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안 판다는 국산차의 정체

이 영상을 보라. 2019년부터 올해까지 미국에서 매해 출시하는 기아 텔루라이드다. 이건 러시아와 인도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현대 크레타고, 또 이건 유럽과 오세아니아에서 호평을 받으며 착실히 판매고를 올리는 기아 씨드다. 이 모델들은 모두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소위 현기차로 엄연한 국산차인데, 국내에선 도통 보이질 않는다. 유튜브 댓글로 “국내에선 팔지 않는 국산 자동차들이 있던데, 왜 해외에서만 파는 건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인터넷에서 심심찮게 이런 모델은 왜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느냐는 물음을 볼 수 있는데, 해외에서만 판매하는 이 모델들. 알고 보니 다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해당 모델이 구상단계부터 철저히 해외 시장의 환경과 상황에 맞게 개발되었다는 거다. 이걸 “현지전략차종”이라고 한다는데, 기아 텔루라이드는 팰리세이드와 모하비의 등장 이전, 그러니까 지금처럼 준대형 SUV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전에 한국이 아니라 북미 시장을 겨냥하여 출시된 모델이다.

현대 크레타는 실용성이 높은 소형 SUV 수요가 많은 인도와 러시아에서 인기가 많은데, 출시 당시 국내 소형 SUV 시장은 르노삼성의 QM3와 쉐보레 트랙스가 이미 선점하고 있어 현지전략차종의 노선을 선택했다.

대한민국 1호 현지전략차종에 해당하는 기아 씨드는 해치백과 왜건 차량을 선호하는 유럽, 오세아니아 국가를 겨냥해서 2006년부터 현지에만 판매하는 모델이다.

국내 출시를 하지 않는 다른 이유로 이미 자사에 비슷한 라인의 제품이 있어서 제살깎아먹기라 출시하지 않는거다 라는 추측도 있는데, 물어보니 그런 이유는 아니라고 한다. 경쟁 차종이 있더라도 충분히 출시할 수 있다며 소나타와 K5, 그렌저와 K8, 산타페와 쏘렌토처럼 겹치는 차종이 있더라도 판매량이 보장된다면 얼마든지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외에서 좋아할 만한 모델을 개발해 해외에서 판매하고 국내에선 선호하지 않을 것 같아 판매하지 않는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인데. 인기가 별로 없던 준대형 SUV 텔루라이드나 해치백 스타일의 씨드의 국내 도입을 외치는 목소리가 있을지 미처 예상치 못했다는 것.

다만 업계에선 출시하면 꼭 사겠다는 인터넷 속 여론만을 믿고 출시할 순 없다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스포츠 차량으로 출시하긴 했으나 인터넷 여론이 뜨거웠던 기아 스팅어가 출시되곤 차디찬 판매 부진을 겪은 사례만 봐도 인터넷 여론이 현실을 완전히 반영한다고 볼 순 없다.

그럼 반대로 해외에서만 판매되는 차량을 수입해서 탈 순 없는 걸까? 이런 걸 ‘역수입’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도 쉽진 않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특히 노조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결국은 생산 못하는 것들은 노조의 어떤 부정적인 시각이 컸죠. (역수입하면)시장이 그만큼 줄어드는 건데 그걸 우리가 더 생산해서 우리가 더 만들고 돈을 더 받을 수가 있는데 그런 부분들은 못 받는다라는 논리가 있는 거죠.”

신차를 역수입하는 건 자동차회사와 노조가 맺은 단체협약을 위배해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중고차로 구매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세금과 비용이 많이 들고, 신고와 인증 절차도 매우 까다롭다. 근데도 전설의 포켓몬처럼 가끔 도로에서 보이기도 한다니 마주치면 반갑긴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