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편모충 줄기세포로 생쥐가 태어났다
단세포 생물의 유전자를 이용해 생쥐를 만들어내는 실험이 성공했다. 동물세포에서 뽑아낸 만능 줄기세포가 아닌 단세포 생물의 줄기세포를 활용한 놀라운 성과에 관심이 쏠렸다.
홍콩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낸 실험 보고서에서 단세포 생물로부터 얻은 줄기세포로 생쥐를 탄생시켰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 관련 연구의 업적을 인정받아 2012년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 학자 야마나카 신야(62) 박사의 실험에 주목했다. 야마나카 신야 박사는 Sox2 또는 Oct4 유전자를 이용, 세포를 재편해 어떤 세포로도 변화하는 iPS 세포를 창조했다.
홍콩대 유전학자 가오 야 박사는 "동물과 가장 가까운 친척 깃편모충은 Sox2 및 Oct4와 거의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며 "옷깃편모충은 몸길이 10마이크로미터(㎛)도 안 되는 단세포 생물이지만 동물과 함께 코아노조아(Choanozoa) 류를 구성하며 우리와 가까운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아노조아는 후편모생물 계열에 속하는 원생생물계의 총칭"이라며 "대부분 균류보다 동물에 더 가까운 성질을 갖고 있어 많은 학자들이 생물의 기원 연구에 활용해온 존재"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쥐의 Sox2 유전자를 사용하는 대신 깃편모충의 Sox2 유전자로 iPS 세포를 작성했다. 이 iPS 세포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발달 단계의 쥐 배아에 주입했다. 그 결과 배아는 별 탈 없이 발달해 생쥐가 태어났다.
가오 야 박사는 "키메라 쥐는 눈이 일반 쥐보다 검은색에 가깝고 유색 털이 드문드문 섞인 것이 특징"이라며 "이는 쥐 배아와 옷깃편모충의 iPS 세포가 각각 특징을 공유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박사는 "단세포 생물인 깃편모충은 사실 줄기세포를 갖고 있지 않지만 줄기세포에 관계하는 유전자는 보유했다"며 "우리 실험은 깃편모충 같은 단세포 생물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줄기세포가 얼마든 기능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학계는 이번 성과가 다세포 생물이 등장하기 훨씬 전 초기 생명체들의 유전자 활용법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초기 생명체들은 전문적인 역할을 하는 세포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오래 전 진화시켰음을 입증한 실험이라고 학자들은 주목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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