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속도가 대장주 만든다...잠실 헬리오시티 10년, 반포 원베일리는?
[땅집고] “재건축 사업에서 사업시행인가부터 입주까지 걸린 시간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래도 강남권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재건축은 사업시행인가만 받으면 굴러간다고 봐야합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도 금방 활기를 되찾거나, 낙폭이 적어 이른바 ‘불패’로 불리는 강남 아파트. 그중에서도 재건축 단지의 경우 추후 많은 차익을 누릴 수 있어 ‘알짜 투자처’로 평가받는다. 재건축 단지는 낡은 아파트를 사들여 몇 년간 불편하더라도 재건축 후에는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어 ‘몸테크’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스터디’에 강남 주요 단지 재건축 사업 기간을 정리한 글이 올라와 화제다. 작성자 A씨는 “조합설립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는 (조합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라서 사업시행인가 이후 경과기간만 정리했다”며 “통상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후 5~6년이 걸린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작은 문제가 있으면 1~2년이, 큰 문제면 3~4년이 추가된다”며 “어쨌든 강남권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사업시행인가만 받으면 추진은 한다”고 전했다.
그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1000가구 이상 대단지와 강동구 1만2000가구 규모 아파트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사업 경과 기간을 정리하면서 글을 마쳤다.
그렇다면 강남 주요 단지의 재건축 기간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는 2017년 9월 사업시행인가부터 2023년 8월 준공까지 총 5년 11개월이 걸렸다. 이곳은 2018년 7월 관리처분인가, 2020년 4월 착공하는 등 순조롭게 사업을 추진한 편이다.
반면 ‘래미안 원베일리’와 같은 시점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단지 ‘디에이치클래스트’, 반포3주구 재건축 단지 ‘래미안 트리니원은 아직 공사 중이다. ‘디에이치클라스트’의 경우, 관리처분 무효소송과 석면 해체 작업, LH 토지소송 등을 거쳤다. ‘래미안 트리니원’은 LH토지소송과 시공사 변경 등의 논란이 있었다.
이로 인해 ‘디에이치클래스트’는 2018년 12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5년3개월만인 2024년 3월 착공에 나섰다. 준공 예정 시점은 사업시행인가로부터 10년2개월 뒤인 2027년 11월이다. ‘래미안 트리니원’은 2023년 3월 착공, 2026년 8월 준공 예정이다. 총 소요 기간은 8년11개월이다.
2025년 6월 준공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도 이들 단지와 비슷한 시기(2017년 10월)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으나, 부정선거 소송 등을 거치면서 사업 기간이 연장됐다. 준공까지 총 7년8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2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2021년 10월 착공했다.
서초동 ‘래미안리더스원’ ‘그랑자이’는 소송이나 시공사 교체 등 논란 없이 공사를 마무리지은 대표 단지다. 두 단지의 사업시행인가부터 입주까지 걸린 시간은 각각 5년1개월, 5년11개월에 불과하다. 2015년 여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이듬해 관리처분인가를 득했고, 2018년 착공에 돌입했다. 각각 2020년 9월, 2021년 6월 입주했다.
강남구에서 가장 재건축이 활발한 개포동에도 소송 없이 단번에 사업을 완수한 사례가 있다. 개포시영,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포레스트’, ‘디에이치아너힐즈’다. 2014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두 단지는 관리처분인가, 착공을 거쳐 각각 2020년 9월, 2019년 8월에 준공했다.
총 6702가구로, 강남구 아파트 중 가장 가구 수가 많은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조합원 간 소송을 거쳤지만, 비교적 빠르게 사업을 마친 편이다. 이 단지는 2016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2018년 관리처분인가, 2020년 착공, 2023년 11월 준공했다.
개포동 ‘자이프레지던스’도 유치원으로 인해 소송이 벌어졌던 곳이나, 7년 만에 사업을 완수했다. 이 단지는 2015년 11월 사업시행인가, 2017년 6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3년 뒤 착공해 2023년 2월 준공했다.
정비사업을 지연시키는 대표 사례인 소송은 입지가 우수할수록 더욱 빈번하다. 한강이 가까운 청담동 재건축 단지 역시 이를 피하지 못했다. 청담동 ‘르엘’은 2015년 12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관리처분인가까지 4년이 걸렸는데, 상가 소유자들이 조합설립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이주 절차가 2년 이상 지연됐다.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이 곳은 2025년 9월 준공 예정이다.
송파구 재건축 단인 잠실동 ‘래미안아이파크’ ‘잠실르엘’은 내홍 대신 외부 문제로 인해 소송이 지연된 사례다. 나란히 위치한 두 단지는 2017년 하반기 사업시행인가를 같이 받았으나, 각각 문화재 발굴과 시공사 변경 이슈로 인해 공사 기간이 연장됐다. 두 단지는 올해 일반분양을 마무리했으며, 2025년 12월 함께 입주할 예정이다. 총 사업기간은 각각 8년3개월, 8년5개월이다.
1만 가구 규모 대단지는 어떨까. 송파구 가락동 9510가구 ‘헬리오시티’는 2008년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선(先) 이주를 추진하면서 속도전을 노렸으나, 사업비 분쟁으로 사업시행인가 무효 소송이 불거지면서 한동안 사업이 중단됐다. 우여곡절끝에 2015년 11월 착공에 돌입해 2018년 12월 완공했다. 총 사업기간은 10년8개월이다.
현재 활발히 입주하고 있는 강동구 둔촌동 1만2032가구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2015년7월 사업시행인가, 2017년 5월 관리처분인가를 순조롭게 통과했으나 착공 이후 위기를 맞았다. 원자재비가 급등하면서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청에 맞닥뜨렸고, 공사 중단 사태를 겪은 것이다. 결국 양측이 협상하면서 무사히 공사를 마무리했다. 사업시행인가부터 준공까지 9년4개월이 걸렸다.
글= 김서경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