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포스코의 불량자재 탓"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신축 아파트
[땅집고]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고층 랜드마크 아파트. 과거 배우 송일국이 거주하면서 유명했던 곳입니다. 올해로 15년차인 송도센트럴파크1차에서 에어컨이 먹통이 돼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작동이 멈춘 고층 세대를 직접 방문하자 사우나를 방불케하는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전면 유리 커튼월로 설계된 아파트 외관 특성상 햇빛은 집을 직통으로 내리쬐고 있었는데요. 거실 온도는 34도를 넘어가고 습도는 무려 72%. 불쾌지수 최상에 달하는 수치였습니다. 더샵센트럴파크1차 입주민 A씨는 "집을 들어오면 찜질방 온 느낌"이라며 "엘리베이터 탈 때마다 에어컨 나오냐고 서로 계속 묻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단지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센트럴파크 공원뷰 집은 더욱 심각합니다. 남서향으로 쏟아지는 뜨거운 햇볕 때문에 늦은 시간까지 피해가 큽니다. 에어컨 미작동 세대는 인근 숙박업소나 친척집으로 피신하거나 냉방기를 따로 구매해 지내고 있었습니다.
더샵센트럴파크 1차는 송도국제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물입니다. 특화 외관 설계를 도입한 건물로 2007년 분양 당시 평당 1400만원으로, 송도 최고 분양가였습니다. 에어컨 미작동 세대들은 "당시 명품 아파트라고 홍보하며 분양을 했었는데 이 사태가 말이 되냐"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는 외부를 통유리창으로 시공하는 커튼월 방식으로 지어졌습니다. 외부에 실외기를 달 수 없어 세대별 에어컨 설치가 어려운데요. 이 때문에 내부 에어컨 모든 곳은 중앙냉방으로 이뤄집니다.
옥상으로 올라가자 남은 여름을 버티기 위해 배관 교체 공사 진행이 한창이었습니다. 한 켠에는 부식된 냉각배관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부식된 배관을 들어 털어보자 가루가 우수수 떨어집니다. 부식돼 구멍도 숭숭 뚫려 있습니다. 속이 썩어 있는 냉각탑을 보수하는 비용만 현재 3억원이 넘게 들었습니다. 정상적인 에어컨 가동을 위해서 냉각탑과 공용배관을 모두 교체하면 세대당 1000만원 넘게 부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파트 준공 14년 만에 냉각탑과 배관 부식으로 에어컨 가동이 중단된 상황. 주민들은 에어컨이 3~4년전부터 자주 고장이 나다가, 올해 들어 아예 작동이 멈추는 세대가 늘어났다고 전했는데요.
입주자대표회는 시공사인 포스코가 부식에 취약한 저질 자재를 쓴 게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오은경 입주자대표회 회장은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포스코에서는 KS인증을 받은 백강관을 썼다고 주장하지만 인정할 수 없다"며 "직접 자재를 구해 확인한 결과 B급 BS백강관을 쓴 것으로 추측된다. 시공당시 싸구려 백강관을 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시공사 포스코이앤씨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주민들의 주장과 달리 KS 인증 제품으로 시공했으며, 녹이 쓸면 얇아질 수 있다는 것. 또 시공 문제가 아니라 시설 유지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동관과 백강관의 가격차이는 15~30%.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에서 백강관을 냉각배관으로 썼다는 점도 의아하다는 반응입니다.
양석무 한국에어컨설치기술협회장은 "냉동창고 같은 시설에서 백강관이 자주 쓰이긴 하지만 아파트 냉각탑에서 썼다는 건 생소하다"며 "에어컨 배관 자재는 주로 동관을 사용하고 있고, 가정용 개별 에어컨의 경우 알루미늄 배관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불통된 에어컨을 무작정 켜보려 했다가는 화재가 날 수도 있는 상황. 준공 1년도 차이나지 않는 동일 브랜드 옆단지 주민들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글=김혜주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