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어민들 "통영에서 미더덕이 잘 보이는데 우짭니까?"

"마산보다 통영에서 미더덕이나 오만둥이가 잘 보이는데 우짭니까?"

경남지역 어업인들이 지난 2월 경남도수산안전기술원 거제지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바다 온도가 갈수록 올라가는 기후위기로 경남지역 주요 어종과 양식 품종 서식지가 바뀌어 해역 유생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산 주요 양식품종인 미더덕을 어민이 수확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DB 

도수산안전기술원은 기후변화로 경남 바다에서 주요 양식 품종 채묘(종자 붙이기)가 부진하고 다른 지역에서 유생이 발견되는 사례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달 미더덕과 오만둥이 종자 붙이기 작업을 시작한 어민들은 예전만큼 채취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도수산안전기술원이 발표한 '4월 해황조사 및 양식업 생산동향'을 보면 멍게는 성장 부진 탓에 채취 작업이 계속 지연됐고 평년보다 작황이 좋지 않아 출하를 다음 달로 연기했다. 일부 어가는 채취 작업을 내년으로 미뤘다. 멍게 성장 부진 이유는 영양염류 부족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바다 표층 수온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상황이 이러니 도수산안전기술원은 해역 유생 출현 조사를 확대해 유생 발생 시기와 장소를 새로 설정할 계획이다. 새로 수집한 유생 분포 자료는 지도로 만들어져 이르면 연말에 어민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경남도수산안전기술원에 도내 해역에서 퍼온 바닷물에서 유생을 살펴보고 있다. /경남도

도수산안전기술원 관계자는 "어민들이 수온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남해 쪽에서도 오만둥이가 보인다고 하니 남해안으로 양식을 확대할 수 있다"며 "반면 통영 주요 양약식 패류는 굴이지만 이제는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생지도는 어민이 적정한 채묘 시기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줘 양식 품종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선 어업인단체와 품종별 양식협회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유생 출현 변화를 파악한다. 이후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각 해역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도수산안전기술원은 지난 3월 수산현장 업무 지도, 유생 분석 노하우를 전수하고자 어촌지도 경험이 풍부한 해양수산 퇴직 공무원과 업무협약을 했다.

바다 온도는 갈수록 더워지고 있다. 지난 4월 경남 연안 평균 수온(표층 기준)은 14.9도로 전년보다 0.09도 높아졌다. 지구온난화로 최근 55년간(1968~2022년) 국내 연안 수온은 연간 0.025도씩 총 1.36도 상승해 세계 평균(0.52도)보다 2.5배 이상 빠르게 상승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23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서 이상기후로 최근 12년간(2011년~ 2022년) 양식업계 피해액은 2382억 원이라고 집계했다. 자연재해는 고수온·적조·저수온·태풍·이상조류·괭생이모자반 유입 등으로 다양해졌다.

수산과학원은 "국내 수산업은 높은 해양온난화 경향, 잦은 이상기후 발생, 높은 어획강도, 독특한 양식 환경, 높은 수산물 선호도 등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취약성이 높다"며 "아열대화에 따라 더욱 많은 수산재해 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온이 오르면서 아열대 어종 양식 기술 개발도 추진된다. 경남도수산자원연구소는 이달 아열대수산연구소가 생산한 벤자리 1500마리를 분양받아 사육을 시작했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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