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사용해 본 EOS R1 내돈내산 실사용 보고서입니다. (긴글 주의)
안녕하세요 윤성입니다.
캐논 EOS R1을 손에 넣은 지 딱 일주일 지났네요.
지난주 야생마 같은 이 녀석을 세팅하고 본식 촬영 업무에도 실전 투입해 봤습니다.
방문한 곳들은 건물 연식이 오래돼서 조명의 종류가 일괄적이지 않고 노출과 색감에 난도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LED+텅스텐+자연광+모형 촛불등 색온도와 헤르츠가 다른 광원이 가득한 복합광 장소였죠.
참고로 저의 장비 리뷰 스타일은 현장 실사용 위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최대 지원 스펙을 앞세워 스펙시트로 이목을 끌어당기는데요.
실 사용 시 제한 걸리는 부분도 많았고 너프 되는 성능은 표기를 잘 안 해주죠.
또한 카메라는 아무리 디지털화되어도 결국 내 손이 닿아 조작하는 기계입니다.
해당 글은 제 업무에 사용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과 궁금했던 점을 메모해 둔 글입니다.
필요하신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 되시기 바랍니다.
(아직까지 870만 원 지출뽕이 살짝 가미된 점 참고해 주세요ㅎㅎㅎ)
1. 디자인
EOS R1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역시 바디 디자인을 꼽고 싶습니다.
바디의 모든 부분이 유선형으로 만들어져 직선과 평면이 거의 없습니다.
R1을 처음 들어 올리는 순간 2단 굴곡의 매우 깊고 인체 공학적인 그립이 가장 크게 느껴집니다.
사용할수록 쫀득해지는 크로스 패턴의 고무 감촉이 무척 좋습니다.
작은 제 손에도 손가락 마디마다 그립 고무가 닿아서 미끄러지지 않고 바디 무게 배분과 손의 피로감을 기가멕히게 낮춰 줍니다.
또한 일체형 바디 크기 대비 가볍게 느껴지는 무게감도 있습니다.
일반 바디에 세로그립과 배터리 2개 넣은 무게 보다 가볍게 느낍니다.
특히 1킬로대 대형 렌즈를 장착 후 파지 해보면 이 렌즈를 꼈는데 전체가 이 무게라고?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실제 중량은 무거운 게 맞기 때문에 4시간 사용 후에는 왼손이 힘들어합니다......
바디가 옆으로 늘어나서 직경이 두꺼운 렌즈를 끼우거나 장갑을 껴고 잡아도 렌즈와 그립 사이 손가락에 여유가 있습니다.
겨울철에 야외 촬영도 손 시려렵거나 버튼 잘못 누를 문제는 없겠네요.
이는 일체형 바디답게 세로 그립도 대동소이합니다.
이런 그립에 버튼들은 엄지와 검지, 중지가 있어야 할 곳 주변으로 정확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거리가 살짝 먼 버튼도 있는데 이는 커스텀 세팅으로 변경함이 좋습니다.
실물을 보면 사진에서 보지 못하는 인체공학적 굴곡들과 요소를 접할 수 있습니다.
해당 느낌은 이미지로 보는 것보다 실제 파지해 보심을 강력 추천드립니다.
잡는 순간 안전성과 신뢰도!! 아…!!!. 이게 일체형 플래그십 카메라구나 싶을 겁니다.
단순히 기본형에 세로그립을 부착한 형태가 아닙니다.
2. 뷰파인더 후면 스크린
개인적으로 시각에 민감한 편인데 캐논의 액정들은 매우 준수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R1의 후면 스크린은 한 단계 더 나아간 듯 색감 세팅이 엄청 정확하고 또렷하고 밝습니다.
(7단계 조절 중 실내 기준 5단에 사용 중)
작업실 모니터로 결과물을 확인하며 후면 스크린에 적응하기 위해 동일 사진을 보면 색상과 명암비가 거의 비슷하게 보입니다.
LCD의 색 밸런스 세팅을 아주 잘해놨다고 판단됩니다.
실내에서 스크린의 히스토그램 화면을 보며 이미지를 봐도 노출이 무척 정확하게 보입니다..
