 앞으로 PMSA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향후 출시되는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에도 PMSA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페달 오조작 방지와 관련한 규제는 향후 국제 기준으로 정립되며 자동차 제조사들이 관련 안정 장치를 장착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야 할 흐름으로 보인다"며 "국내에서도 고령운전자가 매년 20%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페달 오조작 등에 따른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규제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실제 법제화되는 것과 도입까지 유예기간을 두는 것을 고려하면 신차에 적용되는 것도 향후 2~3년은 더 필요하다"며 "당장 기존에 고령자가 운전하는 차량은 노후된 차량이 많고, 이런 차들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없기 때문에 애프터 마켓을 통해 기존 차량에 장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정부 차원의 이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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