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 떨리면 마그네슘 부족? 과로·스트레스 해소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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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에 심해지는 안면 경련
누구나 한 번쯤은 얼굴 한쪽이 움찔거리거나 눈꺼풀 주위가 파르르 떨리는 증상을 경험한다. 떨림이나 경련은 통증, 저림만큼 몸에서 흔한 증상 중 하나다.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이맘때면 경험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9월 1만4000명대(2023년 기준)이던 이런 안면신경장애 환자 수가 1만5000명대로 늘어나고, 이 추세는 12월까지 이어진다.
카페인 과다 섭취했을 때 생기기도
안면에 경련이나 떨림이 생기면 여전히 많은 사람이 ‘마그네슘 부족’을 떠올린다. 실제 마그네슘은 골격과 치아를 구성할 뿐 아니라 근육의 이완·수축 기능에 관여하는 영양소다. 마그네슘 결핍 시 주요 증상이 근육 경련, 눈꺼풀 떨림, 손발 저림 등이다. 질병관리청도 ‘2016~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국민의 45%가 ‘권장량 부족’이라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요즘 안면 경련의 원인이 마그네슘 부족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신경과 전진선 교수는 “얼굴 떨림·경련은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4~5배 많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하지만 마그네슘 섭취가 부족해 안면 경련이 생기는 것은 옛날얘기”라고 설명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마그네슘 섭취량은 292.6㎎으로,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권장섭취량의 98% 수준이었다. 보충제를 섭취해서 나아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다.
단 몇 가지 경우에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떨림이 갑자기 생겨서 지속하는 경우다. 단순히 ‘버그’ 같은 신경 신호 이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다. 전 교수는 “갑자기 안면의 떨림이 생기는 건 머리 안에 어떤 문제가 갑자기 생긴 것일 수 있기 때문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생활습관 교정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하는 경우다. 가벼운 문제라면 오래 가지 않는다. 2~3주 안에 자연히 가라앉기 마련이다. 세 번째는 증상의 범위가 국한되지 않고 번져 나가거나 빈도가 잦아지는지 여부다. 증상이 특정 부위에서 퍼진다는 것은 악화한다는 의미고 쉽게 지나쳐선 안 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네 번째는 인지 저하 여부다. 떨림·경련 증상과 함께 정신이 멍한 상태가 평소보다 자주 있다면 검사가 필요하다.
안면신경장애 중 하나인 ‘반측성 안면 경련’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얼굴의 반쪽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경련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이땐 안면신경이 분포하는 얼굴 근육에 간헐적이고 돌발적으로 수축이 일어난다. 반측성 안면 경련은 구조적인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에는 각종 감각을 담당하는 12가지 뇌 신경이 분포하고 있는데, 그중 7번 뇌 신경이 얼굴에서도 특히 눈과 입 주위 근육을 지배한다. 즉 이 뇌 신경에 간섭이나 손상이 생기면 얼굴에 떨림과 경련이 생기는 것이다.
7번 뇌 신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우선 뇌혈관 문제다. ‘전하소뇌동맥’이라는 혈관이 이 뇌 신경에 근접해 있는데 이 혈관이 부풀거나 맞닿으면서 신경을 건드려 반응을 일으킨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신동원 교수는 “전하소뇌동맥이라는 혈관이 7번 뇌 신경에 가까이 붙으면 맥박이 뛸 때마다 툭툭 신경을 건드리게 된다”며 “그러면 얼굴에 불수의적인 근육의 움직임, 즉 이차성 안면 경련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뇌동맥 혈관 벽에 칼슘이 쌓여 단단해지고 구불구불해지거나 꽈리 모양으로 부푼 뇌동맥류가 생긴 경우가 해당한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환자의 경우 이전에 한쪽 얼굴이 떨리는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얼굴 반쪽 경련은 뇌 신경 손상이 원인
흔하진 않지만 뇌종양도 이 같은 반측성 안면 경련의 원인이 된다. 신 교수는 “7번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 혈관이 아니라 종양일 수도 있고 뇌경색에 의해서도 안면 경련이 생길 수 있다”며 “안면 경련 중에서 제일 많이 치료하는 것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도 “아주 드물지만 7번 신경 근처에 생긴 종양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차성 안면 경련의 원인질환이 되는 것은 뇌동맥류, 뇌종양뿐만이 아니다. 뇌전증이나 자가면역성 뇌염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전 교수는 “안면 근육 떨림은 뇌전증 환자에서도 생길 수 있고 자가면역성 뇌염에서도 비슷한 얼굴 떨림이 생긴다”며 “얼굴 떨림과 함께 의식 소실이나 인지 저하, 또는 팔다리 쪽에 증상이 같이 있으면 뇌전증이나 자가면역성 뇌염일 수도 있는 만큼 이땐 빨리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런 문제가 갑자기 생긴 경우라면 머리 안에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검사로 면밀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심각한 질환에 의한 안면 경련이라면 원인질환 치료가 최우선이다. 심각한 질환 때문이 아니라면 증상 완화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약물치료, 보톡스 주사 치료,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에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클로나제팜이 증상을 가라앉히는 데 많이 쓰인다. 신경흥분을 억제하는 약으로 뇌전증, 공황장애에도 쓰이는 약이다. 약이 효과가 별로 없는 경우 보톡스 주사로 해당 신경을 차단해 증상을 가라앉힌다. 수술은 귀 뒷부분을 째고 신경이 눌리는 부위에 치료재를 대서 혈관과 신경을 분리하는 수술이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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