터치 및 반응속도는 그냥 최신 아이폰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단순히 패널 도트 수나 해상도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내용도 직관해 보시기 추천드립니다.
역시 믿고 쓰는 캐논 후면 스크린;;
R1의 새로운 뷰 파인더는 솔직히 제가 사용해 본 카메라 중 최고입니다.
매끄러움 모드 기준으로 연사, 노출, 반셔터 등 무슨 짖을 해도 프레임 드롭 없이 유지되며 매우 부드럽습니다.
어두운 곳 들어가면 간혹 보였던 칼라 노이즈나 모래알같이 자글자글한 노이즈 그런 거 없습니다.
태평양같이 넓은 뷰 파인더로 정말 깨끗하고, 밝고, 또렷하고, 부드럽고 실제상 보다 더 실제처럼 보여줍니다.
(7단계 조절 중 실내 기준 5단에 사용 중)
안경 끼고 뷰파인더 기본 세팅인 표시 형식 1번 + VF 확대 1번으로 하면 너무 넓게 보여서 눈 알을 한참 굴려야 합니다.
저는 옆과 아래 정보바가 블랙화면 위로 나오는 표시 2번 모드로 사용 중입니다;;;
3. 크로스 AF
서보 상태에서 eye AF + 얼굴인식 = 이미 R3에서도 최상급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R1을 기준으로 본식스냅에 투입해 본 경험을 나열해 보면...
신부대기실에서 촬영 시 의자 뒤 꽃 장식 같은 주변 사물에 초점 튀는 현상이 거의 없습니다.
경험상 특정 바디들에 튀는 현상이 종종 나오고 미세하게 나갈 때가 있었습니다.
입장, 퇴장 시 어둡건 밝건 역광이건 노출과 강한 조명에 상관없이 AF-ON을 누르고 있으면 초점은 계속 맞습니다.
보통 중급기 라인들에서 강한 광원이 갑자기 비치거나 어두워지면 AF가 오락가락할 때가 좀 있죠.
플라워 샤워 시 화면을 다 가려서 고객의 얼굴 안 보일 때도 빠르게 사람을 찾아서 추적하려고 합니다.
(서보 AF 특성을 피사체에 고정으로 하고 가속감속 추적을 -1로 세팅)
해당 부분은 서보 성능 + 연사 속도 + 셔터 랙 등의 복합적인 요소가 동시에 작용해서 카메라가 연산한 정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단순히 AF만 연산을 많이 하는 것과 결이 다른 요소라고 봅니다.
원샷, 스폿 포인트 설정 시에는 반지 위의 장식만큼 아주 작은 피사체에 AF 정확성도 매우 좋습니다.
특히 동일 피사체를 가로세로 번갈아 가며 촬영하면 크로스 포인트의 정확성이 제대로 느껴집니다.
사진을 모니터에서 확인해 보면 카메라가 피사체에 AF를 잡는 게 아니라 AF가 꽂혔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처음 사용 중인 얼굴인식 등록 기능도 아주 흡족합니다.
고객의 얼굴을 등록해 놓고 촬영을 하면 초점 포인트 모서리에 사람 얼굴 표시 아이콘이 뜨면서 등록한 사람이 대부분 먼저 잡힙니다.
신부 신랑 부모님 순서로 등록해서 촬영하면 1,2,3,4,5,6 순서대로 우선순위에 맞춰 추적하려는 포인트를 보여줍니다.
다만 EOS R1의 AF 시스템이 서보시 피사체 움직임에 굉장히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 집중과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잘 쓰면 최고의 적토마. 막 쓰면 어디로 튈지 모를 야생마 상태입니다.
4. 전자셔터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플리커 프리와 블랙아웃 프리의 성능입니다.
위 말씀드린 웨딩홀에서 테스트 결과 1/250초 기준으로 촬영 시 실내 플리커는 정말 프리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3~40 연사로 찍은 사진들을 GIF 수준으로 넘겨보면 중간에 한두 장이 아주 미세하게 어두워지는 사진이 한두 장 나오는 정도.
해당 사진을 낱장으로 확인했을 때는 플리커인지 인지 못합니다.
