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의 개념으로 본 한국 문화사의 지형

‘통속(通俗)’이란 무엇인가. 1938년 편찬된 조선어사전에서 ‘통속’은 ‘모든 세상에 널리 통하는’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오늘 날 사전에서 역시 이러한 의미가 담겨 있지만 ‘저속하다’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공통성과 보편을, 신파와 저속을 구분했을까. 강용훈 인천대 교수의 ‘통속의 계보학’ 일제강점기부터 전쟁과 분단, 민주화 시대까지 ‘통속’의 의미를 추적한다. 한림대 한림과학원의 한국사개념총서 일상편 4권으로 ‘통속’을 통한 한국문화사의 지형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저서는 ‘통속’이 시대별로 근현대 한국의 정치·사회 및 대중문화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그 의미를 형성했는지 살핀다. 대중은 결코 단일하거나 균질적이지 않고 문화적 다양성과 복잡성을 사유하고 있다.
특히 ‘통속’은 ‘공통적인 것’과 ‘저속한 것’이라는 의미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며 한국 근대성의 한 면모를 형성했다. 저서는 그 다층적 모습을 100여 년이 넘는 기간의 신문·잡지·사전·비평 아카이브를 통해 복원하고, 오늘날 문화 민주화와 K-컬처 시대에 ‘통속’을 다시금 사유할 수 있는 의미론적 기초를 제공한다.
통속은 근대 이전에는 사용이 극히 제한되던 말이었으나 20세기 전후로는 그 샤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언더우드의 1925년 영선자전에서 ‘통속’은 ‘popular’의 번역어로 쓰인다. 이후에는 ‘commom’으로도 번역됐다. 20세기 이후 통속은 보통, 대중, 상식, 윤리 , 신파 등의 단어와 연결돼 사용됐으며 그 의미망을 확장해왔다.
철원 출신 소설가 이태준은 1940년 ‘문장’에 발표한 ‘통속성 기타’를 통해 통속성을 만인에게 널리 통용되는 속성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흥미만을 추구하는 통속의 의미를 비판하며 “통속성 없이 인류가 어떠한 사회적 행동도, 결성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식민지 시기 통속이라는 용어가 일상 매체 및 문학 담론에서 중층적으로 쓰인 것에 비해, 해방 이후에는 ‘대중’이라는 개념이 두드러지면서 그 사용이 축소됐다고 본다. 오늘날에도 ‘통속’을 ‘저속’으로 해석하는 용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변주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60~70년대 영화 상영, TV 보급과 맞물려 통속은 ‘오락’, ‘신파’, ‘멜로드라마’, ‘여성 취향’ 등의 단어와 긴밀하게 맞물리기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2차 생산을 이끌어내는 ‘원 소스 멀티유즈’의 경향으로 통속의 의미가 재평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2024년 12·3 내란 탄핵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대중음악을 함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통속’ 연구가 현재적 의의를 지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7장(문화 민주화 시대의 ‘통속’)을 다시 쓰게 됐다고 말한다. ‘통속’ 개념의 역사를 읽는 일이 현재의 한국 사회와 그 문화적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충분히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김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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