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정원 최대 7011명 원해" vs 의료계 "여론몰이용 졸속 조사"
전국 40개 의대가 지금보다 최대 4000명에 육박하는 정원을 추가로 늘려줄 것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의료계에선 "당황스럽다", "의미 없는 조사", "정책 반영 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라는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21일 오후 3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국 의대 정원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40개 의대가 제시한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이다. 이들 각 대학은 정원을 계속 늘려 2030학년도까지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을 추가 증원하기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의대 정원은 전국 의대를 모두 합쳐 3058명이다. 만약 정부가 이번 수요조사 결과 그대로를 증원 규모에 반영한다고 가정하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최대 5905명, 2030년엔 최대 7011명까지 될 전망이다. 실제 증원 규모는 '의학교육점검반' 현장 실사와 내부 검토 등을 거쳐 내년 1월쯤 확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대규모 의대 증원'을 선택해도 부담을 덜 하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당사자들의 희망 사항만 담은 정부의 이번 의대 정원 수요조사를 졸속·부실·불공정 조사로 규정한다"며 "비과학적 조사 결과를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여론몰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입장을 냈다. 의협은 "과학적 분석은 온데간데없고, 대학과 병원이 원하는 만큼, 지역 정치인과 지자체가 바라는 만큼이 의대 정원의 적정 수치가 됐다"며 "이후 이어질 형식적인 현장 점검은 정치적 근거를 과학적 근거로 둔갑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이필수 의협회장은 "정부가 지금처럼 과학적 근거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의대 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면 의협은 14만명의 의사들의 총의를 한데 모아 의료계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며 "지난 2020년보다 더 강력한 의료계의 강경 투쟁에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력한 총파업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기피 과 중 하나인 산부인과의 개원가 단체의 수장인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제시된 숫자(의대 증원 규모)는 상징적인 뉴스로서의 의미가 퇴색된 느낌"이라며 "비과학적인 의대 증원의 수요조사는 의과대학의 의사를 대변하기보다는 소속 대학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소속 대학의 희망 고문 수요조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수요조사를 '전 국민 대상 한강뷰 아파트 수요 조사'에 빗대기도 했다. 마치 전 국민에 '한강뷰 아파트를 갖기를 원하는지' 묻는 셈이었다는 것이다. 김재연 회장은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린 결과는 20년 후에나 나올 텐데, 그때가 되면 모두 없어질 권력들이 황당한 일을 벌이는 중이다. 책임없는 권력의 횡포"라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에서 보는 의대 증원은 내년 총선의 득표 전략일 뿐 10년 뒤 의료는 관심 밖의 일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이번 수요조사 자체가 의미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의과대학의 단순 증원 희망 사항을 발표했을 뿐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 부족에 대한 대책은 하나도 없이 각 의과대학의 근시안적인 몸집 불리기에 그친 것"이라며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려 한다면) 향후 국가의료대계를 크게 그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조사 결과가 대규모 증원을 원했을 것으로 예측은 했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커 당황스럽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방의 미니 의대(입학 정원 50인 이하의 의대)는 몸집을 늘리고 싶어 하니 희망 의대 정원을 크게 불렀을 것이고, 이미 규모가 큰 의대는 자원·인력 등 교육의 질을 잘 갖췄으니 우리부터 먼저 늘려달라고 증원을 외쳤을 것"이라며 "예상했던 것보다는 의대들의 희망 증원 규모가 컸다"고 언급했다.
한마디로 큰 의대든 작은 의대든 저마다 의대생을 많이 받고 싶었을 것이란 견해다. 박 교수는 "증원하지 않고 현재의 의대 정원(3058명)을 그대로 유지한다 해도 2050년이면 의사 144명이, 2060년이면 의사 2만9515명이, 2070년이면 의사 7만4662명이 남아돌 것으로 관측된다"며 "당장은 의사가 부족하니 늘리되 인구수 변화 추이를 세밀하게 계산해 5년 단위로 의대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간의 전례에 따르면 의협은 앞선 정부에서 의대 정원을 줄일 때마다 반가워했다. 2000년 의약 분업 입법 이후 의대 정원을 점차 줄여 현재의 의대 정원(3058명)을 확정한 2006년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어떤 국가를 막론하고 보건의료의 문제가 단지 병원이나 의사 수를 증설·증원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현재 가진 시설·인력을 국민의 경제·사회적 지위와 여건에 맞게 적절한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시스템을 개발하고 재설계하는 게 국민의료의 이용 가능성을 제고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 수를 늘릴 게 아니라 현재의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에서였다.
의협은 과거 정부가 '의대 정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직후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의약 분업 후인 2003년, 정부가 "2007년까지 의과대학 정원을 10% 수준인 351명 감축하겠다"고 결정한 데 대해 의협은 "정부의 이번 정원 감축 계획은 그동안 의료계가 요구해 온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정부가 의대 정원 감축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기존의 '증원 정책'에서 '감원 정책'으로 전환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심지어 당시 의협은 "이번 10% 감축에서 만족하지 말고, 우수한 의사 인력 양성을 위해 30% 감축 방안을 단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피의자가 국가대표 해도 되나요"…황의조 출전에 비판 잇따라 - 머니투데이
- "지원금 받아 데이트" vs "오해"…고딩엄빠4 출연자 사생활 논란 - 머니투데이
- "무슨 소리야" 외도 발뺌하던 예비신부…'통화 녹음'에 딱 걸렸다 - 머니투데이
- 8천만원 대출 다 써버린 아내, 돈 갚는 남편 지적에 "XXX아" 분노 - 머니투데이
- 16기 상철, 女관계 문란? 19금 메시지?…"영숙·영철·변혜진, 고소" - 머니투데이
- "음주운전 곽도원, 원망스러워"…개봉 2년 미룬 곽경택, 솔직 심경 - 머니투데이
- 껴안고 죽은 폼페이 일가족 화석?…2000년만에 밝혀진 진실 - 머니투데이
- 서동주, 경매로 산 집 알고보니…"7~8년 후 재개발" 겹경사 - 머니투데이
- '1억 빚투' 이영숙, 재산 없다?…"토지 압류당하자 딸에 증여" 꼼수 - 머니투데이
- "외벌이 띠동갑 남편, 딴여자 생겨"…6년간 '월말 부부', 아내의 고민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