전자셔터에서 스피드라이트 EL-5로 촬영도 1/400까지 가능하며(1.6배는 1/500) 아주 잘 지원됩니다.
또한 전자셔터에서 배경 조명들의 빛 방울이 잘리지 않고 모두 동그랗게 표현됩니다.
리드 아웃 속도가 생각 이상으로 빠른 것 같아 기계식 셔터를 사용할 일은 손에 꼽을듯합니다.
현재까진 실내에서 블랙아웃 프리 + 플리커 프리 + 보케 안 잘림 + 플래시 동조 = 전자셔터로 편하게 촬영 가능합니다.
(다만 아직 더 많은 식장 데이터가 필요하므로 신중히 테스트 후 촬영 중입니다.)
5. 연사 속도
R1의 40 연사는 거의 무한에 가깝고 일반적인 상황에는 너무 빠릅니다.
매뉴얼상 전자식 셔터 cRAW+JPG L 모드로 약 380장 찍힌다는데요.
40 연사로 해도 약 10초 동안 지속되는 수치입니다.
(기계식 셔터는 RAW+JPG L로 1000장 이상 찍힌다고 합니다.)
그래서 플라워 샤워 때 40연사를 해봤습니다.
천장에서 꽃 다 떨어질 때까지 찍어도 다음 촬영 세팅, 카메라 조작 등 모든 부분에서 버벅대지 않고 여유 있더군요.
사실 본식 스냅에서 이보다 긴 연속 촬영 시간은 없습니다.
셔터를 살짝씩 눌러도 5~7장씩 찍혀서 난감... 덕분에 중복 사진 엄청남...
그나마 플리커 프리를 함께 켜면 연사 속도가 20매로 되는데 이게 또 20인지 30인지 셔터 소리가 헷갈립니다.
40 연사는 소리가 살짝 다릅니다.
H+ 메뉴의 40연사는 본식용으로는 안 쓸 예정이고 농구나 배구장 가서 취미 사진으로 찍어봐야겠습니다.
6. 이미지 퀄리티
첫 촬영 후 사진을 열어보고 살짝 놀랐습니다.
기존 R6mk2, R8과 동일한 6000x4000 사이즈인데 이미지 해상감이 정말 다릅니다.
(JPG 픽쳐 인물 샤프니스 5 + cRAW 동일)
전체적으로 굉장히 또렷하며 그라데이션이나 입자감이 부드럽고 디테일이 세밀합니다.
특히 신랑 슈트나 신부 베일에 모아레 안 생기고 드레스는 깔끔한 화이트 디테일이 매우 좋습니다.
업스케일 시 3~4천만 화소 만들어 대형 출력해도 디테일이 안 무너질 것 같네요.
(금일 캐논플렉스 지하에 R1으로 촬영하고 출력한 초대형 이미지도 보고 왔는데 가서 보시면 놀라실 겁니다.)
화이트 밸런스의 오토 화이트 우선 모드로 설정 시 야외+실내조명, 복합광시에 매우 안정적인 화밸로 색감을 맞춥니다.
실내가 붉거나 실외가 파랗거나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최대한 중간을 맞추려는 색감을 보여줍니다.
덕분에 잡색이 거의 돌지 않으며 전체적인 색감 면에서도 단정하고 깔끔한 톤을 보여줍니다.
보정도 몇 컷 해봤는데 시간도 매우 단축되었습니다.
감도는 그냥 노이즈 신경 안 쓰고 촬영 가능합니다.
사진 셀렉 중 실제로 보면 어두운 곳인데 왜 이리 밝지? 감도 몇이었지? 하고 메타데이터를 보니 6400이었습니다.
ISO 6400 은 그냥 통상적으로 막 써도 될 정도로 안정적이고 또렷합니다.
25600까지도 올려도 충분히 사용할 상용 감도와 디테일을 보여줍니다.
저조도 AF 가능과 고감도 저노이즈 ISO의 조합은 레알 저조도 머신이 될 듯합니다.
7. 스피드라이트 EL-5와 조합
저는 그림자 지우기 용도로 캐논 스피트라이트 EL-5 를 사용합니다.
