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꺼진거품’ ...‘번 자’와 ‘잃은 자’를 알아봤습니다[Vault@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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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급 커졌던 수제맥주 시장의 거품이 최근 들어 급격히 꺼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판데믹 이후 수제맥주 시장이 커졌다는 이야기가 나온 게 불과 엊그제 같은데요. 최근 이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꽤 명확하게 말이죠.

최근까지 이 시장을 키운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수제맥주 매출 증가율(전년 대비)을 보면요.

편의점 3사의 수제맥주 매출 증가율. 올해 들어 성장이 많이 둔화된 듯 보입니다.

고공 행진을 하던 2021년 대비 2022년 한 번 크게 꺾였고, 2023년 들어선 엄청났던 성장세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때 ‘돌풍’이 불었던 수제맥주 시장은 왜 ‘김빠진 맥주’ 마냥 거품이 꺼져버린 걸까요. 이 시장이 커진 계기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수제 캔맥주’가 속출한 이유

2018년 주세법 개정으로 마트와 편의점에서 수제맥주를 팔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이 규제 완화에도 지금처럼 편의점 매대에 ‘수제 캔맥주’가 많진 않았는데요. 이유는 바로 ‘OEM(주문자위탁생산) 규제’ 때문이었습니다.

기존엔 수제맥주 업체들이 제품을 대량 생산하려면 자체 양조장이 있어야 했습니다. 국내 대기업에 맥주 생산시설이 있음에도 규제로 인해 위탁생산은 못 맡겼죠. 해외 OEM 업체를 통해 우회로 들어와야 했는데, 비용효율 관점에서 시장이 크기 어려운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5월 19일, 한국 수제맥주 시장에 ‘주류 규제개선방안’이란 이름의 역사적인 제도 개편이 발표됩니다.

2020년 5월, 수제맥주 시장이 커지게 된 역사적 제도 개편이 있었습니다. 사진은 2020년 5월 19일 임재현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가운데·전 관세청장)이 ‘주류 규제개선방안’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기획재정부)

수제맥주 사업자들이 국내 대기업 맥주 제조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당시 우리나라 맥주가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는 가운데 수입 맥주만 인기를 끄는 데 따른 정부 결정이었죠.

그리고 이 규제 완화와 함께 수제맥주 시장의 ‘빗장’이 풀립니다. 편의점 맥주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곰표밀맥주’를 시작으로 ‘수제 캔맥주’가 범람하기 시작한 겁니다.

코로나와 함께 뜨고 꺼져버린 수제맥주 시장

국내 수제맥주 업계 이익단체인 ‘한국수제맥주협회’가 제공하는 수제맥주 업계 매출 자료를 보면요.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업체 매출은 2021년 1520억원까지 컸다고 합니다. 다만 2022년 데이터가 나오지 않은 게 궁금했습니다.

조금씩 크던 시장이 2020년 이후 부쩍 성장한 게 확인됩니다. 2019년 800억원, 2020년 1180억원에 이어 2021년엔 1520억원까지 커졌죠. 이 2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37.8%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수제맥주를 만드는 업체도 많아졌습니다. 2014년 54곳에서 2021년 163곳까지 늘었다고 합니다. 규제가 풀리면서 수제맥주 시장도 커지고 사업자들도 많아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2022년 6월 한국수제맥주협회가 업계 매출 자료를 내면서 2023년엔 이 시장이 37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공교롭게도 협회는 올해 이맘때쯤 나왔어야 할 2022년 매출 자료를 내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 협회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추산을 해 봤는데, 기업마다 편차가 너무 커서 보정이 어려워 올해는 발표하지 않았다”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수제맥주협회는 이 조사를 할 때 회원사를 중심으로 매출을 먼저 취합해 계산하고, 비회원사의 경우 업체 규모에 따라 매출을 추정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업체별 매출 추정이 어려울 정도로 편차가 커지면서 자료를 발표하지 못하게 됐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었습니다.

2022년 매출이 얼마인지에 대해선 “2021년과 비슷하고, 줄진 않았을 것”이란 답이 나왔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난해 초반엔 편의점과 수출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졌고 생맥주 시장도 살아나면서 좋았는데, 후반기에는 업체들이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말이 맞다면, 아마 전자공시에 이름을 올리는 수제맥주 업체들의 지난해 실적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겁니다.

수제맥주 회사들, 많이 팔고도 ‘번 시기’ 별로 없었다

수제맥주 업계가 아직 작아 그런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이름을 올리는 수제맥주 업체는 그렇게 많진 않습니다. 2021년 ‘테슬라 상장’으로 유명해진 제주맥주, 최근 곰표밀맥주로 논란이 된 세븐브로이, 진주햄이 인수하며 규모를 키운 카브루, 그리고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하는 데일리비어 정도가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로서 특수성이 있는 데일리비어를 뺀 나머지 3사의 실적 변화를 체크해봤는데, 확실히 수제맥주협회의 설명대로 업체마다 편차가 확인됩니다.

