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하나요” 피로감 쌓이는 KT 수사… CEO 바뀐 지 3개월 지났는데 끝날 기미 안 보여
비리 의혹 검사가 6개월간 수사 지휘
”무리한 수사… 검찰 공화국 이래서 나오는 것”
지난 8월 KT의 새 수장으로 김영섭 대표가 취임했지만, KT를 둘러싼 검찰 조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검찰의 KT에 대한 수사는 일감몰아주기 의혹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회사의 현대자동차 보은 투자 의혹으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통신업계는 경영 공백과 거버넌스 문제로 속앓이를 하던 KT가 새 출발을 알렸지만, 검찰의 KT를 향한 수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성과 없이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검찰의 KT 수사는 지난 3월 시민단체가 “구현모 전 KT 대표가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 관리업체인 KDFS에 몰아주고 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고발장을 제출한 게 발단이 됐다. 하지만, 지난 9월 KDFS의 황욱정 대표만 구속 기소되고, 현직 KT 임직원 기소는 없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직 KT 임직원이 전혀 기소가 되지 않은 것을 보면 수사에 힘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일감몰아주기 성과 없자 이번엔 보은 투자 의혹 수사
이런 가운데 KT 수사를 지휘했던 이정섭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 부장검사가 지난 9월 수원지검 2차장검사로 승진 인사 발령이 나면서 수사 동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그의 빈자리를 채운 부장검사는 시민단체가 고발한 KT 관련 의혹 중 이번에는 KT와 현대차 거래 의혹에 집중하고 있다. KT의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다시 새로운 의혹으로 번진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용성진)는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의 주거지와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스파크·현 오픈클라우드랩) 관계자 주거지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KT 자회사가 보은을 위해 현대차 관계사 지분을 적정 가격보다 비싸게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미쳤다는 의혹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검찰은 지난 8월에는 스파크를, 지난 10월에는 박성빈 전 스파크앤어소이에이츠 대표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했다.
KT클라우드는 지난해 9월 차량용 클라우드 업체인 스파크의 지분 100%를 206억8000만원에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검찰은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이 회사를 인수하는 매입 결정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현대차가 구현모 전 KT 대표의 친형이 경영하던 벤처기업 에어플러그를 2019년 9월~2021년 7월 281억원에 인수한 것에 대한 보은 성격으로 KT가 스파크를 비싸게 샀다고 의심하고 있다. 박성빈 전 스파크앤어소이에이츠 대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동서라는 점에서, 현대오토에버의 서정식 대표는 2010년 KT의 클라우드 업무를 총괄하기도 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두 회사는 인적 관계로도 얽혀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보은 투자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KT가 스파크 지분 인수로 얻은 과실이 현재까지 드러난 게 없다”며 “일감몰아주기에 이어 보은 투자 의혹까지 검찰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한 게 없는 상황에서 8개월째 무리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KT 수사 지휘했던 이정섭 차장검사 비리 의혹 제기
KT 수사는 이정섭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 부장검사가 지난 9월 수원지검 2차장검사로 승진 인사나기 전까지 약 6개월간 지휘해왔는데, 현재 이 차장검사는 각종 비리 의혹으로 고발된 상태다.
이 차장검사의 비리 의혹은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차장검사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 처남이 운영하는 골프장 직원에 대한 전과 기록 조회, 스키장 리조트 이용 도움을 받은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이 차장검사가 2020년 12월24일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에서 가족, 지인과 함께 초대받아 모임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자리를 이 차장검사가 수사해 왔던 재벌그룹의 부회장이 마련했다는 취지의 의혹도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3일 김의겸 의원 보좌관과 비서관 등 2명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했고, 이달 20일 용인CC와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 차장검사는 비리 의혹으로 20일 대전고검 검사로 직무대리 발령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비리 의혹이 많은 사람이 결국 다른 회사의 비리 의혹을 그렇게 판 것이냐. X 묻은 개가 X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은 수사에서 진술한 게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수사 중심주의 관행이 있기 때문에 KT에 대해서도 원하는 말이 나올 때까지 검찰이 계속 털어내고, 들쑤시는 무리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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