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대표 개인 이미지에 절대 의존 리스크 자초
새로운 감시문화 ‘디지털 시추놀이’에 치명상 입기도
프랜차이즈 사업주-기업 주주 이해상충, 상장 말았어야
가맹점주 지속가능 사업모델 구축이 근본적인 해결책
백종원 대표는 방송을 통해 친근하고 전문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며 대중적 호감도가 높은 식음료산업의 대표 기업인이다. 그의 개인적 이미지는 더본코리아 브랜드의 전체 인지도와 초기 신뢰도 구축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하지만 기업 성장이 백종원 대표 한사람의 개인적 이미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소위 ‘키맨 리스크’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상장 이후 주가 하락폭이 49% 이상으로 확대되고 지난 3년간 출점수(1612개) 대비 폐점수(581개)가 36%에 달하는 등 더본코리아의 가맹점 사업모델의 지속 가능성 우려가 백종원 논란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사업의 리스크는 가맹점주가 부담하고 수익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향유하는 수익모델에 대한 비호감이 축적되는 부정적 사업환경이 근본적 리스크 요인인 셈이다. 더구나 기업 상장으로 소액 투자자 손실이 확대되면서 가맹점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의 IPO 타당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증폭시키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프랜차이즈 기업의 경우 가맹점주의 이익과 주주들의 이해가 상호 충돌하기 때문에 IPO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감안하면 더본코리아의 상장은 애초에 잘못된 선택이었고, 지금의 여러 문제들을 야기시킨 근본 원인일 수도 있다.
더본코리아는 ‘백다방’을 비롯해 25개에 달하는 브랜드로 구성된 프랜차이즈 사업모델이다. 사업규모 확대가 커지면 모든 가맹점의 상품과 서비스 품질의 일관성 유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 퇴출되는 가맹점의 수보다 신규 합류하는 가맹점 수가 많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과장 광고 등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끊임없이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 일부 매장의 문제가 전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한 새로운 사업분야에 진출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골몰상권 침해’ 논란이 반복되기도 한다. 특히 ‘백종원 거리’ 조성사업 등은 이러한 논란을 증폭시키고 ‘예산시장 장터 살리기’ 사업은 최근 상표등록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그 공익적 진정성도 의심을 받는다.
SNS세계에서 대중의 관심은 호감과 비호감이 순식간에 뒤바뀌며 극단으로 대립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추’의 시대다. ‘시추’는 석유 탐사를 이르는 말이다. 석유 시추처럼 디지털 세계에 묻혀 있는 특정 인물이나 기업의 과거 기록을 낱낱이 들추어 잘못이나 논란거리를 찾아내고 폭로하고 사법당국에 신고까지 하는 새로운 감시문화를 말하는 신조어다.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선수 정치인 등 주로 특정인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시추 놀이’가 기업 경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정 기업 대상으로 대중의 디테일한 검증은 SNS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되고 변명할 틈도 주지 않고 삽시간에 퍼지며 기업의 명운을 뒤흔들기도 한다. 과거 일방적 정보전달 시기와 달리 이제 소비자와 대중은 정보 생산자이자 심판자로 나선다. 이 과정에서 어떤 기업은 치명상을 입고 브랜드 가치가 나락으로 떨어지며 경영권을 잃기도 하지만 일부 기업은 위기를 딛고 체질개선의 계기로 삼기도 한다.
남양유업은 ‘시추놀이’ 파장으로 기업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를 시작으로 이후 창업주 손녀의 마약파문, 경쟁사 비방 댓글 의혹 그리고 2021년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효과 허위 발표는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경영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사모펀드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해 결국 홍원식 회장은 경영권을 내놓았고, 지금도 여러 불미스러운 소송에 휩싸여 있다.
SPC 그룹 역시 ‘시추 놀이’의 뼈아픈 경험을 했다. 2022년 10월 SPL 평택 제빵공장의 20대 여성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는 SPC 불매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사고처리 과정의 미흡한 대처와 반복된 산업재해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디지털 ‘시추 놀이’ 대상이 되면서 SPC 그룹 전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분노를 폭발시켰다. 주력 브랜드인 파리바게트와 베스킨라빈스 등의 매출이 급감해 가맹점주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대책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SPC는 대국민 사과와 1000억원 규모의 안전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추된 이미지 회복은 쉽지 않았다. 최근 또다시 시흥 SPC 공장에서 여성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 발생으로 ‘시추 놀이’가 되살아나며 과거의 사건까지 재소환될 조짐이다.
대한항공은 오너 리스크가 어떻게 기업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 2014년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2018년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등 오너 일가의 연이은 갑질 논란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익명 채팅방을 통해 연대하여 촛불집회를 열며 오너 일가 퇴진을 요구하는 등 실추된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 신뢰 훼손은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쿠팡 역시 ‘로켓배송’ 이면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과로사 문제, 창업주 국적 논란, 자사상품(PB) 밀어주기 의혹 등 끊임 없는 ‘시추 놀이’ 대상이 됐다.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 강도는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고 불매운동 조짐도 수 차례 있었다. 하지만 쿠팡은 압도적 시장 지배력과 소비자 편의성을 바탕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며 버텨냈다. 2024년 41조원 매출 달성과 2년 연속 흑자기조 유지에 이어 올 해 1분기도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21% 성장하고 순이익 1656억원으로 재무적 외형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노동 문제와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신뢰구축은 여전히 ‘시추 놀이’ 대상으로 남아있다.
끊임없는 ‘시추 놀이’에 시달리던 백종원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3개월 내에 300억원을 투입해 매출 감소로 힘들어하는 가맹점주를 지원해 상황을 반전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할인 프로모션과 로열티 수수료 면제, 식자재 가격 할인, 신메뉴 출시와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 가맹점주의 영업성과가 개선되면 지금의 악화된 여론과 경영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3개월 후 백종원과 더본코리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거에 불식되고 원래의 우호적 분위기로 반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백종원 대표가 언론에 노출될수록 오히려 부정적 여론이 환기되는 ‘코끼리 생각’ 프레임에서 빠져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더본코리아 가맹점의 매출 감소 원인이 판매가격 문제가 아니라 회사 대표 백종원을 둘러싼 ‘키맨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더본코리아의 ‘시추 놀이’ 대상은 식음료업에서 상당히 민감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가십성에 가까운 위생이나 위법 문제로 초기에는 브랜드 가치나 기업 생사를 가를 정도의 큰 이슈는 아니었다.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고 겸허히 수용하며 개과천선하는 진정성을 보이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대응과정이 고압적이고 소비자와 가맹점주 등에 대한 ‘갑질’로 비춰지는 모습에 ‘시추 놀이’ 꾼들이 가세하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시추 놀이’가 일상화된 시대에 기업이 생존하려면 우선 위기 발생시 정보를 감추거나 변명으로 일관하는 기업은 더 큰 화를 자초한다. 투명성과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전략이다.
이러한 대응전략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활동이 아니라 기업경영 전반에 윤리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이 기업문화로 자리잡고 있을 때 힘을 발휘한다. 또한 쿠팡의 사례처럼 대체가 불가능한 서비스 경쟁력이 ‘시추 놀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패막이 되기도 한다. 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함께 사회적 기대수준과 요구를 예민하게 모니터링하고 반응해야 한다.
비대면 SNS 환경의 일반화로 기업경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해졌다. ‘시추 놀이’는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주어진 조건이다. 기업이 단기적 이익을 넘어 장기적 신뢰를 구축하고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려는 진정성을 끊임없이 보여줘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다. 백종원과 더본코리아가 ‘시추 놀이’의 패배자가 아니라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상생하는 기업으로 장수하길 기대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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