  수제맥주 3사 실적 추이. 매출과 이익 변화가 업체마다 달랐습니다. (단위=억원, 자료=각 사 공시)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맥주는 전년 대비 매출이 각각 16.7%, 18.9%로 비슷하게 감소했습니다. 이 두 회사는 OEM을 통한 편의점 납품 비중이 높았다는 특징이 있고요. 상대적으로 편의점 비중이 낮을 것으로 보이는 카브루는 매출이 같은 기간 16.9% 늘었습니다.

다만 수익성은 비교적 일관되게 나빠졌습니다. 제주맥주는 1년새 영업손실액이 72억원에서 116억원으로 44억원이나 늘었습니다. 흑자를 내던 세븐브로이맥주도 영업이익 규모가 96억원에서 45억원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고요. 카브루도 매출이 늘어나는 동안 영업손실이 유지되며 영업손실률이 더 높아진 게 확인됩니다.

어쨌든 수제맥주 시장은 커졌는데, 이쪽 사업자들의 수익성은 왜 이렇게 나빠진 걸까요? 분기 단위 보고서를 내는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맥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더 전개해보려 합니다.

제주맥주, 손실 본 건 회사만이 아니다

먼저 적자가 쌓이고 있는 제주맥주의 연결기준 1분기 실적입니다.

제주맥주는 업계 1위 상장사지만 이익을 낸 기록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단위=억원, 자료=제주맥주 공시)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5.4%나 떨어졌습니다. 그 와중에 영업손실은 6억원 늘었으니 영업손실률은 더 커졌죠.

비용을 원가와 판매관리비로 나눠 보면요.

제주맥주는 예년 대비 매출원가율은 거의 비슷했지만 판관비율이 급증했습니다. (단위=억원, 자료=제주맥주 공시)

매출원가율은 60%대로 얼추 유지됐는데 판매관리비가 21.3%포인트나 늘었습니다. 제주맥주의 적자 규모를 키운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회사의 주요 비용 구성을 보면, 매출이 줄어든 와중에 급여 지출이 더 커졌습니다. 여기에 원재료·상품 매입, 판촉비, 광고비, 지급수수료 등 변동비 항목도 줄이지 못한 게 확인됩니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가동률이 46.2%에 불과한 제주 양조장 자산을 131억원 규모로 손상 처리했습니다. 이에 재무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된 가운데 손실도 계속 쌓이는 모습입니다.

사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제주맥주 임직원뿐만이 아닙니다. 이 회사에 투자한 7만여 소액주주들도 꽤 ‘물려’ 있을 것으로 보이죠.

제주맥주 2021~2023년 주가 추이. 2021년 상장 직후가 정점이었습니다. (출처=구글금융)

주당 3200원에 상장한 제주맥주 주가는 이후 급락해 2023년 6월 30일 종가 기준 1495원까지 내려갔습니다. 공모가로 이 회사 주식을 산 뒤 아직도 안 판 투자자는 53%의 손실을 봤을 겁니다.

반면 일찌감치 이 회사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상환우선주를 사들인 초기 투자자들은 꽤 큰 이익을 봤을 듯합니다. 주식 전환 시 행사가격이 1000~1750원에 몰려있었고, 주식 전환 물량의 보호예수 기간도 상장 후 1~6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입니다.

제주맥주가 무리하며 곰표밀맥주·달래해장 따낸 이유

제주맥주는 고정비를 메우기 위해 매출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할 상황입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이 회사가 보인 두 가지 행보는 일종의 ‘승부수’처럼 읽힙니다.

첫째로, 제주맥주는 출시 후 6000만 캔이나 팔린 수제 캔맥주의 ‘메가 셀러’ 곰표밀맥주 상표권을 지난 5월 따냈습니다.

이 제품은 당초 세븐브로이가 만들던 제품인데 지난 4월 계약이 종료됐습니다. 세븐브로이도 계약을 이어나가기 위해 엄청 노력했을 텐데, 아마 제주맥주가 로열티를 꽤 세게 부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로 인해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 간 소송전이 벌어진 상태죠.

제주맥주는 '곰표' 상표권을 파는 대한제분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음은 물론 달래해장을 인수하며 요식업에도 진출합니다.

여기에 지난 26일엔 해장국 브랜드 ‘달래해장’을 운영하는 ‘달래에프앤비’ 지분 64.29%를 90억원에 인수하는 작업도 착수했습니다.

