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미스트' 달바 상장 '정조준'…급성장 속 쌓이는 재고 '숙제' [넘버스]

달바 상품 소개 화면 / 사진=달바글로벌 홈페이지 갈무리

승무원들의 미스트로 입소문을 타며 급성장한 달바글로벌이 주식시장 상장을 정조준하면서, 실적 구조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매출과 이익 측면에서는 화려한 성적을 뽐내고 있지만, 물건을 만들어 팔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며 창고에 쌓이는 재고가 부쩍 불어난 속사정은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K-뷰티의 열풍에 힘입어 5000억원 이상의 몸값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공개(IPO) 대어로 기대를 모으는 달바가 상장을 계기로 퀀텀점프하기 위해서는 재고 회전 속도를 다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달바글로벌은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해당 승인의 효력이 6개월인 것을 고려하면 상장 시한은 올해 7월 중순까지다. 미래에셋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는다.

달바의 대표 제품은 화이트 트러플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이다. 승무원들이 건조한 기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미스트로 유명세를 타면서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을 향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해외 판매도 급물살을 탔다. 현재 미국과 일본,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과 동남아 등 20개국 이상에 수출을 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달바의 가장 큰 매력은 눈부신 실적이다. 달바가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거둔 매출은 21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3%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46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1.7%나 증가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상품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기간이 늘어지며 재고로 머무는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서다. 사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매출보다 재고가 훨씬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현실은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달바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445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62.2% 급증했다. 재고자산은 이름 그대로 기업 창고에 머물러 있는 자산의 가치다. 상품 판매를 위해 보관 중인 제품·상품은 물론이고, 원재료와 반제품 등 제품에 관련된 모든 자산을 포함한다. 달바의 이 같은 재고자산 증가율은 같은 기간 매출 성장률의 세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결국 재고가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실제로 달바의 지난해 1~3분기 재고자산회전율은 6.8회에 그쳤다. 2022년 22.6회였던 것에 비하면 3분의 1, 2023년 기록인 16.6회 대비로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재고자산회전율이 낮아졌다는 건 그만큼 창고에 있는 재고 소진 속도가 더뎌졌다는 얘기다. 해당 기간 매출을 같은 기간 평균 재고자산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에 따라 달바가 제고를 팔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두 달에 가까워졌다. 과거 10~20여일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확대됐다. 달바의 지난해 1~3분기 재고자산회전일수는 53.6일을 기록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16.1일과 21.9일로 이보다 훨씬 짧은 편이었다. 재고자산회전일수는 기업이 재고를 판매하는데 며칠이나 걸리는 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결국 달바가 앞으로도 계속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지 여부는 기업 가치 산정에 핵심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달바의 상장 후 시가총액이 5000억원을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는 6000억원 이상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확실한 실적 성장 신호와 기존 상장 화장품 기업들의 컨센서스를 고려하면 달바의 상장 후 시총은 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할 수 있다"며 "다만 과도한 재고회전율 악화는 수익성 제한의 전조일 수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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