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치료사는 작업치료사다? 아니다?…실비부지급 공방 결말 "9월로"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앞서 발달지연아동권리보호가족연대가 현대해상에 보험금 지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박준한 기자

발달지연아동의 치료 중 하나인 놀이치료행위 관련 실비 부지급건을 둘러싼 시민단체와 손해보험사 간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의 핵심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제1항의 [별표1] 의료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및 안경사의 업무 범위에 명시된 '작업치료사'에 '놀이치료사'를 포함해야 하는지 여부다.

관련 소송 주체인 시민단체는 '불포함'을 주장하는 반면 현대해상은 '포함'이라며 맞서고 있다.

/자료=법률 시행령 제2조제1항의 [별표1] 작업치료사 부분 발췌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003민사단독부는 발달지연아동권리보호가족연대의 일원인 원고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제기한 '발달지연아동 실손보험 치료비 부지급' 소송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5월부터 현대해상이 '민간자격자'에 대한 치료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방침을 내세워 실손보험금을 주지 않자 보험금 지불을 촉구하며 이뤄졌다.

2차 공판에 앞서 법원은 지난 5월 개최된 1차 공판에서 사전에 제출한 답변서로 결론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날 전까지 집중 증거조사를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판결은 국가자격 대체인정 여부, 실손보험 인정치료기준 범위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원고와 피고의 입장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법원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9월5일로 조정됐다.

※발달지연=발달 선별검사에서 해당 연령의 정상 기대치보다 25% 뒤처져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잘 앉거나 서지 못하는 대근육 문제부터, 물건을 손에 쥐거나 잡지 못하는 소근육 문제, 언어·인지발달 문제, 사회성(사회생활) 문제 등으로 나타난다. 장애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어리고 향후 치료로 지연 상태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등의 발달장애와 구분된다.

가족연대는 발달지연의 경우 아직 장애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단계인 만큼 신체적·정신적 기능장애를 회복시키기 위한 작업요법적 치료 업무를 관장하는 작업치료사에 놀이치료사를 포함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은 "놀이치료도 의사가 시행할 수 있으므로 의사가 아닌 자가 하면 무면허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의사가 붕대를 감을 수 있으니 간호사가 필요없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가 직접 놀이치료를 하는 것은 비용이나 시간 활용 면에서 타당성이 많이 떨어진다"며 "놀이치료와 관련된 국가자격이 없기 때문에 민간이 대체하고 있으며, 놀이치료로 충분히 효과가 있다는 사례가 계속 나오므로 향후 국가자격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현대해상은 정면 반박했다. 놀이치료에 해당하는 신경발달중재치료는 비급여코드가 부여된 만큼 치료행위가 규정돼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의료기사법에 명시된 작업치료사 범주에 포함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다.

현대해상 측 대리인은 "적법한 자격이 있는 자가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음에도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가 행하는 놀이치료에 대해 실손보험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려는 의도나 치료를 받는 아동의 가정에 과중한 부담을 주려는 것 역시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원고 측에서 공판일에 임박해 준비서면을 제출했다는 이유로 검토할 시간을 요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다음 공판일을 지정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