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8, 타율 2위 이정후…18경기 연속 안타, 이 기록은 어디까지 가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18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한국인 빅리거 최장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을 스스로 갱신했다. 11일(한국시간)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4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 1도루를 추가하며 시즌 타율을 0.338(234타수 79안타)까지 끌어올렸다. 전날 추신수와 김하성이 공동으로 보유하던 17경기 기록을 단독으로 넘어선 지 하루 만에 또 한 번 자신의 기록 위에 자신의 이름을 덮어쓴 것이다. 주목할 건 이정후의 기록만이 아니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8회초까지 1대 9로 끌려가던 경기를 8·9회 합산 10점 폭발로 11대 10 역전승으로 마무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8점 차 이상 역전승이 나온 것은 2009년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이정후의 안타 행진과 팀의 기적 같은 반격이 같은 날 밤 오라클 파크에서 동시에 완성됐다.

이정후의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은 지난 5월 15일 LA 다저스전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정후는 시즌 초반 부상 우려와 타격 기복 속에서 다소 조심스러운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5월 중순 이후 이정후의 방망이는 전혀 다른 궤도로 접어들었다. 18경기 동안 단 하루도 무안타 경기가 없었고, 그 기간 멀티히트 경기만 23차례에 달할 정도로 일관된 타격감을 유지했다. 이번 워싱턴전까지 최근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행운성 기록이 아님을 수치가 직접 말해준다.

한국인 빅리거의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은 오랫동안 추신수와 김하성이 공동 보유한 17경기가 정점이었다. 이정후는 지난 10일 17경기 기록에 합류한 데 이어 하루 만에 단독 선두로 올라섰고, 11일에도 멈추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전체 기준으로도 20경기 이상 연속 안타는 희귀 기록에 속하며, 이정후가 얼마나 더 기록을 이어갈지 국내외 야구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내내 기복이 심한 흐름을 보여왔다. 이날 경기 전까지 팀 성적은 27승 41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정후가 4안타, 2안타를 때린 이전 두 경기에서 팀은 모두 패배했다. 이정후 개인의 기록 행진이 팀 승리와 연결되지 못하는 아쉬운 흐름이 반복됐던 터라, 이날 승리의 의미는 개인 기록 이상이었다.

워싱턴의 선발로는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출신 좌완 포스터 그리핀이 등판했다. 그리핀은 날카로운 제구와 다양한 구종으로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초반부터 완전히 틀어막았다. 6회초까지 0대 6으로 일방적으로 끌려가던 샌프란시스코는 8회까지도 1대 9로 패색이 짙어 보였다.

이정후는 이날 4번의 타석에서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2회말 첫 타석에서는 그리핀의 몸쪽 싱킹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이 끊길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4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도 그리핀의 바깥쪽 낮은 스위퍼에 2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팀 스코어는 0대 6으로 벌어져 있었다.

기록의 불씨는 6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살아났다. 2사 주자 없는 상황, 그리핀이 초구로 던진 낮게 빠지는 커브는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이었다. 이정후는 이 공을 배트 컨트롤로 정확히 걷어 올려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이후 그리핀의 폭투로 2루까지 진루했으나 후속 타자 엘드리지가 삼진으로 물러나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8회말, 맷 채프먼과 라파엘 데버스가 백투백 홈런을 터뜨리며 3대 9로 추격 발판을 마련했다. 이 시점에서 워싱턴 불펜 팩스턴 슐츠의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정후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 2루 도루에 성공, 대니얼 수색의 좌전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득점했다. 8회말 샌프란시스코는 5점을 뽑아내 6대 9, 스코어를 7대 10으로 좁혔다.

9회말은 이 경기의 클라이맥스였다. 무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를 상대로 워싱턴 벤치는 좌완 미첼 파커를 마운드에 올리는 승부수를 뒀다. 좌투 대 좌타의 유리한 매치업을 노린 전략적 교체였다. 이정후는 1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 5구째 바깥쪽 직구를 밀어 쳐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 안타로 무사 만루. 후속타자 브라이스 엘드리지는 파커의 2구째 슬라이더를 그대로 받아쳐 우월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만루홈런을 폭발시켰다. 최종 스코어 11대 10.

채프먼은 이날 홈런 2개를 포함해 4안타 3타점으로 대반격의 중심에 섰고, 데버스는 솔로 홈런 1개를 보탰다. 불펜 레이베르 산마르틴은 2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이날 승리로 샌프란시스코의 시즌 성적은 28승 41패가 됐다.

이정후는 이날 시즌 타율을 0.335에서 0.338로 끌어올리며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 2위 자리를 지켰다. 1위 오토 로페스(0.342)와의 차이는 단 4리(0.004)다.

이정후의 18경기 연속 안타 기록에서 단순한 행운이나 일시적인 컨디션 상승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이 기간 이정후는 단순히 안타를 쳐낸 것이 아니라, 6회말 타석처럼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을 배트 컨트롤로 안타로 만들어내고, 9회말처럼 상대가 전략적으로 좌완 투수를 내세운 불리한 매치업에서도 좌전 안타를 뽑아냈다. 타격 결과만큼 타격 내용의 밀도가 높다는 점이 이 기록을 더 눈여겨보게 만든다.

타율 2위(0.338)라는 수치도 단순 순위 이상의 맥락을 가진다. 시즌 234타수 79안타라는 누적 수치는 표본이 충분히 쌓인 상태에서 나온 값이다. 5월 중순 이후 집중적으로 치솟은 타율이 전체 시즌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정후가 현재 리그 최고 수준의 타격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팀 측면에서 이번 역전승의 구조도 흥미롭다. 8점 차 뒤집기는 선수 개인의 능력보다 연쇄적인 집중 타격과 상대 불펜 붕괴가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결과다. 채프먼의 4안타, 데버스의 홈런, 이정후의 두 차례 출루, 엘드리지의 끝내기 만루홈런. 이 흐름에서 이정후의 기여는 스코어카드의 숫자보다 크다. 무사 만루를 만든 이정후의 9회말 안타가 없었다면 엘드리지의 역전 만루포도 없었다. 득점 기여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이정후에게 닿아 있다.

다만 28승 41패라는 팀 성적은 이정후 개인 기록의 화려함과 대비되는 현실이다. 이정후가 멀티히트를 기록한 앞선 두 경기에서 팀이 연패했다는 사실은, 개인 기록이 팀 경쟁력과 별개로 진행될 수 있다는 메이저리그의 냉정한 구조를 보여준다. 샌프란시스코가 하위권에 머무는 상황에서 이정후의 기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포스트시즌 가능성과 연계해 시즌 후반부를 바라봐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18경기 연속 안타. 이 기록은 한국 야구 역사에서 전례 없는 수치지만, 이정후 본인에게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샌프란시스코가 28승 41패의 부진한 팀 성적에도 불구하고 이정후의 방망이는 매일 밤 멈추지 않고 있다. 기록은 계속 이어질 것인가, 그리고 이정후의 활약이 팀의 후반기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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