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갈비 끝판왕을 만나다. 식당 이름도 무려 '미친개'이다. 이민용인가?

밤이 되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변하는 제2의 파리
프랑스 중부에 위치한 도시 '투르'(Tours). 투르는 프랑스 처음 유학 온 많은 한국인들이 주로 어학을 배우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아마 수도 파리에서 TGV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일까?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투르를 제2의 파리로 부르기도 한다. 많은 파리지앵들이 비싼 수도의 부동산을 피해 투르에 자리를 잡아 출퇴근하기도 한다.
사실 투르는 반나절이면 도시의 주요 명소를 충분히 다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소도시다. 어쩌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밤이 되면 그렇게 고즈넉했던 중세시대 도시가 새로운 활력으로 넘쳐난다.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많은 도시이기 때문일까? 비가 추적추적 내린 뒤 중세 거리에 비추는 따뜻한 색 조명과 수많은 레스토랑 그리고 테라스에서 잔을 '친친'(짠)하는 젊은 거리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 모습은 마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밤이면 갑자기 활력이 넘치는 그 마을 그 모습이었다. 물론 영화 속 배경은 아시아였지만.
컨셉 짱! 멋진 콧수염 주인장이 맞이하는 '고기맛집'. 와인도 우리가 꺼내서
중세의 밤거리를 걸으며 우리가 찾은 레스토랑은 '미친개'(Le Chien Fou)다. 간판에서도 정장 입은 강아지 한 마리가 와인 한잔과 미소로 맞이한다.

저녁 장사는 19시부터 시작이다. 미리 19시에 테이블을 예약했다. 맨 처음 손님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테이블을 잡았지만, 분위기에 취한 뒤 자리를 떠날 때쯤엔 이미 만석인 식당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밖에 나가니 '웨이팅 줄'까지 있었다. 와우! 로컬 맛집이구먼.
처음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콧수염을 멋있게 기르신 주인장이 우리를 맞이한다. 매우 호탕했다. 농담도 자연스럽다. 그러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다.

'미친개'에는 와인 메뉴판이 없다. 식당 구석에 마련된 와인창고에 직접 가서 꺼내먹으면 된다. 미쳤다. 물론 미친개 주인이 직접 와서 친절히 와인 선택 팁을 준다. 부르고뉴 와인 중 고기와 어울릴만한 와인을 부탁했다. 65유로, 약간의 출혈이 필요했지만 바로 수혈이 될 만큼 풍미로웠다. 무엇보다도 고기와 찰떡궁합이었다. 물론 저가이면서도 충분한 맛을 내는 와인도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흑백요리사 심사위원도 선택할 '미친개 스테이크'
메뉴판엔 여러 요리가 있었다. 그래도 역시 고기가 주다. 100% 논비건 식당이다. 전식(앙트레)도 있고 고기로 맛을 낸 프랑스 정통 접시 요리도 있다. 하지만, 이 집의 시그니처인 숙성 소갈비 구이와 구운 닭고기 요리를 시켰다. 두 요리 모두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며 각각 78유로, 40유로다.

부르고뉴 와인의 깊은 맛에 감탄할 때쯤 주인장이 어깨를 툭툭 친다. 이곳에 집중하라는 제스처였다. 옆을 보니 이미 한번 초벌 되어 나온 소갈비 구이가 있었다. 그리고 직원이 바로 그 위에 토치로 직화한다. 한국 고깃집에서나 볼 수 있는 불쇼가 펼쳐진다.


안성재 셰프가 병적으로 집착하는 '퀴송'(익힘 정도)은 완벽했다. '아 푸앙'(미디엄)을 요청했는 데 그 익힘 정도가 딱 입맛에 맞았다. 무엇보다도 소갈비의 부드러움에 첫 놀람 뒤 약간의 질컹함이 용솟음칠 때쯤 추천 와인이 소방수처럼 입안을 적신다. '싸 스 마리 비앙'(ça se marie bien) 너무 잘 어울린다는 프랑스 말이 절로 나온다.


두 번째로 '구운 닭고기 한 마리'가 나왔다. 한국의 닭 한 마리와는 느낌이 다르다. 정성스럽게 눈앞에서 닭고기 해체쇼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프랑스 가정에서 정통적으로 일요일마다 구운 닭고기를 먹기에 가정의 주방을 책임지시는 프랑스 할머니들의 손맛에 버금가지는 못한다. 약간의 아쉬움이었다.

중세시대 야경을 배경으로 맛본 프랑스 소고기 끝판왕 레스토랑 '미친개'. 프랑스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파리를 떠나 투르의 르네상스를 느끼며 소갈비 한 점에 레드 와인 한 잔 어떨까?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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