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빼고 난리나는데… 해외에서 러닝 대신 열풍인 '이 운동'

무거운 가방 메고 걷는 운동 '러킹', 한국에서는 왜 아직 낯설까
해외에서 러닝 대신 뜨고 있는 러킹 운동(AI생성) / 헬스코어데일리

한낮 기온이 35도 가까이 오르는 요즘, 땀을 흘리며 뛰는 운동은 체력 소모뿐 아니라 부상 위험도 크다. 특히 장시간 러닝은 무릎과 발목에 큰 하중을 주기 때문에, 실외 활동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대안을 찾게 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러킹(rucking)’이라는 걷기 기반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무게를 담은 백팩이나 전용 조끼를 착용하고 걷는 방식으로, 군장에서 착안했지만 단순한 행군과는 다르다.

러킹은 최근 몇 년간 해외 피트니스 시장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걷기에 무게를 더하는 단순한 방식이지만, 칼로리 소모와 심폐 지구력 향상 효과가 크고 부상 위험이 낮아 남녀노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군 복무 경험자들에게 행군을 떠올리게 해 심리적 장벽이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이유가 오히려 국내 시장에선 ‘가장 익숙하면서도 낯선’ 운동으로 남아 있다.

한국에선 낯선데 해외선 열광…무거운 가방 메고 걷는 이유

러킹 운동을 위해 가방에 짐을 넣는 모습(AI생성) / 헬스코어데일리

2010년대 피트니스 시장은 크로스핏, HIIT(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처럼 강도 높은 운동이 주도했다. 당시에는 ‘No pain, no gain(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이라는 구호가 널리 퍼졌고, 훈련 강도를 높이는 것이 성과로 직결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훈련과 부상 문제가 잇따랐고, 회복과 부상 방지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미국운동협회(ACSM)와 미국스포츠의학아카데미(NASM)는 최근 보고서에서 회복 중심 운동이 전 세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심박 변이(HRV)와 회복 지수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 보급도 이런 흐름을 가속했다. 피트니스 업계는 단순한 체력 향상보다 장기적인 건강 유지와 부상 방지를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러킹은 이 변화에 부합하는 운동이다. 걷기에 무게만 더하면 되기 때문에 동작은 단순하지만, 일반 보행 대비 칼로리 소모량은 최대 3배까지 높아진다. 심박수를 ‘Zone 2’ 구간으로 유지하는 유산소 훈련에도 적합하다. 특히 러닝과 비교했을 때 무릎에 전달되는 충격이 크게 줄어든다. 체중 68㎏ 성인이 달릴 때 무릎 하중은 약 544㎏에 달하지만, 러킹은 약 220㎏ 수준에 그친다. 이 수치는 무릎 질환자, 과체중, 중장년층도 러킹에 도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회·장비·커뮤니티까지 만든 미국의 러킹 문화

한 남성이 가방을 메고 러킹 운동을 하는 모습(AI 생성) / 헬스코어데일리

미국에서는 러킹이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하나의 ‘참여형 문화’로 발전했다. 전국적으로 러킹 크루가 조직돼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매달 수백 건의 이벤트가 열린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코스튬 러킹’이나 참전 용사와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러킹’이 대표적이다. 완주자에게는 한정판 패치가 수여되며, 이를 군용 백팩에 부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장비 시장도 급성장했다. 2008년 미 특수부대 출신 제이슨 맥카시가 설립한 고럭(GoRuck)은 러킹 전용 백팩과 웨이트 플레이트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매출 65% 증가를 기록했다. 웹사이트 방문자 수도 44% 늘었다. 미스터리 랜치, 5.11 택티컬 같은 전술 장비 브랜드도 러킹 전용 제품군을 확대했고, 전용 조끼와 가방, 맞춤형 웨이트 플레이트가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대회도 활발하다. 고럭이 주관하는 ‘고럭 챌린지’는 근력, 민첩성, 지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특수부대 훈련 방식을 도입해 진행된다. 지난 15년간 1만 회 이상 열렸으며, 참가자들은 교관 인솔 하에 목표를 수행한다. 가민(Garmin) 같은 웨어러블 제조사는 러킹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전용 기능을 제공하며, 운동 기록과 성취감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군장 행군 이미지 벗고 새 운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커뮤니티로 확산된 러킹 운동(AI생성) / 헬스코어데일리

한국에서 러킹은 아직 생소하다. 군 복무 경험자들에게는 훈련의 연장처럼 느껴져 거부감이 크고, 러킹 장비를 판매하는 전문 업체도 거의 없다. 러킹 커뮤니티나 관련 콘텐츠 생태계도 초기 단계다. 한 운동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러킹 소개 영상에는 “그냥 행군 아니냐”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은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러킹은 고가의 전문 장비 없이도 시작할 수 있고, 걷기 운동을 선호하는 인구가 많은 한국에서는 ‘걷기 이상의 걷기’라는 새로운 포지셔닝이 가능하다. 특히 무릎 부상 경력이 있는 사람들, 체중 감량을 원하는 직장인, 야외 활동에 흥미를 느끼는 청년층까지 폭넓은 타깃을 확보할 수 있다.

러킹이 국내에 정착하려면 단순히 운동법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해외처럼 완주 기념 패치나 테마형 이벤트를 기획해 참여 동기를 높이고, 웨어러블 연동을 통한 성취감 강화를 병행할 수 있다. 무게 조절 가이드와 올바른 착용법 교육 등 안전 관리 체계 마련도 필수다.

또한 러킹을 단순한 ‘군장 행군’ 이미지에서 벗겨내고, 건강과 체력 향상을 위한 현대적인 운동으로 재브랜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도심 속 전용 러킹 코스 개발, 직장인 퇴근 후 러킹 모임, 주말 아웃도어 프로그램 등 생활 속에 녹아든 운영 방식을 도입하면 참여 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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