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무려 3,690만 명. 숫자만 보면 부활이자 축제다. 그러나 그 현장의 공기는 조금 다르다. 관광의 불빛이 환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진다.
그중에서도 오사카(Osaka)는 환호와 피로, 두 얼굴의 도시가 되어버렸다. 도톤보리의 네온은 여전히 화려하지만, 그 뒤편의 일상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폭발적인 인기, 그리고 ‘관광 피로’라는 대가

엔저(円安)의 영향으로 일본 여행이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오사카는 여행객들의 첫 목적지가 됐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신사이바시 쇼핑 거리, 도톤보리 글리코상 앞은 하루에도 수천 명의 인파가 몰린다.
하지만 이렇게 몰려든 관광 열기는 도시의 숨통을 죄고 있다. 지하철은 만원이고, 좁은 골목에는 캐리어가 가득하며, 밤에는 웃음소리 대신 주민들의 한숨이 들린다.
‘관광이 도시를 살린다’는 말은 여전히 맞지만, 지금의 오사카는 그 말의 뒷면을 보고 있다.
“세금이라도 필요하다”… 오사카의 고심

관광객 증가로 인한 도시 비용은 만만치 않다. 청소 인력 확충, 공공시설 유지, 교통 혼잡 완화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결국 오사카부는 숙박세 인상과 관광세 도입 논의를 시작했다.
이미 숙박세는 존재하지만, 2025년 9월부터는 세율이 인상된다. 숙박요금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최대 400엔(약 3,700원)까지 세금이 붙는다. 이는 연간 약 80억 엔(720억 원) 규모의 세수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관광 부담금’은 헌법상 형평성 문제로 보류됐다. 결국 오사카는 “차별 없는 과세”라는 현실적인 방향을 택했다.
오사카의 고민은 단순히 ‘돈을 더 걷자’가 아니라, “관광의 질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엑스포 앞둔 도시, 더 큰 숙제를 받다

다가오는 EXPO 2025 오사카·간사이 국제박람회는 일본의 자존심 프로젝트다. 2,80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오사카 시민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지금도 이렇게 붐비는데, 내년엔 어떡하지?”
이에 오사카부는 숙박세 인상 외에도, 체류 인원 제한과 쓰레기 관리 시스템 개선, 관광객 예절 캠페인 등을 강화하고 있다. 단기적인 수익보다 지속 가능한 관광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다.
이제 오사카는 관광객의 숫자가 아니라, 머무는 시간의 질로 평가받고 싶어 한다.
여행자에게 묻는, ‘당신의 태도’

여행지의 불편함은 대개 그 도시가 아니라, 여행자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예약 전 숙박세 포함 여부를 확인하고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자.
밤늦은 시간에는 조용히 걷고,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가자.
지역 상점가에서는 천천히 걷고, 현지인에게 먼저 길을 양보하자.
오사카가 힘들어하는 이유는 ‘많이 와서’가 아니다. ‘너무 무겁게’ 머물렀기 때문이다.
3,690만 명의 환호 뒤에 남은 질문

2024년 일본을 찾은 여행객이 3,690만 명. 그 숫자 뒤에는 또 하나의 문장이 따라온다.
“이제, 여행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오사카는 지금 그 변화를 몸으로 겪고 있다. 관광객이 줄길 바라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배려하고, 조금 더 조용히 머물러주길 바란다. “제발 여행 오지 마세요.”라는 말은 불친절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환대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예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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