이 플래시는 R1에 장착 후 어떤 모드 세팅이던 그냥 ETTL-II 놓고 찍으면 알아서 노출, 배경 광원, 주피사체 조합으로 무난하게 찍혀줍니다.
AF가 발전한 만큼 스피드라이트 사용도 매우 쉽고 정확하게 진보했습니다.
사용자는 그저 미세하게 플래시 노출을 내리고 올리면 끝입니다.
위에서 말했듯 전자셔터에서 1/400초 동조가 가능합니다.(1.6배 모드에서는 1/500)
1/250을 훨씬 넘기 때문에 스피드라이트 사용 시 심리적 안정감이 좋습니다.
여담으로 전자셔터 모드로 연속 촬영해 보니 하객분들께서 플래시 쇼 보는 줄 알았다고 하십니다.
웨딩홀에서 기자 놀이 퍼포먼스 가능합니다;;;
다만 스피드라이트까지 장착 시 손목에 무게의 압박이 있습니다.
8. 배터리
일체형 플래그십 카메라의 장점 중 하나인 고전압 대용량 배터리입니다.
그립 분리형 카메라 2개 수준의 러닝타임을 보여줍니다.
아직 완벽하게 익숙한 세팅이 아니라서 다양한 테스트 조작으로 배터리 소모가 많았습니다.
카메라는 전원을 끄지 않고 약 3시간 30분 동안 연속으로 켜놓은 상태이며 배터리 소모는 아래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확실한 건 배터리 하나로 본식 스냅 1팀 정도는 배터리 교체 없이 무조건 찍을 수 있고 많이 남습니다.
3시간 이상 카메라를 켜놓고 계속 조작하며 촬영해 본 바 발열 관리가 아주 좋습니다.
열? 그런 단어는 생각도 안 납니다.
오히려 마그네슘 합금 바디의 차가운 느낌만 맴돕니다.
메모리카드도 중간에 빼봤는데 그다지 뜨겁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9. 일주일간의 결론!!
역시 캐논은 금액에 따른 급나누기를 아주 잘합니다.
손이 닿는 부분부터 결과물까지 말이죠.
그 미세한 차이를 나누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장사꾼 캐논…
현재 캐논의 최상위 모델로 당연히 가장 좋고 더 편리하고 더 안정적인 건 잘 알겠지만 EOS R3가 너무 잘 나왔다고 봅니다.
오히려 현재 R1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가격 인하된 R3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개인적 생각에 R1 미니 버전으로 R3 센서를 기반으로 한 R6mk3를 내주고 R3를 천천히 단종시키면 깔끔해질 것 같다는 상상을 합니다.
제 손에 95% 정도 맞게 길들여진 EOS R1은 이렇게 느껴집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해봐~ 난 모든 걸 맞춰줄 수 있어.
넌 나를 믿고 촬영에만 집중해!!
무한한 신뢰도의 극한을 느끼게 해 줄게!!
하지만 R1 구입 덕분에 메모리, 리더기, 배터리, 가방 다 새로 구입하느라 추가 90만 원 돈 추가 지출한 게 팩트ㅜㅜ
이 정도 칭찬해 줬으니 다음에는 단점 위주로 작성해 보겠습니다.
이 카메라는 정가 주고 산 제거니까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그 외 잡다한 소견
RF28-70 F2가 주력 렌즈인데 옆 동네 신제품을 보니 제 작은 손에 미안해지고 부럽습니다.
R1에 옆 동네 2870 F2 조합이면 베스트겠는데 말이죠...
건강이 최고입니다!!
그래서 RF24-105Z로 교체할까 고민 중입니다.
28-70 F2는 4년 넘게 써봤으니까요;;;
캐논플렉스에서 RF70-200 Z 렌즈 R1에 물려서 만져봤는데 이건 정말 물건입니다.
430만 원 가격만 낼 수 있으면 최고의 70200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입자분들 미리 축하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역시 백통이 더 멋진...아...아닙니다.
제가 사용 중인 버튼 세팅은 추후에 정리해서 공유하겠습니다~
R5mk2 사용자분들도 대부분 적용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궁금하신 점 말씀 주시면 최대한 답변드리겠습니다~
항상 즐거운 사진 생활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