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소염진통제가 당신의 심장을 위협하고 있다. 두통이나 관절통으로 습관처럼 찾게 되는 이 약들이 장기 복용 시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최대 3배까지 높인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2025년 최신 연구들은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의 심각한 심혈관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일상의 진통제가 혈관을 공격한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의약품 중 하나다.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디클로페낙 등이 대표적이며,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성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심혈관 전문가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소염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20-5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용량을 장기 복용한 환자의 경우 심부전 위험이 무려 2배로 증가했다. 2025년 6월 메드스케이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NSAIDs 복용자의 심혈관 사건 위험이 50% 증가했으며, 일부 약물의 경우 93% 더 높은 위험도를 보였다.

170만명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국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10종 이상의 약을 60일 이상 복용하는 다제약물 환자가 171만7239명에 달했다. 이는 5년 전인 2020년 112만5744명과 비교해 52.5%나 급증한 수치다. 이들 대부분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며, 상당수가 소염진통제를 장기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위험 사례가 소염진통제의 장기 복용으로 인한 악순환이다. 이부프로펜이나 나프록센을 오래 사용하면 혈압이 서서히 상승하고, 결국 항고혈압제가 추가된다. 진통제로 인해 신기능까지 악화되면 부종이 생겨 이뇨제 처방으로 이어진다. 처음 약의 부작용이 또 다른 약을 불러오는 ‘처방 연쇄 반응’이 발생하는 것이다.
혈관을 막는 치명적 메커니즘
NSAIDs가 심혈관계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복합적이다.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COX-2 효소의 억제다. COX-2가 억제되면 혈전 생성의 항상성이 깨지면서 혈액이 응고되기 쉬운 상태가 된다. 또한 NSAIDs는 혈관 내피 기능을 저하시키고, 혈압을 상승시키며, 체액 저류를 유발해 심장에 추가적인 부담을 준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2023년 메디칼업저버에 보고된 연구에서는 단기간 NSAID 복용만으로도 당뇨병 환자의 심부전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위험요소가 많은 50대 이상에서는 그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

FDA와 전문가들이 보낸 강력한 경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5년부터 NSAIDs의 심혈관 위험성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발령해왔다. FDA는 NSAIDs가 심장마비나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이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특히 장기간 고용량 복용 시, 그리고 이미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정형외과학회가 2020년 발표한 ‘비스테로이드 소염제의 최신 사용 지침’에서는 NSAIDs의 심혈관계 독성에 대해 상세히 경고하며, 최소 기간 최소 용량 사용을 강력히 권고했다. 특히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는 처방 시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험을 줄이는 현명한 복용법
전문가들은 소염진통제 복용 시 몇 가지 안전 수칙을 강조한다. 첫째, 절대 장기 복용을 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10일 이상의 지속적인 복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둘째, 최소 유효 용량을 사용해야 한다. 고용량일수록 심혈관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셋째, 심혈관 질환 위험 요소가 있는 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있거나 흡연자, 가족력이 있는 경우 NSAIDs 사용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넷째, 아스피린을 복용 중인 환자는 일부 소염진통제가 아스피린의 심혈관 보호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대안으로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단일 성분 제제가 권장된다. 특히 고혈압 환자의 경우 NSAIDs보다 아세트아미노펜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또한 국소 도포제(바르는 진통제)를 사용하면 전신 흡수가 적어 심혈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정부 차원의 관리 시스템 필요
전문가들은 다제약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를 활용하면 중복 처방이나 불필요한 약물 사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 본인 동의 절차가 까다롭고 의료진이 즉시 활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와 약사가 환자 사전 동의하에 바로 약물 처방력을 열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정기 건강검진 때 약물 점검 항목을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고령 환자의 경우 본인이 무슨 약을 왜 먹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의 관심과 의료진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수적이다.
약은 질병을 치료하는 수단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또 다른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소염진통제가 혈관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복용 전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약물이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