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 삭제 건당 5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유명인이면 더 올라가
[편집자주] 온라인 세상에서 '잊힐 권리'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종을 만들어냈다. 디지털 장의사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들이 남긴 온라인상 흔적을 지워주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일한다.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삭제에서부터 범죄 등 부끄러운 과거를 지우려는 사람들이 핵심 고객이 됐다.
라이프인슈어드닷컴을 필두로 미국과 일본 등에서 온라인 상조회사가 여럿 생겼다. 레거시로커(LegacyLocker)·데드스위치(DeadSwitch) 등은 온라인 기록물 사후 처리 서비스를 제공했고, 일본의 세푸쿠(Seppukoo)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메시지를 삭제해주는 역할을 했다. 다만 언급된 온라인 상조회사 홈페이지는 현재 대부분 닫혀있는 상태다.
국내에서 디지털 장의사 역할은 이들과 사뭇 다르다. 고인을 위한 서비스보다 살아있는 사람 기록을 삭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디지털 장의업체 대표는 "고인보다는 살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의뢰가 실질적으로 더 많다. 고인 관련 의뢰는 한 달에 1~2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포털 사이트에 '디지털 장의사'를 검색하면 수많은 업체가 따라 나온다. 홈페이지를 보면 고객 요청에 따라 인터넷 게시물, 사진 및 동영상, SNS 계정 등을 삭제하고 언론에 보도된 내용도 없애는 일을 하고 있다. 연예인 등 개인과 기업에 대한 평판 관리도 주요 업무 중 하나다.
또 딥페이크, 리벤지 포르노 등 디지털 성범죄 관련 게시물 삭제 팀을 따로 꾸린 업체도 있었다. 직원 이력란에 해커 집단 회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 한 전문가 매칭 서비스 플랫폼에는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의 평균 비용이 건당 5만원이며, 최대 15만원까지 가격이 형성돼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실제 서비스 가격은 업체별로 천차만별이다. 문의 결과 사이트 위치나 유포 범위 등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졌다. 서비스 제공 기간을 월 단위로 늘려 포괄적인 비용을 받는 곳도 있었다.
A 업체는 "개당 비용은 사이트 위치나 불법성에 따라 차이가 날 거다. 삭제가 비교적 쉬웠던 과거에는 건당 10~20만원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쉽게 처리가 안 되는 사이트가 많아 부르는 게 값"이라며 "의뢰 건당 3000만원까지 받는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뢰자가 공인일 경우 (일반 개인보다) 유포되는 양이 많기 때문에 비용이 동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한 달 관리 비용은 150~200만원이다. 주로 불법 성인물 등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건은 한 건당 가격을 책정하기 복잡하고 피해자도 월 단위 관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을 잡고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건당 10만원을 받고 있다는 B 업체는 "해외 SNS, 국내 SNS, 유튜브, 언론사, 블로그 등 게시물 종류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해외 사이트는 국내보다 비싸다"라고 했다. C 업체 측 또한 소요되는 시간과 삭제 난이도를 보고 가격을 결정하고 있었다.
디지털 장의사 업체 관계자는 "일반 상품처럼 비용을 딱 말하기가 어렵다. 이유는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정해진 형태로 하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 업무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의뢰인 명예 가치도 비용 책정에 반영된다"고 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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