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호 위에 길 하나가 놓였다. 잔잔한 수면 위를 가로지르는 길은 마치 하늘과 호수를 동시에 걷는 듯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이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1974년, 안동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고향과 추억이 잠긴 자리 위에 놓인 다리. 선성수상길은 아픔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가장 긴 수상 순례길이다.
수몰의 아픔 위에 놓인 1,011m의 길

선성수상길은 총 길이 1,011m, 폭 2.75m의 거대한 부교다. 도산면 선성5길의 예끼마을을 찾아가면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입장료와 주차료는 무료다.
나무 데크를 따라 내려가면 수면 위로 길이 이어지고, 호수 위를 걷는 특별한 경험이 시작된다.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이유는, 물속에 잠긴 고향과 학교, 마을의 기억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물속에 잠긴 교정, 추억의 쉼터

길을 걷다 보면 낡은 풍금과 책걸상이 놓인 작은 쉼터가 나온다. 이 자리는 과거 예안국민학교가 있던 정확한 자리다.
지금은 호수에 잠겼지만, 그 위에서 다시 한 번 아이들의 웃음을 상상하며 서 볼 수 있는 곳. 선성수상길은 단순한 다리가 아닌, 사라진 마을을 기억하게 하는 추모의 길이다.
호수와 함께 숨 쉬는 부교의 비밀

선성수상길은 땅에 박은 기둥으로 고정된 다리가 아니라, 물 위에 떠 있는 부교(浮橋)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호수의 수위가 오르내리면 다리도 함께 움직이고, 잔잔한 물결이 발끝까지 전해진다. 불안이 아닌 교감, 이 길을 걷는다는 건 곧 호수와 호흡을 나누는 경험이다.
방문 정보

- 위치: 경북 안동시 도산면 선성5길 8 (도산면 보건지소)
- 입장료 / 주차료: 무료
- 소요 시간: 왕복 약 40분
- 특징: 국내 최장 수상길, 부교 방식으로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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