가뜩이나 수명이 짧은 요식업 프랜차이즈 회사를, 그것도 해장국과 사업적으로 시너지가 잘 안 떠오르는 수제맥주 회사가 인수하는 겁니다. 제주맥주는 M&A 자금 조달을 위해 달래해장 경영자들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해 내주기로 했죠.

제주맥주가 달래해장 매도자 측에 현금과 전환사채를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회사가 가진 현금성 자산이 지난 1분기 기준 64억원에 불과하며 차입금은 161억원에 달할 만큼 유동성이 부족한 만큼, 사실상 가진 돈을 거의 쥐어 짜내서 투자를 벌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세븐브로이맥주, 진흙탕 이별 속 ‘발등에 불’

앞서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의 '밀월 관계'가 틀어졌다고 말했는데요. 지난해까지 재무적으로 멀쩡해 보이던 세븐브로이맥주는 올해 들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몇 안 되는 이 업계 흑자 기업인 세븐브로이맥주도 올해 들어 매출이 급감하고 수익성이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단위=억원, 자료=세븐브로이맥주 공시)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졌는데요. 사실 더 커 보이는 건 바로 83.3%에 달하는 영업이익률 감소 폭입니다.

매출원가율이 55.4%에서 60.4%로 늘어난 건 큰 문제는 아닙니다. 반면 판매관리비율이 15.8%에서 32.1%로 16.2%포인트나 늘어난 건 심각하게 보이네요.

세부 비용 구성을 보면, 통상 고정비 성격을 지니는 인건비는 물론 운반비와 지급수수료, 감가상각비, 광고·판촉비 등이 모두 급감했습니다. 그럼에도 매출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이 늘어났다는 건 회사로서 지갑을 닫았음에도 비용 구조가 나빠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세븐브로이맥주는 고정비든 변동비든 급감하는 걸로 봐선 긴축 기조로 접어든 모습입니다. (단위=억원, 자료=세븐브로이맥주 공시)

세븐브로이는 곰표밀맥주와 ‘아름답지 못한 이별’을 한 뒤 ‘대표 밀맥주’라는 이름의 캔맥주를 밀며 실적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 보입니다. 다만 지난해 매출의 90%가 곰표밀맥주에서 발생했던 만큼 올해 2분기 이후부턴 암울한 실적을 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더구나 세븐브로이는 곰표밀맥주 열풍에 힘입어 생산량 확대에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그로 인해 2021년 말 258킬로리터(㎘)였던 월간 맥주 생산능력이 지난 1분기 858㎘까지 늘어났죠. 반면 브루어리 가동률은 같은 기간 79.4%에서 41.6%로 급감했습니다.

대규모 투자를 벌인 가운데 주력 매출원을 잃은 세븐브로이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당초 목표였던 상장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더구나 투자자들 사이 ‘실패 케이스’로 여겨지는 제주맥주가 있는 만큼 상장 과정이 순조롭진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수제맥주 업계가 규모를 키우려다 ‘역풍’을 맞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번엔 다른 플레이어들의 실적도 체크해 보겠습니다.

수제맥주 시장 성장 최대 수혜자 'OEM 업체'

수제 캔맥주 시장 확대의 최대 수혜자는 수제맥주 업체들이 아니라 OEM 업체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그런지 롯데칠성음료의 수제맥주 OEM 매출을 살펴봤는데요.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OEM 매출도 꽤 많이 줄었습니다. 다만 아쉬울 건 별로 없어 보입니다.(단위=억원, 자료=롯데칠성음료 공시)

2021년 300억원, 2022년 221억원으로 매출이 꽤 줄었고, 2023년엔 1분기 들어선 30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여름철 성수기가 온다곤 하나, 지난해보단 성과가 좋지 못할 것으로 보이죠.

성과가 줄었으니 아플 법한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전까지 놀리다시피 한 맥주 공장이 수제맥주 시장 확대에 힘입어 잘 돌아가게 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0년 40% 아래였던 주류공장 가동률은 2022년 이후로 50%대로 올라온 상태입니다.

수제맥주 OEM 시장 성장으로 유휴자본을 돌리게 된 롯데칠성음료입니다. (단위=억원·%, 자료=롯데칠성음료 공시)

롯데칠성으로선 별다른 투자 없이 유휴자산을 써서 실적을 더 낸 것이었으니 수제맥주 OEM 실적은 일종의 ‘덤’입니다. 최근 매출 하락도 그다지 아쉬울 건 없는 셈입니다.

