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경동시장·신당동…취향 깐깐한 20·30 사로잡은 ‘비결은’
온라인 일상화가 만든 새로운 풍경, 특별한 경험에 지갑 여는 청년 소비자들
최근 20·30 소비자들 사이에서 ‘체험소비’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다소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고 직접 경험해보고 체험하면서 만족감을 높이는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시간과 비용의 효율을 최대한 높이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덕분에 소비와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들도 각광을 받고 있다.
농산물 도소매 시장인 경동시장에 20·30 소비자들 몰리는 뜻밖의 이유
최근 청과물 도매시장으로 유명한 경동시장에 이례적으로 청년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그들이 찾는 장소는 바로 ‘스타벅스 경동1960점(이하 경동1960점)’이다. 이곳은 타 지역 스타벅스 매장과 다른 메뉴와 독특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실제로 르데스크가 직접 찾은 경동1960점은 극장과 흡사한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과거 극장이던 곳을 카페로 탈바꿈시킨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주문대, 음료 제조대 등을 제외하면 과거 극장이던 점을 살려 계단식 좌석과 영사실 모두 그대로 보존하고 주문자를 호명할 때 영사기를 활용해서 주문자를 호명하는 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단순히 인테리어만 바꾼 것은 아니었다. 스페셜 스토어인 만큼 다른 매장에선 판매되지 않는 특별한 메뉴와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매장 내 일부 공간에는 지역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관람할 수 있는 무대도 마련돼 있었다.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고객들은 다소 시간이 들긴 하지만 다른 매장과 비슷한 비용에 특별한 체험까지 함께 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신민영 씨(23·여)는 “학교 앞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지만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레트로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서 방문했다”며 “이곳만의 분위기와 특별한 메뉴, 그리고 굿즈까지 체험하고 나니 왠지 다른 사람들 보다 이득을 봤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해당 매장에서 만난 또 다른 대학생 이영하 씨(20·남)는 “원래 집은 지방인데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에서 살게 됐다”며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하나 둘 경험하고 있는데 뭔가 배워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다소 시간이 들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평범함 대신 특별한 경험을 찾는 것도 효율적인 소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테리어부터 메뉴까지…평범함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신당동의 핫플레이스
서울 중구에 자리한 신당동은 ‘신을 모시는 동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과거 조선시대 궁에서 시체가 나갈 때 지금의 신당동 인근에 위치한 광희문(옛 시구문)을 사용했는데 당시 시체들의 넋을 기르기 위해 무당들이 인근에 모여 살면서 ‘신당동’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최근 신당동에는 지명이 가진 의미를 살린 특색 있는 체험공간들이 여럿 존재한다.
신당동에 위치한 ‘주신당’은 장소적 특성과 십이지신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기반으로 재해석한 공간 인테리어로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으스스한 간판, 가게 앞을 지키고 있는 석상까지 외관만 보면 실제 점집으로 오해할 만한 하지만 이곳은 점집이 아닌 칵테일바로 신당동을 ‘힙당동’으로 불리게 만든 대표적인 매장 중 한 곳이다.
해당 매장은 인테리어도 특이하지만 손님들이 가장 열광하는 것은 이곳 만의 시그니쳐 메뉴다. 십이지신 이름을 딴 12가지 칵테일로 손님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띠에 맞는 이름을 가진 메뉴를 주문한다. 고객 입장에선 이색적인 분위기를 경험하면서 동시에 자신과 궁합이 맞는 이색 메뉴까지 체험하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해당 매장을 찾은 이혜인 씨(23·여)와 주민기 씨(25·남)는 “평일에 데이트를 할 때는 주로 학교 주변에서 데이트를 하지만 시간이 날 때는 새로운 경험할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편이다”며 “흔히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나이에 맞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데이트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위주로 찾아 가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경험에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는 데 대해 ‘온라인의 일상화가 불러온 역설’이라고 평가했다. 온라인이 일상화되면서 직접 체험할 기회가 줄어들다 보니 경험 부족의 갈증을 해소하려는 심리가 소비 습관에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활동을 주로 하고 있는 요즘 청년들에게 채워지지 않는 건 경험이다”며 “온라인으로 충족되지 않는 경험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특별한 체험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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