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친오빠’ 즉각 입장 낸 대통령실, ‘여론 조작’ 의혹엔 함구

이승준 기자 2024. 10. 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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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 한겨레 자료사진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커지고 있지만, 대통령실이 ‘선택적 대응’에만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까지 대통령실이 명씨와 관련된 무수한 의혹에 대해 해명한 것은 단 두차례, 그나마도 해명이 부실해 번번이 되치기 당하고 있다. 야당에선 “대통령실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직접 의혹에 답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16일 ‘명씨가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전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해 유포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전날 명씨가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전 직원 강혜경씨와 명씨의 통화 녹취 공개로 불거진 ‘여론조사 결과 조작’ 의혹은 대선 후보 경선 절차의 공정성과 맞닿아 있는 중대한 사안인데, 이에 대해서 침묵만 지키고 있는 것이다. 명씨가 가진 카드를 모두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대응에 나섰다가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의 이런 태도는 전날 명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속에 등장한 ‘오빠’가 누구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자 한시간도 안 돼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 여사의 친오빠”라고 해명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문제는 대통령실의 해명 이후 ‘오빠 논란’이 오히려 가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명씨가 전날 다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친오빠는 정치적인 걸 논할 상대가 아니”라며 “오빠는 윤 대통령”이라고 밝힌데다 ‘김 여사가 대통령을 오빠라고 부르는 걸 들었다’는 정치권 주변 인사들의 증언이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친한동훈계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누가 봐도 그런 식의 해명이 설득력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고, 보수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지금 상황에서 그걸 액면 그대로 받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런 비판에도 “영부인이 대통령을 오빠라고 부르지 않는다. (명씨가 공개한 메시지는) 대선 경선 전 의미 없는 대화일 뿐”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반면 명씨는 이날도 채널에이(A) 인터뷰에서 “김 여사 오빠는 나에게 야단맞아 전화도 못 한다”며 김 여사 오빠에게 “매제(윤 대통령)가 대통령 되면 가만히 있으라 했다”고 밝히는 등 윤 대통령 일가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대통령실의 부실한 해명이 오히려 의혹을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그간 명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면서도, 단 두차례 해명을 했다. 하지만 ‘카톡 속 오빠는 친오빠’란 해명뿐 아니라 ‘윤 대통령이 명씨를 만난 건 대선 전 자택에서 두차례뿐’이었다는 첫 해명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비슷한 시기에 ‘명씨와 윤 대통령을 자택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함께 만난 적이 있다’는 이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신빙성이 흔들리고 있다.
야당은 명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 부부가 직접 답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윤 대통령 부부가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지금까지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행했는지, 직접 국민 앞에 있는 그대로 소상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통령실의 해명대로 카톡 메시지 속 오빠가 김 여사의 친오빠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의 친오빠가 대선 캠프와 이후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그간의 의혹을 뒷받침한다는 주장이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오빠가 누구냐는 ‘바이든-날리면’에 이어 두번째 국민 퀴즈다. ‘남편 오빠’면 바보가 되고 ‘친오빠’면 농단이 된다”고 꼬집었다. 김 최고위원은 “고발도 못 할 만큼 완전 의지하는 ‘명 선생’의 여론 신기가 국민의힘 후보를 홍준표에서 윤석열로 바꿨냐”며 “본질은 대선 조작이다. 대선 과정에 작동한 불법 표본조작, 통계조작을 국민 앞에서 확인하자”고 했다.

이승준 기민도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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