2021년 크래프트 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KBC)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OEM에 뛰어든 오비맥주도 실적이 좋아졌습니다. 사업보고서 미제출 기업이라 OEM 실적만 따로 보긴 어려우나, 전체 매출로 보면 2022년(1조6501억원)이 2021년(1조3445억원)보다 22.7%나 늘었습니다.

주류산업은 경쟁도 심하고 가격탄력성도 강한 축에 속합니다. 더구나 국내 수제맥주 업체는 하고 많은 반면 OEM 업체는 대기업 몇몇으로 지극히 제한돼 있죠.

이건 다시 말해 대량생산 중심의 수제 캔맥주 시장의 ‘갑’이 OEM 업체가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수제맥주 시장 성장 속 주된 사업자인 수제맥주 업체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워진 와중에 OEM 업체들이 좋아진 건 그런 면에서 의미심장합니다.

수제맥주 시장 또다른 승자 '상표권 회사'

수제맥주 업체와 OEM 제조사 말고도 이 시장에서 볼 만한 플레이어가 또 있습니다. 바로 상표권 라이선스 판매 업체로, 대표적인 곳이 바로 앞서 꾸준히 언급한 대한제분이죠.

대한제분은 아쉽게도 사업보고서상 곰표 상표권을 팔아 얼마를 버는지 적지 않습니다. 다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이 보이는데요. 바로 ‘영업부문의 손익’ 가운데 기타부문 영업이익입니다.

대한제분의 기타부문 매출과 손익이 좋아졌는데, 상표권 라이선스 판매의 덕을 봤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단위=억원, 자료=대한제분 공시)

2020년 이후 기타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난 게 확인됩니다. 2023년 들어선 아직 한 분기밖에 안 됐지만 지난해에 버금가는 실적을 낸 상태죠.

기타부문엔 ‘기타제품’ ‘상품 제조판매업’ ‘양돈업’이 속하는데, 다른 계정에 상표권이 들어갈 만한 게 없는 만큼 이 부문에 곰표 상표권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맞았다면 잘 만든 IP 하나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종 기업에서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곳도 많이 보입니다. 구두약으로 유명한 말표산업의 ‘말표’, 속옷 회사 BYC의 과거 사명 ‘백양’, LG그룹의 과거 그룹명 ‘금성’ 등이 맥주로 재탄생했습니다. 최근엔 불닭볶음면을 만드는 삼표가 ‘불닭’ 상표를 맥주와 알코올성 음료 분류로 새롭게 출원하기도 했죠.

기업 상표권 라이선스로 만들어진 수제맥주. 왼쪽부터 곰표맥주·말표맥주·백양맥주·노르디스크맥주·금성맥주.(출처=CU·GS25)

이쯤 되면 수제맥주 시장 확대로 돈을 못 버는 자들은 수제맥주 사업자와 소액주주 둘뿐이란 생각도 듭니다.

자본 앞에서 변해가는 수제맥주 고유의 가치

거품처럼 꺼지는 수제맥주 시장 속 ‘승자’와 ‘패자’가 누구인지를 살펴봤습니다.

<세 줄 결론>1. 수제맥주 시장의 꺼지는 거품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2. 수제맥주 OEM 업체와 상표권 업체, 유통사들이 돈 버는 동안 정작 수제맥주 회사들은 돈을 못 번 듯 보입니다.3. 이 시장을 유망하다 보고 돈을 넣은 소액투자자들도 손실을 봤을 개연성이 있습니다.

<블로터>는 얼마 전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의 ‘곰표밀맥주’ 갈등을 기사화했습니다. 양사 간 갈등은 표면적으론 레시피를 두고 벌어지고 있죠. 다만 그 이면엔 규제 완화로 수제맥주 시장이 급작스럽게 커지면서 ‘뒤틀려버린’ 시장 구조가 근본 문제임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기사) '곰표밀맥주' 갈등… "무분별한 편의점 맥주의 부작용"

이번 글을 쓰면서 참고 목적으로 여러 기사를 찾아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하나같이 ‘수제맥주는 맛없다’는 식의 댓글이 보였습니다. 사실 엄청난 레거시를 바탕으로 소규모 양조장에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드는 수제맥주는 맛이 없을 리 없습니다. 반면 그 본질을 벗어나 하나둘씩 타협을 한 수제맥주는 기성 맥주와 차별화된 맛을 낼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오늘날 수제맥주란 딱지를 붙이고 대량생산되는 캔맥주들과 그를 둘러싼 자본의 욕망, 갈등을 보면 정말 김빠진 맥주처럼 씁쓸한 맛이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또한 소비자이자 맥주 애호가로서 수제맥주의 고유의 가치가 지켜지길 바랍니다.

대량 생산되는 수제맥주는 맛을 잃었지만, 그 고유의 가치는 변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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