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원의 글로벌 Talk Talk <2>] 성장을 갈망하는 일본… ‘잃어버린 30년’ 넘어 대전환기로
일본은 단순히 성장을 이어온 나라가 아니라, 지난 10년간 ‘잃어버린 30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온 나라다. 일본의 정책 기조는 높은 성장을 목표로 하기보다 천신만고 끝에 겨우 맛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일본은 참으로 독특한 나라다. 다른 나라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긴축에 나설 때 홀로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더니,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시기에는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심지어 미국과 이란 충돌 이후 다른 나라가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고 추가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됐지만, 일본은 오히려 정책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된 점이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이 같은 행보의 배경에는 일본이 오랫동안 겪어온 ‘디플레이션의 역사’가 있다. 일본은 단순히 성장을 이어온 나라가 아니라, 지난 10년간 ‘잃어버린 30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온 나라다. 일본의 정책 기조는 높은 성장을 목표로 하기보다 천신만고 끝에 겨우 맛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외부 충격이 가져온 예상 밖의 기회와 체질 개선
일본의 최근 성장은 예기치 못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고유가·고물가·고금리 기조가 확산하면서 일본은 수십 년간 갈망했던 ‘물가 상승’이라는 것을 실제로 경험하게 됐다. 장기화한 엔화 약세와 강달러 현상은 환율 부담을 키웠으나, 동시에 수출 기업의 실적을 견인하는 동력이 됐다. 여기에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미·중 갈등 지속이라는 대외 환경은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산업 자동화 수요 확대로 이어지며 일본 경제에 또 다른 호재로 작용했다.
내부 변화도 뒤따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정 지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일본은 인플레이션까지 경험하게 됐고, 경기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구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임금 인상이 본격화했고, 기업은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엔화 약세 기조가 예상보다 더 장기화하면서 수출 기업의 매출 성장도 지속됐다. 이런 흐름은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 재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의 외형 성장이 가속화해 법인세 수입이 늘었고, 가계 소득 증가로 소득세도 증가했다. 우려와 달리 소비까지 늘어나면서 소비세도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즉 세수 수입이 늘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소득세·소비세·법인세 합계는 2023년 1.0%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2024년에는 4.0%, 2025년에는 8.9%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소비세·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역대 최대 예산 편성, ‘장비와 인프라’가 주도하는 증시
어렵게 성장을 경험한 일본으로서는 이 흐름을 놓칠 수 없다. 일본은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나라라기보다, 오히려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중앙은행 목표치인 2.0%를 밑돌 경우 ‘디플레이션 재진입’ 우려가 먼저 커지는 나라다. 이런 이유로 일본 내각은 2026 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예산안으로 112조3000억엔(약 1044조39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 예산을 편성했다. 2년 연속 사상 최대치 경신이다.
세부적으로는 사회보장비 외에도 성장 산업 지원을 위한 지출과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비 지원 증가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는 일본 정부가 단순한 경기 방어가 아니라, 성장 기반을 정책적으로 유지하고 확장하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금융시장에서는 닛케이 지수에서도 비중이 높은 장비 및 인프라 업체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친기업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개선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반도체 장비 업체와 글로벌 장비·부품 수요 확대의 혜택을 받는 인프라 업체의 실적 회복은 일본 전체 상장 기업의 펀더멘털을 개선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랫동안 저성장에 머물렀던 만큼, 기업의 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일본 증시에 긍정적이다. 물론 일본은 여전히 부채 부담이 크고, 정책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으며, 고령화와 저성장 우려도 안고 있는 나라로 평가된다. 다만, 일본 내각 차원의 지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일본 주요 지수의 상승률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세계주식지수(ACWI) 대비로도 높은 편이다. 저성장 국가였던 일본이 성장을 더 경험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일본을 볼 때 무엇을 먼저 봐야 하나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의 친기업 정책, 성장 산업 지원 정책, 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 소비 증가가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는 소비재와 대표 내수주도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곳은 글로벌 수요 개선의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이다.
이란 전쟁으로 시장의 관심이 무역·관세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이에 대응하는 미국 민주당 정책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수요가 이어질 기업은 각국의 자체 공급망 강화를 위한 장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정부 지출 확대 혜택을 받는 업체, 정부와 중앙은행 정책 수혜 업체 등이다.
일본 시장에서는 장비·인프라주가 대표적이다. 성장 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이 구체화하면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관련주도 주목할 수 있고, 중앙은행 정책까지 고려하면 금융주 역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은 ‘예금에서 투자로’라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주주 환원 매력이 있는 기업 또한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란 충돌, 미국·중국 회담, 각국 정부의 지출 및 중앙은행 정책 방향성, 하반기 미국 중간선거 등 고려해야 하는 요인이 다양해지는 시기다. 다만 이러한 시기일수록 각 국가에서 강조하는 정책과 성장 방향성을 확인해야 한다. 일시적인 흔들림에도 중심을 잡을 수 있고, 투자 방향성을 확립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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