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체' 연상호 감독 "전지현만 아름답게 연출? 피지컬 자체가 깡패" [RE:인터뷰③]

강지호 2026. 5. 2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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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연상호 감독이 배우 전지현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특별히 공을 들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연상호 감독은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함께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군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군체'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 고립된 생존자들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감염자들과 맞서며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부산행'으로 한국형 좀비물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던 연상호 감독이 전작 '반도' 이후 다시 한번 선보이는 좀비 장르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특히 '군체'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먼저 해외 관객들과 만났고, 이후 국내 개봉과 동시에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군체'는 개봉 5일 만인 26일 누적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보다 빠른 속도다.

이날 연상호 감독은 "상업 영화 개봉은 오랜만이라 감회가 남다르다"며 "'얼굴'이라는 작품이 있긴 했지만, 상업 영화 시장은 사이에도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뀐 것 같더라. 우선은 손익분기점만 잘 넘겼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최근 딸과 함께 4DX로 영화를 보고 왔다. 극장에 큰 영화가 걸렸을 때 특유의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있지 않나. 오랜만에 그 에너지를 직접 느끼니까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고 극장 관람 후기를 전했다.

앞서 제작보고회를 통해 연 감독은 '군체'의 출발점이 AI에 대한 관심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인공지능의 구동 원리를 흥미롭게 보던 과정에서, AI가 결국 보편적인 사고의 총합처럼 느껴졌다"며 "그 보편성이 강해질수록 인간 개개인의 개별성은 약해질 수 있다는 부분에서 흥미를 느꼈고, 그 생각이 좀비물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체 생물에 대해 조사하다 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하나의 성질로 연결된 집단이다 보니 약점이 발견되면 한 번에 죽는다. 그래서 끊임없이 변이체를 만들어내며 생존 방식을 진화시키더라"며 "그런 모습이 인간 사회와도 닮아 있다고 느꼈다. 보편적인 사고가 강해질수록 왜 소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를 자연이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들을 영화 속에도 녹여냈다"고 말했다.

극 중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관계 설정 역시 의도된 장치였다. 학교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한 남자의 전 아내와 현 아내처럼 복잡한 관계들이 얽혀 있는 이유에 대해 연 감독은 "'군체'는 인물 개개인의 서사를 길게 파고드는 영화는 아니다. 대신 관계 자체를 독특하게 설정함으로써 관객들이 사이의 서사를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개봉 이후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는 "좀비에게 쫓기는데도 전지현만 너무 깨끗하고 아름답다"는 반응 역시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그 이야기를 듣고 딸과 영화를 다시 볼 때 유심히 살펴봤다"며 웃어 보였다.

연 감독은 "그런데 사실 서영철도 얼굴이 깨끗하고, 피를 뒤집어쓴 지창욱 정도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크게 더럽혀진 인물은 많지 않다. 그런데 유독 전지현 배우 이야기만 많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이어 "전지현 배우만 따로 더 신경 쓴 건 전혀 아니다"라며 "오히려 후반부에 흰 티셔츠와 청바지만 입고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주인공이 이렇게 평범하게 입어도 되나' 걱정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연 감독은 "그런데 막상 촬영해 보니 아무거나 입어도 분위기가 살아나더라. '피지컬이 깡패'"라고 농담 섞인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또 "전지현이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와 아우라 자체가 장르 영화 안에서 더 크게 발휘된 것 같다"며 "오히려 극 중 왕따에 가까운 캐릭터로 설정돼 있는데 '저런 사람이 왕따가 될 수 있나'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전지현과의 차기작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연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더 본격적인 액션 장르도 해보고 싶다"며 "촬영 현장에서도 전지현 배우와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더 거칠고 강한 액션을 담은 영화도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궁금증을 자아낸 결말 이후 이야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연 감독은 "후속 이야기는 이미 어느 정도 써둔 상태"라며 "현재 여러 설정을 담은 그래픽 노블 형태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후 이를 기반으로 체험형 게임도 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을 넘나들며 활발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갈망을 꼽았다. 연 감독은 "지난 10년 동안은 상업 영화 시스템 안에서 협업하며 작업해 왔다면, 최근에는 조금 더 새로운 형식과 시스템 속에서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곧 50살이 되어 가는데 앞으로의 10년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더 실험적이고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만들고 싶은 갈망이 크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더 설렌다"고 덧붙였다.

매번 새로운 시도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영화 '군체'는 지금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강지호 기자 / 사진= 쇼박스,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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