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주인공이 노래를? 왜 뮤지컬 영화라는 걸 숨기는 걸까?

잘생긴 남자배우가 여자배우에게 대사를 한다. 한 눈에 반한 듯한 여자배우. 문제는 다음 장면인데, 여자배우에게 좀 뜬금없이 화면이 클로즈업 되더니 느닷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걸 본 관객들의 탄식과 폭소. 미국에서 개봉한 리메이크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 최신 버전이 막 상영했을 때의 반응인데, 다들 뮤지컬 영화인 걸 몰랐다가 당황하고 있다. 이 영상은 최소 수천만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공감을 받았는데, 비슷하게 뒤통수 맞았다는 반응은 지난해 개봉한 <웡카>에도 나왔다.

“왜 요즘 개봉하는 뮤지컬 영화는 뮤지컬 영화라고 밝히질 않는 건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뮤지컬 영화 자체가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여서 관객들이 미리 뮤지컬 영화라는 정보를 알고 기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최근 수년 새 할리우드에서 뮤지컬 영화가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국내 한 배급사 관계자에게도 견해를 물었는데, 비슷한 얘길 내놨다.

[NEW 관계자]
“우선 뮤지컬이나 오컬트 같이 특정 장르나 키워드로 국한이 되면 (보기 싫다는) 선입견이 생기기 때문에 그런 선입견에 국한되지 않고 좀 폭넓은 대중으로 관객 타깃을 확장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을 거고요.”

사실 영화계에서 특정 장르를 향한 대중의 호불호를 고려해 장르 구분을 숨기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소비자들은 상품을 고를 때 다른 여러가지가 아무리 좋아도 자신이 싫어하는 절대적 기준 하나가 딱 걸리면 선택지에서 빼버리는 걸 감안해서라고 한다.

이걸 영화에 대입해보면 아무리 어떤 영화가 재밌다고 입소문이 나고 평점이 높아도 자신이 싫어하는 장르라면 보지 않는 관객들이 있다는 거다.

우리가 취재한 배급사 같은 경우는 영화 <부산행>을 배급했는데, 당시만해도 좀비물이란 장르가 한국 관객에게 익숙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홍보 당시 좀비물이란 걸 내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NEW 관계자]
“당시에는 좀비물 자체가 국내에서 흔하지 않은 콘텐츠였기 때문에 좀비 워딩을 사용하지는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가서 그 이후로 부산행이 흥행을 했고”

그렇다면 할리우드는 지금까지 안 그러다가 왜 갑자기 뮤지컬 영화라는 걸 숨기는 걸까. 그건 최근 뮤지컬 영화가 흥행 면에서 부진한 영향이란 분석이 많다. 일반 관객들이 이 장르를 미리 기피하는 경향이 심해졌다는 거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뮤지컬 영화는 <레미제라블> <라라랜드>가 나오는 등 전성기였다. 그러던 게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정도부터 하락세가 두드러졌는데, 고전 뮤지컬 원작인 <인 더 하이츠>,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캣츠>(이상 첨부)가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흥행한 뮤지컬 영화는 이미 유명한 고전 애니매이션 IP를 활용해 만든 <라이온킹>, <미녀와 야수> 정도였다.

특히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나 <인 더 하이츠>는 작품 자체가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실패했다는 게 할리우드에 충격이 컸다고 한다. ‘잘 만들어도 안 팔린다’는 인식이 퍼졌다는 거다.

그럼 안 팔리면 안 만들면 되지, 왜 장르를 숨기면서까지 내놓는 걸까.

아무리 최근 부진하다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 뮤지컬 영화 자체가 포기하기엔 이미 오랫동안 흥행이 검증된 장르이긴 하다. 영화 장르의 유행이라는 게 돌고도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 자체가 어둡다고만 하기도 어렵다. 일례로 2000년대 초 영화 <시카고>가 성공한 뒤 할리우드에는 2000년대 중반 내내 이렇다할 뮤지컬 영화 흥행작이 나오지 않았지만, 2008년 <맘마미아!>가 성공한 걸 시작으로 또 7~8년 가까이 붐이 불었다. 이때는 반대로 예고편에 적극적으로 OST를 집어넣는 등 뮤지컬 영화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내세운 마케팅이 유행했다.

사실 할리우드 나름 다른 대응책도 내놓고는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장르의 장벽을 낮추는 건데, 최근엔 전형적 뮤지컬 영화는 아니지만 오리지널 OST를 넣어서 영화의 일부만 뮤지컬처럼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NEW 관계자]
"영화계도 어느 정도 흐름이란 게 있어서,어떤 영화가 잘 되면 이 장르가 유행처럼 돌기도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또 뮤지컬 영화도 언제든지 할리우드에서도 다시 붐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