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축구에서 최초로 상의탈의를 선 보인 선수가 있습니다. 미국 축구 선수 브랜디 채스테인(Brandi Chastain)인데요. 그는 1999년 7월 10일, 미국에서 개최된 FIFA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역사적인 세리머니를 선보였습니다.
중국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차지한 후,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진 것이죠. 그녀의 검은 스포츠 브라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화제를 모았고, 이 장면은 20세기 여성스포츠를 상징하는 사진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상의탈의 세리머니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채스테인은 나이키를 비롯한 게토레이, 화이자, 버드와이저 등의 광고모델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그녀가 입고 있던 스포츠 브라의 브랜드가 나이키였다는 점에서 특정 제품을 홍보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그녀는 당시 입고 있었던 스포츠 브라가 나이키 제품이었을 뿐이며, 세리머니 자체는 순수한 감정의 표출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나이키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홍보 효과를 얻게 된 셈이죠. 이때부터 스포츠 브라는 단순한 속옷을 넘어 운동하는 여성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포츠 브라 언제, 누가 만들었을까?

여성 스포츠의 역사를 바꾼 스포츠 브라. 과거에는 운동 중 가슴 흔들림으로 인해 통증과 불편을 겪는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여성 스포츠 선수들뿐 아니라 운동을 즐기는 일반 여성들에게도 큰 장벽이 되었죠. 스포츠 브라의 등장은 단순히 불편함을 덜어주는 운동복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제는 ‘스포츠 브라 없이는 스포츠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 스포츠의 핵심이자 인권 신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어요.
그렇다면 언제, 누가 스포츠 브라를 만들었을까요?
스포츠 브라는 1977년, 미국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미국인 리사 린달(Lisa Lindahl)이 최초의 스포츠 브라를 개발했죠. 당시 미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깅, 수영, 테니스 등의 스포츠 활동이 활발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일반 브래지어를 착용한 채 운동해야 했고, 가슴 움직임으로 인한 통증과 불편함, 심지어는 창피함 때문에 달리기나 에어로빅 같은 격렬한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죠.
평소 달리기를 좋아했던 린달은 여동생과 일반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달리는 고통을 이야기하게 되는데요. 동생은 ‘조크스트랩(남성용 스포츠 전용 속옷)’을 가슴에 두르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죠. 이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린달은 연극 의상 디자이너 폴리 스미스(Polly Smith), 힌다 밀러(Hinda Miller)와 함께 조크스트랩 2개를 엮어 여성용 스포츠 브라를 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스포츠 브라 ‘조그 브라(Jogbra)’입니다.
최초의 스포츠 브라 '조그 브라'

조그 브라는 등판에 X자 모양의 고무 밴드를 넣어 흔들림을 최소화하고, 일반 브래지어에 있던 와이어, 후크, 패드 같은 불편한 요소를 과감히 제거했습니다. 단순한 디자인이었지만, 가슴을 안정적으로 지지해 주는 기능성을 통해 운동 중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했죠. 린달은 훗날 인터뷰에서 “당시 여성들이 겪는 고통과 불편함을 없애고자 만든 제품인데 이 작은 브라가 여성 스포츠 문화를 완전히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스포츠 브라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크지 않았습니다. 여성 스포츠 참여도 자체가 낮았던 시대적 분위기와 인식 부족 때문이었죠. 스포츠 브라가 본격적으로 사랑받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접어들면서부터입니다. 나이키, 리복,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스포츠 브라를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마케팅했고, 유명 셀럽과 운동선수들이 착용하며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았습니다.

운동할 때 꼭 입어야 하나요?
그렇다면, 스포츠 브라는 왜 착용해야 할까요? 운동 후 땀에 젖은 스포츠 브라를 벗는 게 오히려 스포츠라고 할 정도로 귀찮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운동선수만큼 운동하는 것도 아닌데 꼭 입어야 하나?’, ‘가슴이 답답한데 오히려 건강에 나쁘진 않을까?’ 같은 궁금증도 많으실 거예요.
하지만 여성의 가슴은 남성의 흉부와 구조가 전혀 다릅니다. 여성의 가슴은 근육이 아니라 유선 조직과 지방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지지하는 것이 바로 쿠퍼 인대(Cooper’s Ligaments)입니다. 쿠퍼 인대는 흉곽에 매달려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강한 충격이나 지속적인 흔들림에 쉽게 손상될 수 있어요. 문제는 이 인대는 한 번 늘어나거나 손상되면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가슴은 위아래뿐 아니라 좌우, 안팎으로 3차원적으로 움직이며 운동 시에는 최대 19cm 이상 흔들릴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불편함을 넘어 유방통, 피부 자극, 심지어는 모양 변형까지 초래할 수 있어요. 따라서 스포츠 브라를 반드시 착용해서 유방의 쿠퍼 인대와 결합 지지조직을 고정해 유방통을 예방하고 운동 시 부상 위험을 줄여야 합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의 스포츠 브라 성능을 시험 결과에 따르면 스포츠 브라는 일반 브라에 비해 가슴 움직임을 최대 20%까지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어요. 또한 격한 운동 중에는 가슴의 흔들림이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는데요. 스포츠 브라는 이런 불편함을 줄여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며 땀을 흡수해 땀이 피부에 들러붙는 것도 방지해줍니다.
더 많은 건강 정보가 궁금하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보세요🎁
Copyright © 하루 10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