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가장 저렴한 ‘만찢남’ 오타니, 메이저리그를 구하다 [올어바웃스포츠]
1920~30년대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의 투수 웨이트 호이트는 팀 동료인 베이브 루스에 대해 이런 찬사를 보냈습니다. 루스가 일으킨 ‘홈런 혁명’을 보기 위해 관중들은 경기장을 찾았고, 야구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선수들의 급여도 높아졌습니다. 호이트 역시 수혜를 받은 인물중 하나였지요.
‘최초의 슈퍼스타’ 루스가 야구인 가족의 식사기도에 들어간다면 LA다저스의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는 최소 디저트 정도는 책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투수와 타자로서 모두 MLB 최정상급 기량을 보여주는 오타니는 최근 ‘50홈런-50도루’란 전인미답의 경지를 밟으면 또다시 야구계에 충격을 줬습니다. 혹자는 오타니의 위치가 루스에 근접했거나 이미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합니다.
오타니가 이 시대의 베이브 루스로 여겨지는 것은 투타겸업에 도루까지 잘하는 역대급 운동선수이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만큼 생산성을 보여주는 타자는 올해만 해도 1~2명 정도는 꼽을 수 있습니다. 오타니의 진정한 가치는 야구계가 그렇게 찾아헤맸던, 야구를 넘어서는 ‘슈퍼스타’란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야구는 몰라도 오타니는 아는 사람을 매일 양산하는 오타니의 스타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물론 당시 MLB가 선수들의 실력이 떨어졌다거나 고만고만한 선수들로 채워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2011년 데뷔한 마이크 트라웃은 다른 선수와 아득한 실력차를 보이며 역대 최고의 선수를 목적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당장 은퇴해도 ‘야구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받으면서 말아지요. 그러나 트라웃은 전형적인 MBTI ‘I형’ 인물이었습니다. 심야 토크쇼나 국가적 후원 행사 초대는 번번이 거절했고, 올스타전 홈런더비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죠. 심지어 시즌이 끝난 뒤 팬들의 관심이 집중될만한 대형 계약을 체결하기보다는 조용히 소속팀과 재계약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공고한 위치를 자랑했던 MLB의 위상도 예전같지 않았습니다. 공교롭게도 ESPN이 ‘얼굴없는 MLB’를 지적한 2017년은 2003년 이후 14년만에 경기당 평균 관중수가 3만명을 밑도는 등 인기 저하가 눈에 띄게 보이는 시점이었지요.
그러나 오타니는 그들과 달랐습니다. 빅리그 입성 직전 일본 무대를 완전히 평정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스타성은 전무후무한 상황이었죠. 그는 일본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중 하나입니다. 올해 초 오타니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결혼 소식을 발표했을 때, 일본 주요 방송들은 정규편성을 중단하고 긴급 생방송을 타진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올해 일본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존경하는 인물’ 설문조사에서 6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오타니의 화제성은 미국에서도 계속됩니다. 해마다 부침은 있었지만 그가 추구한 ‘이도류(투타겸업)’이 현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고, 동양 특유의 예의바른 자세와 경기에 임하는 태도, 잘생긴 얼굴과 탄탄한 몸 등 “슈퍼스타란 이런 것이다”를 여실히 보여줬지요.
이런 ‘오타니 효과’는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졌습니다. 올해 6월 미국 텍사스대학교는 ‘슈퍼스타는 정말 희소하다: 오타니 쇼헤이와 야구 관중수’란 논문을 통해 오타니 효과를 증명해냈습니다. 오타니는 타자로는 매경기 출전하지만 투수로는 5~6경기마다 한경기씩 선발로 나서왔습니다. 연구는 2018~2022년 오타니가 선발 출전한 홈과 원정경기와 그외 경기의 관중수를 회귀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오타니가 선발 등판하는 원정경기는 관중수를 평균 15.7%(4250명)을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 티켓값을 적용하면 연간 약 225만달러(약 30억원)가 오로지 오타니에 의해 벌린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2010~2020년대 최고의 투수 5명(클레이튼 커쇼, 맥스 슈어저, 저스틴 벌렌더, 제이콥 디그롬, 코리 클루버)와도 큰 차이를 보이는 수준이었죠. 5명중 오직 커쇼만이 원정경기 관중을 2.7% 늘렸을 뿐입니다. 이 연구는 오타니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이후 가장 큰 원정 관중 효과를 부른다고 말하며, 리그 차이를 감안하면 조던에 비한다고까지 표현했습니다.
미국 방송국 NBC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습니다. 오타니가 선발투수로 나온 경기가 홈·원정 가릴 것 없이 최대 3000명 넘는 추가 관중을 부른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다저스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오타니의 계약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온라인 세계는 오타니로 뒤덮였습니다. 미국내 오타니 계약에 대한 검색량은 이후에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러사이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정세를 가르는 주제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쏠리는 것은 이목뿐 아니라 돈도 있었습니다. 오타니의 유니폼 판매량이 MLB 전체 1위였던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다저스의 홈경기 타석에 들어선 타자를 비출때 나오는 ‘타석 광고’는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매진됐습니다. 심지어 다저스와 원정 경기에서 팔리는 광고를 사들인 일본의 브랜드만 30개로 집계됐습니다. 돈이 궁한 구단주라면, 승패와 관계없이 다저스와 경기를 고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스포츠 마케팅회사인 스폰서유나이티드는 올해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휴식기 이전까지 일본에 지사나 본사를 둔 59개의 회사가 MLB 및 MLB팀과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집계했습니다. 다저스 역시 오타니가 합류한 뒤 전일본공수, 다이소 등 10개의 일본 브랜드를 스폰서나 광고주로 유치했지요. 밥 린치 스폰서유나이티드 대표는 “다저스는 올해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높은 신규 수익을 창출하는 팀이 될 것”이라며 “금액은 3000만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말 그대로 슈퍼스타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MLB가 오타니를 얼굴로 내세우길 주저하지 않은 것은 그토록 원했던 MLB의 국제화가 그를 통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야구가 미국을 넘어 전세계가 모두 즐길 수 있기 위해서는 미국인이 아닌 얼굴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마커스 콜린스 미시간대학교 마케팅학과 교수는 “스포츠는 예전보다 훨씬 더 국제화되었고, NBA처럼 스포츠는 진화하고 있다”며 “글로벌한 스포츠리그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해당 스포츠의 원형(백인)이 아닌 사람들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합니다”고 NBC에 말했습니다. 어느모로 보나 오타니에 들어맞는 표현이죠.
더 큰 기대감은 오타니가 아직 다저스에서 투수로서 공을 한 개도 던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가장 인기있는 야구팀에서 ‘투타겸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오타니의 슈퍼스타 파워를 우린 아직 목격하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과연 ‘일본의 보물’을 넘어 ‘야구의 보물’이 된 오타니는 또 어떤 기록과 영광을 얻어낼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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