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담력이 이럴 수가… 클러치 상황 지배하는 루키, 이대로 끝내기는 너무 아깝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 SSG 내야진의 큰 수확 중 하나인 루키 정준재(21·SSG)는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마무리했다. 정규시즌 시작까지만 해도 정식 등록 선수도 아니었던 정준재는 5월부터 1군 시즌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부럽지 않은 성적을 완성하고 있다.
동국대 2년을 마치고 얼리드래프트로 나와 2024년 SSG의 5라운드(전체 50순위) 지명을 받은 정준재는 29일 현재 시즌 87경기에서 타율 0.311, 1홈런, 23타점, 16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83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캠프 당시부터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비 활용성, 그리고 대주자 요원이 부족했던 당시의 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력을 기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와 더불어 타격에서도 호성적을 내고 있으니 두 눈이 크게 뜨일 수밖에 없다.
놀라운 것은 타격 성적도 계속 오름세라는 사실이다. 보통 신인 선수들은 초반에 반짝하다 중반 이후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야 함은 물론, 상대 팀들의 분석이 집요해지면서 약점을 파고 들고, 성적이 떨어지는 와중에 심리적인 슬럼프도 같이 겪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런데 정준재는 완전히 반대다. 오히려 갈수록 더 방망이가 타오른다.
정준재는 5월 12경기에서 타율 0.240, OPS(출루율+장타율) 0.640을 기록했다. 당시는 대주자·대수비 요원으로 생각했으니 이 성적도 크게 흠잡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6월 20경기에서는 타율 0.297, OPS 0.719로 타격 성적이 더 나아졌다. 7월 15경기에서는 타율 0.343, OPS 0.839로 웬만한 리그 주전 2루수들의 OPS를 추월하기 시작하더니, 9월 16경기에서는 타율 0.364, OPS 0.944로 대폭발했다.
정준재는 전형적인 장거리 타자는 아니다. 작은 체구에 콘택트, 그리고 끈질긴 승부와 커트 능력, 선구안이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9월 16경기 장타율이 0.527이다. 타구를 꽤 멀리 보내면서 발이 만나 2루타나 3루타를 자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체구라 전형적인 ‘똑딱이’라고 얕보면 큰일이다. 9월 20개의 안타 중 7개가 2루타 이상의 장타다.
정준재는 이 비결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에서 특별히 발전했다기보다는 많은 타석에 안정적으로 들어서며 1군 투수들의 공과 경기장 분위기에 적응한 것을 뽑는다. 하지만 말이 쉽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정준재의 특별한 재능을 실감할 수 있다. 재능보다 노력이 더 보이던 선수였는데 알고 보니 재능까지 탁월하다는 것이다. 추후 3할을 칠 수 있는 내야수로 성장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더 놀라운 것은 클러치 상황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준재의 올 시즌 타율은 0.311인데, 득점권 타율은 0.364로 더 뛴다. 주자가 있을 때 더 강하다. 올해 주자가 없을 때의 타율은 평균보다 못한 0.296인데, 주자가 있을 때는 0.330으로 뛰고, 득점권은 0.364, 가장 많은 압박을 받는다는 만루 타율은 0.500이다. 특히 2루에 주자가 있을 때(.325), 3루에 주자가 있을 때(.409) 타율이 높다. 정확한 콘택트를 바탕으로 많은 타점을 만들어냈다. 클러치 상황은 압박감을 대처하는 게 큰 문제인데 정준재의 남다른 담력은 이를 이겨내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동점 주자가 있을 때는 타율이 0.400에 달하고, 역전 주자가 있을 때의 타율은 0.500이다. 보통 승부처가 많은 7~9회 타율은 0.379로 경기 초반보다 후반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좌타자임에도 불구하고 좌완을 상대로 타율 0.333, 출루율 0.455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인상이 깊다. 어떤 상황을 가리지 않고 꾸준하게 자신의 타율을 유지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것이야 말로 진짜 3할 타자의 전제 조건이다.
체력적으로 약간 처지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자신하는 정준재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0.353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고려하면 거짓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즌이 더 남아 있지 않은 게 억울할 정도의 타격 페이스다. 아직 기회는 있다. 현재 리그 6위인 SSG는 30일 인천에서 열리는 키움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승리한다면 kt와 공동 5위가 된다. 이 경우 1일 KBO리그 역사상 첫 번째 5위를 둔 타이브레이커가 열린다. 여기서 이기면 하기 나름에 따라 계속 야구를 이어 갈 수 있다. 이대로 끝내기는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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