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내 차를 훔치는 도둑, 악질적 보험 사기 '허위 차량 도난 신고' 주의보

지난해 자동차 보험 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5만 8000여 명에 달한다. 생명보험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 보험 사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자동차는 보험 사기범들의 주요 수단이 됐다. 자동차 보험 사기의 유형은 사고 내용을 조작하거나 고의 사고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어쩌다 다친 일반 상해를 자동차 사고로 둔갑시켜 보상금을 받아낸 사람이 작년 486명에 달했다. 보험 관계자는 "온갖 방법으로 자동차 보험 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자동차 보험 사기액은 2019년 3592억 원에서 2021년 4198억 원으로 급증했다. 다른 종목, 유형의 보험 사기가 줄고 있는 것과 대비가 된다.

작년 자동차 보험 사기액 가운데 순수(?)하게 사고 내용을 조작하거나 고의 사고로 발생한 피해액은 2019년 1222억 원에서 1556억 원으로 늘었다. 자동차 보험 사기의 여러 수법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허위 차량 도난'이다. 허위 차량 도난은 자신의 차를 도난당했다고 신고 한 후 차량 가액 전액을 보상받는 악질적 사기다.

허위 도난 사고는 2019년 69건에서 2020년 71건, 지난해 81건으로 계속해 늘고 있다. 보험업계는 허위 도난 사고가 올해 다시 급증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보험 관계자는 "작년부터 주식과 코인 투자로 수익을 올린 젊은 층들이 고가의 수입차를 경쟁적으로 구매했다"라며 "하지만 최근 거품이 빠지면서 카푸어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따른 허위 차량 도난 사기가 증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허위 도난 사고 수법은 여전히 단순하지만 최근 치밀해지고 있어 적발이 쉽지 않다고 한다. 예전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한적한 곳에 방치하거나 은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에는 차량을 아예 해체해 흔적을 지워버린다. 폐차 직전의 차량을 헐값으로 구매 번호판으로 바꿔 달아 달아 계속 운행을 하면서 도난 신고를 하고 보상금을 받아낸 일도 있었다.

대부분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사기를 벌이지만 개인의 일탈로 허위 도난 신고를 하는 일도 있다. 할부금을 낼 여력이 없거나 더 이상 차량을 유지할 경제적 위기에 있는 카푸어가 차량을 숨기고 허위 도난 신고를 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고의 사고 사기는 데이터와 형태 분석으로 적발이 가능하지만 허위 도난 사고는 꽤 긴 시간 추적이 필요하고 적발도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량 경로 추적과 연체 등 금융 거래 내역을 통해 대부분의 허위 도난 사기를 찾아 낼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