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살아난 사자들의 포효가 수원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5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현대건설과 혈투를 벌인 끝에 세트스코어 3-2(14-25 25-20 10-25 25-20 15-13)로 승리했다.

3연패의 사슬을 끊어낸 흥국생명은 4위 GS칼텍스와의 격차를 벌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소중한 발판을 마련했다.
"가족이 보고 있다" 발목 통증 이겨낸 레베카의 투혼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은 단연 아포짓 스파이커 레베카 라셈(등록명 레베카)이었다. 경기장을 찾은 가족의 응원을 등에 업은 레베카는 2세트 도중 동료와 충돌하며 왼쪽 발목 통증을 느껴 교체 아웃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코트로 돌아온 그녀는 승부처마다 해결사 본능을 발휘하며 양 팀 합쳐 두 번째로 많은 27득점을 쏟아부었다.

특히 4세트 23-20의 긴박한 상황에서 터뜨린 후위 공격과 마지막 5세트 승부를 결정짓는 오픈 공격은 레베카가 왜 흥국생명의 에이스인지를 증명한 장면이었다. 그녀의 스윙 하나하나에는 연패를 끊겠다는 절실함과 가족 앞에서 승리를 선물하겠다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발목의 통증보다 승리에 대한 갈증이 더 컸던 레베카의 '가족 버프'가 폭발했다.
'아시아쿼터의 품격' 피치, 서브로 현대건설을 무너뜨리다

레베카가 앞에서 끌었다면, 아시아쿼터 선수 아날레스 피치(등록명 피치)는 뒤에서 밀었다. 피치는 블로킹 2개와 서브 에이스 4개를 포함해 15득점을 올리며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5세트 13-13 동점 상황에서 작렬한 피치의 서브 득점은 현대건설의 추격 의지를 완벽히 꺾어놓는 결정타였다.

흥국생명은 1세트와 3세트에서 리시브 라인이 붕괴되며 허무하게 세트를 내주는 등 극심한 기복을 보였으나, 피치의 속공과 서브가 살아나며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다. 요시하라 감독이 "준비한 대로 보여달라"고 주문했던 집중력이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빛을 발했다.
13-13의 팽팽한 균형을 깬 건 피치의 손끝에서 시작된 날카로운 서브였다.
양효진의 눈물겨운 21점 분전, '전설'의 은퇴는 아직 멀었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리빙 레전드' 양효진을 앞세워 7연승을 노렸다. 양효진은 블로킹 6개를 포함해 21득점을 기록하며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1세트에만 블로킹 3개를 잡아내며 통곡의 벽을 세운 그녀의 플레이는 은퇴를 선언한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팀 동료인 주포 카리가 30점을 올리며 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비마다 나온 범실이 뼈아팠다. 특히 5세트 후반 집중력 싸움에서 흥국생명에 밀리며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현대건설은 비록 패했지만 승점 1점을 추가하며 최소 2위를 확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은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강성형 감독은 "최고의 그림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며 양효진의 마지막 길을 빛내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준플레이오프 지우는 흥국생명, '봄배구'가 보인다
이번 승리로 흥국생명(승점 55)은 4위 GS칼텍스(승점 48)와의 격차를 7점으로 벌렸다. V리그 규정상 3위와 4위의 승점 차가 3점 이내일 때만 단판 승부인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된다. 흥국생명은 남은 2경기에서 GS칼텍스의 추격권에서 벗어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반면 현대건설은 선두 한국도로공사(승점 66)와의 승점 차를 4점으로 좁히는 데 그치며 정규리그 1위 탈환 가도에 노란불이 켜졌다. 현대건설은 남은 3경기에서 전승을 거둔 뒤 도로공사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양 팀의 남은 일정상 부상 변수나 세부 전술 변화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흥국생명은 오늘 승리로 얻은 자신감이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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