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북한군 떼죽음 가능성,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나"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부, 북한 파병 맞대응으로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 검토에 "트럼프 당선되면 달라지는데", "윤석열 정부의 군사모험주의 우려 크다"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에 대응해 대표단과 특사를 교환하고 양국 간 정보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두 정상 간 통화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처음이다. 29일 국가정보원은 북한군 병력 일부가 서부 쿠르스크 전선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무기 지원과 특수부대 파병을 하면서 안보와 관련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30일 주요 언론은 해당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주요 일간지가 이 소식을 모두 1면과 주요면으로 다뤘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무기 지원을 넘어, 특수부대 파병이라는 위험하고 전례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며 “러-북 군사밀착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앞으로 긴밀히 소통하며 대응을 조율해 나가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의 전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실효적인 단계적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며 “러시아가 북한에 민감 군사기술을 이전할 가능성도 문제지만, 6·25 전쟁 이후 현대전을 치러보지 않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서 얻은 경험을 100만이 넘는 북한군 전체에 습득시킨다면 우리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 전했다.
국정원도 29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위급 군 장성 김영복 등 일부 인원의 전선 이동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 중”이라 보고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1면은 “국정원은 러시아군이 북한군에게 “위치로”, “발사” 등 군사용어 100여개를 교육하고 있다고 밝혀 북한군의 실전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며 “북한군이 러시아 군사용어 숙지에 어려움을 겪어 소통 문제가 예상되며, 현대전을 경험하지 못한 북한군의 전투력은 미지수라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로 <우크라 요청에 포탄 지원 검토…韓 '안보 딜레마'>라는 기사를 배치, “정부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맞대응으로 155mm포탄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는 정부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경우 러시아가 이를 명분 삼아 대놓고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등까지 내어줄 가능성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동시에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는 북한 파병을 손 놓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 딜레마 상황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딜레마 속에서 155mm 포탄은 지난해 미국을 통해 우회 지원한 전례가 있고 우크라이나가 가장 원하는 무기인 만큼 상징성이 있고 부담도 덜한 카드”라고 전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3면 기사 <트럼프 당선땐 '우크라 지원' 불투명 韓포탄제공 역효과 우려> 기사를 통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우회가 아닌 직접 지원을 할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러시아가 이를 빌미로 북한에 재진입, 다탄두 등 대륙간탄도미사일 핵심 기술을 건네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다음달 5일 미 대선이 당장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실제 지원을 결정할 경우 안게 될 부담에 대한 우려도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후보가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공언한 만큼 집권 시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무기 지원을 하면 러시아의 보복에 대한 부담을 오롯이 져야할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고 정리했다.
한겨레 “우리 혼자 '돌격 앞으로' 외쳐선 곤란하다”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신문들은 우려를 표하며 무기 지원이나 전쟁 관여는 신중해야 한다고 사설을 통해 밝혔다. 특히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먼 나라의 전쟁을 남북 대결장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은 국민 뜻 살펴 신중히 다뤄야>에서 “정부의 강경한 메시지나 대응 움직임에 불필요한 논란과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며 “정부가 그 방식이 뭐든 대놓고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면 그간 가장 우려해 온 러시아 첨단무기 기술의 대북 이전을 앞당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국제적 동향을 고려하더라도 무기 지원이나 전쟁 관여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당장 대선을 일주일 앞둔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독일 정부도 내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유럽 국가들마저 거리를 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윤석열 정부의 군사모험주의 우려 크다>에서 “그간 대결적·냉전적인 남북관계를 지향해온 여권 인사들의 북한군 러 파병 대응이 즉흥적이고 성급해 '군사모험주의'를 우려하게 된다”며 “북한이 파병했다고 먼 나라에서의 전쟁을 남북 대결장으로 만들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역시 동아일보의 사설과 마찬가지로 “1주일 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도 변곡점을 맞을 수 있어 중요한 결정은 미 대선 후로 늦춰도 늦지 않다”고 짚었다.
한겨레 역시 <임박한 북 참전, 말려들지 않는 게 '국가 안보'다>라는 사설을 내놨다. 한겨레 사설은 “북한군의 전투 참여 여부 등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정보는 적극 확보하되, 북·러와 직접 마찰을 일으켜 '전쟁의 불씨'가 한반도로 튀게 하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며 “11월5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평소 공언대로 러시아와 종전을 위한 타협에 나설 수도 있다. 이런 유동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 혼자 '돌격 앞으로'를 외쳐선 곤란하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칼럼 “북한군 떼죽음 가능성,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나”
한편 조선일보는 관련 사설을 쓰지는 않았지만 논설위원이 쓰는 '태평로' 칼럼에서 “김정은이 북한군 1만여 명을 러시아로 보냈다. 현재 전황과 러시아의 '고기 분쇄기'식 병력 투입을 보면 북한군은 총알받이로 떼죽음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김정은은 서민 자식들의 피 값으로 호주머니를 채우고 대한민국 안보에 치명적인 무기 기술을 얻고 있다.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나”라고 다른 신문들과는 다른 의견을 실었다.
이 칼럼은 “좌파·진보 세력은 생명 가치가 최우선이라고 해왔다. 생명을 내걸고 반전(反戰)·반핵(反核) 시위를 하곤 했다. 그런데 김정은의 파병에 대해선 형식적으로 철회를 요구하거나 아직 불분명하다고 하고 있다”라면서 “북한에 대해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해놓고 '우리 민족'인 북한 청년을 살릴 수 있는 우크라이나 심리전 지원을 말하면 한반도 전쟁 획책이라고 흥분한다. 김정은이 파병한 생명의 가치는 다른 건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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