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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상법이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한 순환출자 고리다. 삼성물산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며 삼성전자·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이를 통해 오너 일가가 그룹 전반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번 상법 개정의 '3%룰'은 이 같은 지배구조 핵심부를 겨냥하고 있다.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해 삼성 계열사 이사회의 권력 지형에 구조적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우호 지분 방패 무력화, 흔들리는 삼성의 방어선
3%룰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다. 감사위원은 이사회 내부에서 경영진을 감시하는 핵심 기구다. 재무제표 검증, 회계처리의 적정성 확인, 내부통제 감독 등을 통해 회사 자산이 특정인의 이익에 남용되지 않도록 막는 최전선이다.
삼성처럼 오너 지분율이 낮은 그룹에서는 감사위원이 독립적으로 선임될 경우, 자사주 소각·배당·계열사 합병·분할 같은 민감한 의사결정에서 총수 일가의 뜻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3%룰은 삼성의 지배구조 안정성에 직접적 파장을 미친다.
삼성물산은 삼성 지배구조의 최정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9.93%),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6.15%),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6.86%)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총 36%에 이른다.
지금까지는 제도상 각자 최대 3%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들 특수관계인 지분이 합쳐지면 실제 주총에서 약 12%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는 국민연금(7.61%), KCC(10.01%) 등 주요 주주와의 연합을 통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우호 지분 방패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개정된 상법의 3%룰이 적용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전체를 합산해도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는 단 3%까지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12% 수준으로 행사 가능하던 오너 일가의 의결권이 4분의 1로 축소되는 셈이다. 국민연금이나 외국인 투자자, 행동주의 펀드가 연합할 경우 삼성 측이 확보할 수 있는 방어 지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힘 커진 외국인·국민연금
삼성물산은 오래전부터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주요 타깃이었다. 2015년 미국계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지분 7.12%를 기반으로 합병 비율 산정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반대했다. 당시 삼성물산 3대 주주였던 엘리엇은 합병 저지 시도를 넘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소송까지 이어갔다.
이 같은 압박은 2024년에도 재현됐다. 씨티오브런던, 화이트박스 등 다섯 곳의 기관투자가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주주제안서를 제출하며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요구한 것이다. 명분은 소수주주 권익 보호였지만 실제 목적은 배당을 통한 수익 극대화와 경영권 견제에 있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거에는 국민연금과 특수관계인 지분에 힘입어 방어가 가능했지만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단기적 충격은 크지 않다. 개정 상법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되지만 삼성물산 감사위원 2명의 임기가 2026년 3월까지 보장돼 있어 실제 적용은 2027년 3월 이후에야 이뤄질 전망이다. 그 시점부터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감사위원 선임 관련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향후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은 단순한 상징적 압박을 넘어 실제로 삼성물산 이사회 권력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실질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재계에서 제기된다.
아울러 삼성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흔들릴 경우 그 여파는 곧바로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그룹의 중심축이지만 오너 일가의 직접 지분율은 높지 않아 외부 주주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는 구조다. 최대주주는 삼성생명(8.60%)이며 국민연금(7.57%), 블랙록(5.07%) 등이 뒤를 잇는다. 삼성물산은 5.05%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장 개인 지분은 1.63%에 그친다.
특히 삼성전자 주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표심은 결정적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에 따라 집단적 행동이 발생하면 감사위원 선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상법 개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63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고 삼성전자 주가도 5% 가까이 뛰었다.
삼성으로서는 단기적 주주환원 조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장기적 주주 신뢰 구축을 통한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향후 10년 그룹 지배구조의 안정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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