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손흥민을 포기할 수 있을까?

손흥민 재계약을 놓고 고심 중인 다니엘 레비 회장을 그린 AI상상화.

"손흥민 선수가 OOO으로 간다면서?"
요즘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필자의 개인 카카오톡에 남겨져 있는 질문이다. 매번 OOO에 해당하는 행선지는 다르다. 튀르키예, 사우디, 바르셀로나, 맨유까지. 뉴스가 뜰 때마다 카카오톡이 울린다.

손흥민의 이적 관련 소식이 한국 뉴스 포털을 뒤덮고 있다. 최근 한국 정치의 격변 상황으로 인해 조금은 관심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다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필자는 프리미어리그 현장에서 손흥민을 계속 취재하고 있다. 필자의 지인들은 뭔가 지근 거리에 있다면 더 많은 소식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지인들에게 보통 이렇게 답변한다.
"손흥민 선수는 지난 11월 23일에 열린 맨시티 원정 경기에서 '재계약'과 관련해 '지금은 따로 말씀드릴 것이 없다. 올 시즌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기 때문에 거기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기다려보자고요."

#이적설의 대전제

그래도 뭔가 아쉬운 모양이다. 이런 저런 매체에서 보도했는데 신빙성이 있는 것 아니냐. 공신력은 어떠냐. 등등의 질문이 많다. 웃고 만다.

자. 이적설을 살펴보자. 그 이적설에는 하나의 '대전재'가 깔려있다. 손흥민이 내년 여름 '자유 계약' 신분을 얻었을 경우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손흥민이나 토트넘 둘 중 그 누구도 1년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하지 않았야 한다는 의미이다. 여러 보도 등에 의하면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계약 연장 옵션을 행사한다는 사실만 알리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숱한 이적설들은 '아직 해결되지도 않은' 자유 계약이라는 '자가 발전 행복 회로' 위에 쌓아올린 모래성같은 것들이다. 언제나 이 즈음이면 나오는 '클릭수 유도' 기사들이다. 이를 현지 언론이 양념을 쳐서 기사로 쓰고, 한국 언론들이 받아쓰고, 영국 언론들이나 커뮤니티들이 받아쓰고, 다시 한국 언론이나 제3국 언론들이 받아쓰고 있다.

하나의 클릭수 재생산의 거대한 순환 구조 속에 '손흥민 이적' 기사가 무한 반복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진제공=민경조

#토트넘이 손흥민을 포기할까

토트넘은 기업이다. 선수 계약 부분도 자신들에게는 자산 관리이다. 토트넘으로서는 단 돈 1파운드라도 손해보는 행동은 안 할 것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손흥민은 토트넘에게 있어 최고의 자산이다. 많은 수익을 벌어다준다. 여전히 경기력은 출중하다.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현재 팀 내에서 가장 먼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써 올리는 선수는 바로 손흥민이다. 감독이 요구하는 어떠한 역할, 어떠한 포지션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물론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을 보면 한 숨만 나온다). 이런 손흥민이 있어야 토트넘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유럽 대항전을 가고, 가지 않고의 차이는 극명하다. 손흥민이 있어야 유럽 대항전 진출 경쟁이라도 할 수 있다.

토트넘 홈경기를 가보자. 곳곳에 한국 팬들이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체감과 스토어에서 일했던 한국인 직원들의 이야기 등을 종합한다면 토트넘 홈경기에 찾아오는 한국인 팬들은 경기 장 최소 네 자리 이상은 된다. 이들이 사는 티켓 가격, 이들이 소비하는 머천다이징과 식음료 등은 토트넘에게 큰 수익이다.

또한 손흥민을 바라보고 토트넘에 투자하는 한국 스폰서들도 있다. 이 역시 토트넘 입장에서 손흥민이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익이다. 현재 토트넘의 스폰서 중 한국 기업은 두 군데이다. 다른 주요 한국인 선수가 뛰는 구단에는 한국 기업 스폰서가 없다. 손흥민이기에 가능하다.

만약 토트넘이 손흥민을 매각해, 이적료로 수익을 올린다고 쳐보자.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적료를 받을 수 있는 매각 시기는 2025년 1월밖에 없다. 이 때 손흥민을 사려는 구단이 제 값을 쳐줄까. 미지수이다. 6개월 후면 공짜로 영입할 수 있는데. 왜 돈을 쓰려고 할까.
토트넘은 2020년 1월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헐값에 이적시켰다. 당시 인터밀란에 판매할 때 받는 이적료는 260억원에 불과했다. 에릭센은 토트넘과의 재계약을 거부했고, 2020년 6월이면 자유계약을 풀리는 상황이었다. 마지노선에 몰린 토트넘은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다. 결국 최소한의 돈이라도 뽑자는 생각에 인터밀란에 넘겼다. 딱 1년 전 레알 마드리드는 에릭센을 영입하기 위해 토트넘에 이적료로 1500억원을 제시했었다. 토트넘으로서는 땅을 치고 후회되는 '흑역사'였다. 손흥민을 놓고도 이런 전철을 밟을 생각은 없을 것이다.

과연 토트넘은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을 놓고 손해를 보려 할까.

'아니다'는 쪽에 무게 중심이 실린다.

사진제공=민경조

#손흥민의 입장은

손흥민 측은 어떤 생각일까. 위에서 언급했지만 손흥민은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 너머를 생각하고 유추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들리는 정보는 넘쳐나지만 확실히 믿을만한 정보라고 단언할 수 없다. 당시 이야기했던 손흥민의 말을 첨부한다.

-재계약 관련해 관심이 큽니다.
지금은 따로 말씀드릴 건 없고요. 지금 현재 남아 있는 시즌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것, 최선을 다해서 팀을 돕고 또 팀을 위해 팀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하다 보면 미래는 항상 예상할 수 없듯이 하루하루 매일매일 제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저한테 가장 중요합니다. 제가 시즌 들어가기 전에도 얘기했지만 좀 특별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정말로 크기 때문에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그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5년 6월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선수들은?

손흥민 외에 재계약 이슈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끄는 두 선수가 있다. 케빈 더 브라위너(맨시티)와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이다. 두 선수의 향후 행보는 상반된 가능성이 크다.

더 브라위너의 행보는 안갯속이다.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하다. 우선 그는 1991년생으로 손흥민, 살라보다 한 살이 많다. 최근 부상 빈도도 더 잦아졌다. 다른 선수들에 의한 대체 가능성도 생겼다. 여러 이적설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사우디나 미국 등 제2의 축구 인생을 준비하는 곳이다.

반면 살라의 이적설은 뜨겁다. 역시 살라는 큰 부상없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도 녹슬지 않은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살라의 이적설은 명문팀들과 많이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리버풀도 몸이 달라올랐다. 현재까지 상황만 본다면 살라 측이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이적설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버풀도 살라를 내주기는 쉽지 않다. 재계약 쪽으로 무게 중심이 더욱 쏠린다.

잠깐 만 33세에 재계약을 맺었던 주요 케이스를 살펴보자. 대부분 1~2년 정도의 단기 계약이 많았다. 루카 모드리치와 레알 마드리드는 2019년부터 1년 단위로 재곙약을 하고 있다. 예전 맨유에서 뛰었던 라이언 긱스도 33세 부터는 1년 단위로 재계약을 맺었다. 스티븐 제라드는 2013년 리버풀과 2년 재계약에 합의했다. 2015년 미국으로 이적했다. 카를레스 푸욜은 2012년 바르셀로나와 3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까지 바르셀로나에 머물 계획이었다. 단 부상으로 2014년에 은퇴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