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해진 '조선 빅3' 득일까 실일까.."대우조선 주인찾기 득을 키웠다"
출혈경쟁 진원지 대우조선 처리는 공정경쟁 발판.."친환경 체질개선은 숙제"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예정자로 선정되면서 현재의 조선사 '빅3' 체제를 '빅2' 체제로 전환해 한국 조선업의 생존 경쟁력을 높이려던 조선산업 구조조정은 일단 물 건너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실기업 대우조선 처리를 통해 '제 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산업구조조정을 진행했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반대하면서 '빅2' 체제 전환 움직임은 표류했는데,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사실상 품으면서 현재의 현대중공업그룹(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의 '빅3' 체제가 더욱 공고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빅3' 체제 공고화가 한국 조선산업에 득일까, 실일까.
전문가들은 '빅2' 또는 '빅3' 체제를 떠나 저가수주 출혈경쟁의 진원지였던 '주인 없는 회사' 대우조선이 민간기업을 새 주인으로 맞으면 공정 경쟁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빅딜은 한국 조선산업에 득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우조선이 '주인 없는 회사'다 보니 불황기에는 '단기성과 극대화'라는 경영진의 이해관계에 따라 저가로도 수주할 유인이 많았고 이로 인해 한국 조선사간 출혈경쟁이 촉발됐는데, 이런 구조적 문제점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조선업의 특성을 고려해 선제적인 산업재편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붕어빵'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선박을 만드는 상황에서 벗어나 차별성을 가져야 하는데, 출혈경쟁 방지로 조선사의 수익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빅2' 체제가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27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전날(26일) 대우조선과 2조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49.3%를 취득하는 내용의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산업은행은 투자자 참여 확대를 위해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경쟁입찰을 진행한다. 대우조선의 재무상태 등을 고려하면 다른 경쟁사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스토킹호스란 사전에 인수예정자를 정해두고 매각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경쟁 입찰이 성사되지 않으면 한화그룹에 우선매수권을 주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대우조선이 '주인 있는 회사'로 탈바꿈한다는 게 무엇보다 한국 조선산업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본다.
업계에선 조선업이 호황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에 조선사가 많을 수록 수주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한국 조선사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고부가가치 LNG 운반선 분야가 대표적이다. 올해 들어 전세계 LNG 운반선 발주량 중 82%가량을 '빅3'가 수주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조선업을 영위하지 않던 제3자가 조선업에 들어오게 되면서 업계 전반이 익사이팅해질 수 있다"며 "조선업 시황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한화 입장에서도, 국가적인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민간 기업 2곳과 (사실상) 공기업 1곳이 경쟁했던 구조가 시장을 왜곡하고 결국 빅3 모두가 손해를 입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민간 빅3 체제가 되면 불공정 경쟁은 상당부분 없어질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언제든지 조선업 호황이 꺾이고 다시 불황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조선업은 수년 단위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업종이다. 호황기엔 선박 발주가 몰리지만 불황기엔 일감이 없어 '수주 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 호황이 끝이나면 '빅3'의 과잉 경쟁이 다시 불거질 수 있고 '조선업 산업 구조조정'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황기엔 출혈경쟁 가능성이 높은 '빅3' 체제에 대한 구조개편이 먼저 이뤄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조선업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이던 2016년 보고서 초안에 "대우조선을 매각하거나 분할해 파는 등 2사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빅2' 또는 '빅3'라는 체제를 떠나 한국 조선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루한 '노동집약적 중후장대 산업'에서 벗어나 친환경·디지털 전환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질적으로 성장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언제든지 찾아올 불황에 대비해 대형 조선사의 혁신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붕어빵처럼 똑같은 배를 찍어내는 방식을 벗어나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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