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에...간단한 맹장수술도 제때 못 받게 되나”

윤성철 2024. 9. 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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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A군(부산 사하구 하단동)은 지난 23일 오후 7시 30분께 집에서 심한 복통에 시달렸다.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동네 의원에 찾아갔더니 "급성 맹장염인 것 같으니 큰 병원으로 빨리 가보라"고 권했다.

A군 어머니는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며 혹시 맹장염이 복막염으로 이어질까 두려움에 몸서리쳤다"면서 "간단하다는 맹장염 수술 하나 받으려 몇 시간 동안 이 병원, 저 병원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게, 지금 우리 현실이냐"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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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맹장염 부산 중학생, 한밤중에 이병원 저병원 전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중학교 3학년 A군(부산 사하구 하단동)은 지난 23일 오후 7시 30분께 집에서 심한 복통에 시달렸다.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동네 의원에 찾아갔더니 "급성 맹장염인 것 같으니 큰 병원으로 빨리 가보라"고 권했다.

그 자리에서 119 응급의료센터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다. "(동부산권) B대학병원과 C종합병원에서 수술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학병원까지는 집에서 무려 35km나 떨어진 거리. 하지만 어머니는 아파 울부짖는 아들을 차에 태우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급히 달려갔다. 한 시간 넘게 걸려 응급실에 도착했건만, 막상 병원에선 "(의사가 없어) 지금은 간이식 수술 외에는 수술해줄 수가 없다"고 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맹장은 간단한 수술이라던데, 제발 우리 아들 수술 좀 해달라"고 다시 매달렸다. "의사라면, 또 이렇게 큰 병원이면 맹장 정도는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역시 "안 된다", "여기선 할 수가 없다"는 것뿐.

전공의들이 대거 빠져나간 후, 대학병원 응급실은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이 넘쳐 난다. 응급의학과 의사들도 줄었지만, 이런 수술을 해줄 수술방 의사들도 턱없이 부족해진 것이 사실. 게다가 한밤 중에 당직을 서는 이들은 더 적을 수 밖에 없다.

마음이 급해진 어머니는 이번엔 C종합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다. 여기선 뜻밖에도 "청소년은 수술을 안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 아이가 만 15세 중학교 3학년이고, 키도 170㎝나 된다"면서 어려서 수술을 못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어떻게 안 되겠느냐"고 재차 통사정했으나, 돌아온 것은 "우린, 어렵다"는 대답뿐.

대학병원 "우린 간이식 수술만 한다"… 종합병원 "우린 청소년 수술 안한다"

어린이나 청소년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진료해야 한다는 '형식적' 이유도 있지만, 소아청소년 수술은 부모에 삼촌, 이모들까지 보호자들이 여럿 들러붙어 병원과 의료진을 괴롭히는 일이 잦다는 이유도 있다.

의료계에서 "(소아·청소년 수술을 기피하는 이유가) 뜻하지 않은 수술 후유증이 있거나, 예후가 좋아지는 속도가 조금이라도 느릴 땐 보호자들 비난과 민원에 아주 곤욕을 치른다"는 얘기가 나돈 것은 오래됐다. '진상' 고객에 시달리는 음식점 꼴 난다는 것.

당황한 A군의 어머니는 지인들에게 다시 수소문한 끝에 시내 한가운데, 서면의 한 종합병원으로 달려갔다. 응급실에 도착한 건 밤 10시가 다 되어서였다.

이튿날 아침, 이 병원 소화기암수술센터는 복강경 수술로 30여분 만에 맹장을 간단히 절제했다. 다행히 그때까지 맹장이 터지지는 않았다.

A군 어머니는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며 혹시 맹장염이 복막염으로 이어질까 두려움에 몸서리쳤다"면서 "간단하다는 맹장염 수술 하나 받으려 몇 시간 동안 이 병원, 저 병원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게, 지금 우리 현실이냐"고 한탄했다.

그는 "어렵게 찾아간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들이 저마다 인력이나 여러 사유를 들면서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데엔 나름 이해하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의정 갈등의 여파가 내게도 오는구나 절로 느껴졌다"고 했다.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대한외과학회 전 회장)은 26일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병원마다 의료진이 피로가 쌓여 번아웃(burn-out) 직전 상황"이라면서, "의정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간단한 맹장수술도 못 받아 목숨을 잃는 최악의 상황까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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