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아파트 팔아서 6억원 짜리 골드바 산 사람의 근황
불확실성 속 각광받는 금투자
9일 오후 한국금거래소 기준으로 순금 한 돈(3.75g) 가격이 52만1000원을 기록한 가운데, 금(金)테크를 둘러싼 투자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반년 전 국내 금값이 40만원을 넘어섰을 때 정점이라고 생각해서 처분한 이들은 너무 일찍 팔았다고 아쉬워한다. 혹자는 지금이라도 금 투자를 늘려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한다.
일찌감치 금테크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부러움을 사고 있다. 각국 정부 부채 증가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이 각광받는 투자처로 부상한 덕이다. 금테크 중인 한 직장인은 “훗날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생각으로 금을 장기 보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 실물투자, 단기 투자로는 적합하지 않아
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골드뱅킹, KRX 금시장, 국내외 금 상장지수펀드(ETF) 등 여러 수단이 있다. 물론 전통적인 금 투자법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바로 금은방에서 골드바같은 금 실물을 사서 금고에 보관하는 것이다.
그런데 금 실물은 단기 투자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거래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처음 살 때 부가세를 10% 내야 해서 사자 마자 10% 손실을 보는 데다, 세공비와 거래 수수료 등으로 5% 가량 비용이 더 든다. 살 때와 팔 때의 가격 차이가 10~15% 정도로 큰 것도 부담 요인이다.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생각에 생각 없이 거래했다간 단 하루 만에 30%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만큼 실물 투자만의 장점도 명확하다. 금 투자 전문가 조규원 씨는 “금 실물에 투자하면 가격 변동에 둔감해져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게 된다”며 “ETF 같은 금융자산으로 금에 투자하면 상장 폐지나 정부 통제 등과 같은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지만 금 실물은 그런 리스크에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금 실물 투자 시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개인 간 중고 거래가 있다. 하지만 진품 보장이 없고, 시세가 정확한지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장물 거래 등 범죄 노출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
골드바는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도 거래할 수 있다. 금고에 모을 목적이라면 세공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큰 덩어리 형태가 유리하다.
금융회사에서 파는 골드바 중에 가장 큰 사이즈는 중량 12.5kg짜리다. 지난 2018년 하나은행이 국내 금융회사 중에선 처음 출시했다. 가로 25.4cm, 세로 5.5cm, 높이 4.2cm의 직육면체 모양이다. 당시 가격이 6억~6억5000만원으로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어 ‘APT골드바’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렇다면 지금 ‘APT골드바’ 가격은 얼마나 할까. 9일 하나은행 일자별 기준 가격을 보면 APT 골드바의 구매 가격은 16억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 금 실물은 차익에 대한 세금이 전혀 없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미 금이 최고라는 중국
부동산, 주식 등 자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중국에선 이미 금이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요즘 중국인들의 주요 재테크 수단은 금과 채권”이라면서 “원래 금의 소비 계층은 중년층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젊은이들까지 재테크 목적으로 금을 많이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뉴욕타임스(NYT)도 “중국이 내일이 없는 것처럼 금을 사들이고 있다”며 중국의 금 사재기 현황을 보도한 바 있다.
이 여파로, 지난 달 중국의 금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량은 사상 처음 100톤을 돌파했다. 올해 1~9월 기준 중국의 금 ETF 보유량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금 강세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조규원 씨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금값이 오르는데, 평균적으로 약 10년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이번 금의 수퍼사이클(초강세장)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