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마 히데오와 코나미의 사가는 약 10년 전, 이 업계를 뜨겁게 달군 세기의 화두였다. 지금은 서로가 제 갈 길을 잘 가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코지마 히데오와 코나미의 관계에 대한 루머가 들끓었고, 누가 먼저 잘못했냐부터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에 이르기까지 온갖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결과 중 하나는 모두가 공감했다.
"이제 메탈기어 시리즈는 끝났구나"
완성도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냈음에도 엄청난 게임성을 보여준 '팬텀 페인'의 영향 때문일까? 코지마 히데오가 자리를 비운 이후, 메탈기어 시리즈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많이 하락했다. 앙꼬 없는 찐빵을 보는 기분. 도쿄 긴자에서 처음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 스네이크 이터'의 시연대에 앉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출력되는 크레딧에서 참 오랜만에 코지마 히데오의 이름을 보기 전 까진 말이다.

다행히, 나는 메탈기어 시리즈의 오랜 팬이며, 원작인 '메탈기어 솔리드3: 스네이크 이터'또한 충분히 플레이한 경험이 있다.
※ 원작을 플레이하지 않은 게이머들을 위해 서사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또한, 멀티플레이 모드인 '폭스헌트'는 리뷰 빌드에서 플레이가 어려웠던 관계로 본문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장르명: 전술 잠입 액션
출시일: 2025. 8. 28
리뷰판: 사전 리뷰 빌드 버전개발사: 코나미
서비스: 코나미
플랫폼: PC, PS5, XSX|S
플레이: PS5
리메이크 게임의 리뷰는 어렵다
초점은 '원작을 얼마나 잘 담아냈는가' 이것부터 말하고 싶다. 리메이크 게임의 리뷰는 무척 어렵다. 원작을 넘기 어려운 평가 점수, 기존 팬층의 높은 기대치, 기자가 겜알못인지 판별하려는 위험한 움직임까지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원작이 이미 분석될 대로 분석된 게임이라는 점이다. 게임을 분석해야 하는 콘텐츠가 리뷰인데, 이미 내가 할 말을 모두가 아는 상황. 결국 초점은 이 게임이 얼마나 원작을 충실하게 담아냈느냐에 모이게 된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바라보는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는 충분히 기준치를 통과한 게임이다. 아니, 오히려 너무 원작과 같은 게임 감각이기에 다소 놀라울 정도였다.


반대로 말하면 과하지 않은 선에서 놀라운 디테일을 보여준다. 스네이크가 흙탕물을 헤집고 나왔을 때 신체에 묻은 진흙이 시간 흐름에 따라 말라 떨어지고 흙먼지가 되어 남는 과정, 화상이나 총상 등 피해 타입에 따라 얻은 부상과 이를 치유한 흔적, 세밀한 부분까지 표현되는 라이팅까지, 모든 면에서 '현대 게임 다운' 비주얼을 보여준다.





'뉴 스타일'의 의미
카메라가 돌 뿐인데 새로운 게임 경험
전체적으로 게임 플레이는 원작과 완전히 동일하다 볼 수 있지만, '뉴 스타일'은 델타에 이르러 완전히 새롭게 도입된 시스템이다. 설명 상으로는 탑 뷰 시점에 가깝던 기존 시점이 3인칭 시점으로 바뀐다고 하는데, 사실 시점 상의 변화 폭이 엄청나게 크지는 않다. 카메라의 위치가 고정에서 추적으로 바뀐 느낌이라 해야 할까?

하지만, '뉴 스타일'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현 시대 게임들과 같은 호흡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이게 어느 정도로 큰 체감을 일으키는지 설명하면, 팬텀 페인의 조작감으로 메탈기어 솔리드3를 플레이하는 느낌에 가깝다. 스타크래프트2처럼 한 번에 무제한의 유닛을 제어하는 스타크래프트1을 플레이하는 느낌이라 하면 적합할지 모르겠다.


여기에 힘을 더해주는 게 앞서 언급한 '놀라운 비주얼'이다. 카메라가 바뀌어도 결국 눈 안에 들어오는게 비슷비슷하다면 큰 느낌이 없을 테지만, 이 바뀐 카메라를 통해 들어오는 화면이 완전히 다듬어진, 디테일한 그래픽이다. 원작 개발 당시엔 자체적으로 짜깁기한 엔진을 활용해 개발했을 테니, 이 요소들을 그대로 언리얼 엔진에 얹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텐데 무척 성공적인 전환이다.
결과적으로, 이 '뉴 스타일'의 존재가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 스네이크 이터'라는 게임을 플레이할 가치를 만들어준다. 비주얼만 업그레이드되었다면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고민했겠지만, 시점의 변화가 이 게임을 '좋은 게임의 리메이크'에서 '지금도 충분히 할 만한 게임'으로 만들어준다.

20년의 벽을 앞둔 'MGS3'
시대를 다룬 작품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때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원작인 '메탈기어 솔리드3: 스네이크 이터'의 주제는 '시대(SCENE)'다. 대전이 끝나고, 국제 질서가 '냉전'으로 정립되던 시기. 원작은 충성심과 정의, 그리고 이념 간 충돌을 배경으로 '더 보스'의 시대가 저물고 시리즈의 상징적 인물인 '빅 보스'의 시대가 시작되는 과정이 원작의 서사이며, 이를 너무나 훌륭히 써내려갔기에 원작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동시에, 전작과 후속작들의 이야기가 빛을 볼 수 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 스네이크 이터'의 감성은 20년 전이다. 아무래도 현 시대의 눈높이에서 보면, 찬란할 정도로 촌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중학교 2학년도 한 수 접어줄 오셀롯부터, 이에 지지 않는 스네이크. 젠더 감수성을 소련에 두고 온 볼긴 대령이나 비키니 첩보전을 벌이는 EVA까지.

20년 전만 해도, 콘솔 게이머들의 선택지는 그리 넓지 않았다. 게임샵에서 아저씨가 추천해주는 게임을 가져오면, 울며 겨자먹기로 해야 했다. 재미있을 줄 알고 가져왔더니 아니었거나, 반대로 아무 기대 없이 가져온 게임이 너무나 좋았던 기억은 그 시대 게이머들에게 한 번 쯤은 다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게임 기자로서의 나를 완성해준 경험이다.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 스네이크 이터'도 시험대에 서 버렸다. 너무나 좋은 게임이고, 곱씹을 만한 서사와 재미를 갖춘 게임이지만, 지금처럼 단박에 게이머를 사로잡는 게임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일부 연출은 너무 옛스럽기도 하다. 시대를 주제로 다룬 게임이 이 '시대의 간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것이 '메탈기어 솔리드 델타: 스네이크 이터'의 앞날을 가르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