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콘서트로 82억 벌고 잔디관리엔 ‘찔끔’…서울월드컵경기장은 왜?

노기섭 기자 2024. 9. 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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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관리엔 2억5327만 원만 지출…10월 15일 축구 A매치도 못해
민주 위성곤 “잼버리 콘서트 강행도 문제…서울시가 갈등 부추겨”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1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긴 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연합뉴스

오는 10월 열리는 한국과 이라크의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가 잔디 상태 논란이 불거진 서울월드컵경기장 대신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리게 된 가운데, 경기와 콘서트로 올해 82억 원을 넘게 벌어들인 월드컵경기장 측이 잔디관리에는 단 2억5000만 원만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가수 아이유 콘서트를 전후로 축구 팬과 가수 팬이 잔디 관리 책임을 놓고 갈등하는 상황이 빚어졌고, 결국 다음 달 15일 이라크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마저 서울에서 치르지 못하게 됐기 때문에, 경기장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설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이 올해 8월 말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관리에 지출한 금액은 총 2억5327만 원이었다. 세부 내역을 보면, 새로 심을 잔디에 1억5346만 원, 잔디 보호용 인조매트 1994만 원, 농약 및 비료 5140만 원, 잔디 파종을 위한 오버씨딩기 1962만 원, 잔디 폐기물처리 용역에 886만 원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축구 경기와 연예인 콘서트 대관, 그에 따른 주차요금으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올린 수익 총 82억550만 원에 비하면 비중이 턱없이 적은 것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국가대표 A매치 경기로 9억9426만 원, FC서울 경기로 11억3832만 원, 콘서트 등 문화행사로 24억3447만 원, 일반행사로 36억3846만 원을 벌어들였다. 주요 문화행사 대관 수입은 임영웅 콘서트가 14억3899만 원, 세븐틴이 9억7758만 원이었다. 지난 9월 21일부터 22일에 열린 아이유 콘서트는 포함되지 않는 액수다. 아이유 콘서트 대관 수익도 최소 10억 원 이상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컵경기장은 하루 전용 사용료에 더해 축구 경기나 콘서트, 공공 행사 입장료의 8%를 받기 때문이다. 일반행사는 관람 수입의 15%다.

올해는 특히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역대급’ 폭염 속에 임영웅·세븐틴·아이유 콘서트까지 겹치며 잔디 훼손 논란이 커졌다. 아이유 콘서트를 전후로 축구 팬들은 "잔디에 무대를 설치하고 의자를 깔면서 잔디가 훼손됐다"고 비판했고, 가수 팬들은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가수에게 책임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맞서며 갈등을 빚는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내년부터 ‘그라운드석 판매 제외’를 조건으로 콘서트 등 문화행사 대관을 허용하겠다"며 아이유 콘서트 이후 잔디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10월 15일 이라크전을 서울월드컵경기장 대신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치르기로 했다. 월드컵경기장 상태를 점검한 결과 잔디를 보수하더라도 생육 상황 등을 고려할 때 10월 15일에 경기를 치르기에는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경기장의 좋지 않은 잔디 상태는 오랫동안 선수들로부터 아쉬움의 대상이 돼 왔다.

특히 지난 5일 팔레스타인과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비긴 뒤 주장 손흥민은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빠른 템포의 경기를 못 한 것이 팬들에게도 아쉬우셨을 것"이라며 "홈에서 할 때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을 정도. 결국 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과 서울시가 A매치가 열릴 만한 수준으로 잔디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성곤 의원은 "서울시가 아이유 콘서트를 앞두고 그라운드석 판매 제외 등을 발표하며 마치 가수에게 잔디 훼손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갈등을 부추겼다"며 "지난해 잼버리 콘서트 강행 등에도 문제가 있었던 만큼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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