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한 권력의 무책임 때문에 왜 수많은 사람이 고통 받아야 합니까”
대책 없는 무정부 상태 장기화에 서민 피해 가중…“서민경제 살리기 1순위로 삼아야”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비상계엄 후폭풍에 서민들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고물가·고환율로 인한 내수부진, 주식시장의 침체 등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계엄령 후폭풍까지 겹쳐 서민 경제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국민 중 상당수가 다양한 이유로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함께 민생 안정을 위한 긴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비상계엄 날벼락에 ‘환율 폭등’ ‘상권 황폐화’ ‘관광객 급감’ ‘주가 하락’ 부작용 속출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계엄 발생 직후 정국 불안을 우려한 외국인 자본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연일 1400원대를 웃돌고 있다. 오후 2시2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28.10원을 기록 중이다. 환율 상승은 곧장 국민 피해로 이어졌다. 당장 유학생을 둔 부모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타국에 있는 자식에게 송금해야 하는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어학연수로 딸을 미국에 보낸 강상진 씨(56·남)는 “아이의 생활비를 보내줘야 하는데 최근 환율이 급격하게 올라 지출액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수입이 일정한 직장인 입장에서 갑자기 비용 부담이 커지니 고통이 상당하다. 결국 생활비를 줄이며 뒷바라지를 하고 있지만 오래는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환율 상승의 여파로 국내 휘발유와 경유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당 평균 1641.0원으로 전주 대비 3.6원 올랐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도 전주 대비 6.5원 상승하며 리터당 평균 1482.3원을 기록했다. 석유업계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진다면 유가 또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대목을 맞이한 골목상권에도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정국의 혼란이 사회 전반의 혼란으로 이어지면 연말 분위기 또한 잔뜩 얼어붙은 상태다. 특히 정치권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재계와 공직사회에서는 미리 계획했던 연말 모임을 취소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명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정현미 씨(54·여)는 “이곳에서 수년 간 장사를 하고 있는데 이번 주에만 직장인 연말 회식 예약이 3건이나 취소됐다”며 “그 중 2곳이 관공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예약손님들과 통화를 해보니 이번 계엄 때문에 눈에 띄는 행동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겨냥한 상권 역시 방문객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한국을 ‘여행위험 국가’로 지정하는 등 해외 각국에서 한국 여행 자제 권고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실제로 ‘외국인의 성지’라 불리며 평소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던 명동에 위치한 한 아이돌 음반 및 굿즈 매장 내부는 손님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매장 직원 최현지 씨(28·여)는 “평소 아이돌 굿즈 가게의 경우 시간대에 상관없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주 들어 매장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해외에서 한국은 위험 국가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언행에 있어 항상 신중함을 기해야하는데 이번 윤 대통령의 계엄령은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폭정이나 다름 없었다”며 “이번 사태로 수많은 국민이 현재 그 후폭풍을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타 국가에 비해 자영업자 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속하기 때문에 계엄의 후폭풍 또한 크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선량한 시민들을 피해자로 방치하면 안된다”며 “각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 TF팀을 꾸려 긴급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국회도 탄핵사태를 둘러싼 정치적 분쟁과 별개로 서민경제 살리기 현안에 대해서 만큼은 여·야 모두가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밸류업 한다더니 오히려 디스카운트…동학개미들도 두 손 들고 포기한 계엄 후폭풍
국가 경제적 불안이 커지면서 1400만 개미투자자들 역시 실질적인 투자 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보유 주식을 매도하며 국내 증시를 떠나는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올해 8월 블랙 먼데이 사태 등 사상 초유의 증시 급락 사태에도 꿋꿋이 버텼던 개미투자자들은 “계엄 후폭풍은 무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9일) 개인은 코스피 8890억원, 코스닥 3030억원 등 총 1조1920억원 규모의 주식을 각각 매도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026억, 6920억원 매수에 나선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같은날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각각 전일 대비 2.78%, 5.19% 하락하며 나란히 연저점을 찍었다. 특히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11월 3일 이후 약 1년 1개월만에 2400선이 붕괴됐다.
한 소액주주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코리안 디스카운트 해소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윤 대통령에 의해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심화됐다”며 “그동안은 어떻게든 국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는데 더 이상은 무리다. 한국 증시에선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이번에 미국 증권 거래 계좌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인이 신뢰도를 이유로 한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외국 주식으로 넘어가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국부가 유출되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며 “투자는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지만 해외 투자로 넘어간 자국민들을 다시 국내 증시로 복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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