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몰래 아들 대출 2천만원 갚아줬는데.." 1년 뒤 며느리가 찾아와 무릎 꿇은 이유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는 말하지 못한 오해가 쌓이기 쉽습니다. 서로를 배려한다고 한 행동이 오히려 서운함이 되기도 하고, 아들을 사이에 두고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기도 합니다.올해 예순일곱 살인 최경자 씨는 1년 전 며느리 몰래 아들의 대출금 2천만 원을 대신 갚아 주었습니다. 그 뒤로 며느리는 이상하게 연락을 끊었습니다. 경자 씨는 영문도 모른 채 서운한 1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며느리가 갑자기 찾아와 현관에서 그대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들의 고백

1년 전 늦은 밤, 아들 준호가 혼자 경자 씨의 집을 찾아왔습니다. 아들의 얼굴은 핼쑥했고 눈 밑은 퀭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던 아들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습니다. "엄마, 저 대출이 2천만 원 있어요. 친구랑 주식을 하다가 다 날렸어요. 은희는 아무것도 몰라요."경자 씨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손녀가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며느리 은희는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며 살림을 보태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며느리가 알면 집안이 뒤집힐 것이 뻔했습니다."엄마, 은희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아 주세요. 이번 한 번만 도와주시면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 아들은 어린아이처럼 엄마 앞에서 울었습니다. 경자 씨는 아들의 등을 쓸어 주며 한숨을 삼켰습니다.경자 씨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아들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착하고 순한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들이 주식으로 큰돈을 날렸다는 말에 경자 씨는 화가 나기보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얼마나 혼자 속을 끓였으면 저렇게 야위었을까 싶었습니다.

몰래 갚은 2천만 원

경자 씨는 남편이 남긴 유족 연금과 작은 예금으로 혼자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2천만 원은 경자 씨에게 마지막 비상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손녀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아들 부부가 돈 문제로 갈라서는 것만은 볼 수 없었습니다.다음 날 경자 씨는 은행에 가서 예금을 해지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대출금을 직접 갚아 주었습니다. "준호야,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은희한테는 네가 언젠가 꼭 사실대로 말해라. 부부 사이에 비밀이 있으면 안 된다."아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경자 씨는 이 일을 며느리에게 비밀로 하기로 했습니다. 며느리가 남편에게 실망할까 봐, 그리고 시어머니에게 빚진 마음이 들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은행 창구에서 직원이 정말 해지하시겠느냐고 두 번이나 물었습니다. 그 예금은 경자 씨가 혹시 몸이 아플 때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으려고 모아 둔 돈이었습니다. 경자 씨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은행을 나서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웠지만, 손녀가 웃는 얼굴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갑자기 차가워진 며느리

그런데 그 일이 있고 한 달쯤 지나면서 며느리의 태도가 이상하게 변했습니다. 매주 걸려 오던 안부 전화가 뚝 끊겼습니다. 경자 씨가 전화를 걸어도 며느리는 짧게 대답하고 서둘러 끊었습니다.명절에 아들 집에 갔을 때도 며느리는 경자 씨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손녀를 안아 보려 하자 며느리는 아이가 피곤하다며 방으로 데려가 버렸습니다. 경자 씨는 영문을 몰라 아들에게 물었지만 아들은 "은희가 요즘 일이 힘들어서 그래요"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경자 씨는 혹시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나 몇 날 며칠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짚이는 데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서운하고 외로운 1년이 흘러갔습니다.경자 씨는 혼자 사는 집에서 손녀가 그려 준 그림을 냉장고에 붙여 놓고 매일 바라보았습니다. 손녀 생일에 선물을 보내도 며느리에게서는 고맙다는 짧은 문자 한 줄만 돌아왔습니다. 친구들이 며느리 자랑을 할 때면 경자 씨는 조용히 화제를 돌렸습니다.

며느리가 들은 거짓말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이 아들은 아내에게 또 다른 거짓말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대출이 사라진 것을 이상하게 여긴 며느리가 통장 내역을 보고 물었을 때, 아들은 엉뚱한 말을 지어냈습니다."엄마가 생활비가 모자라다고 해서 내가 몇 년 동안 몰래 돈을 보내 드렸어. 그게 쌓여서 대출이 됐던 거야. 이번에 겨우 정리했어." 주식으로 날린 돈을 숨기려고 어머니를 핑계로 댄 것이었습니다.며느리는 그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마트에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하며 아끼고 아낀 살림이었는데, 그 돈이 시어머니에게 몰래 흘러갔다고 생각하니 배신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던 것입니다.며느리는 그 1년 동안 남편에게 시어머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꺼내면 싸움이 될 것 같아서였습니다. 대신 시댁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 서운함을 표현했습니다. 친구들에게는 시어머니가 아들 돈을 몰래 받아 간다며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큰 오해였는지 며느리는 그때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현관 앞의 무릎

지난달 며느리는 우연히 남편의 휴대전화에서 1년 전 은행 문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대출금 상환자 이름에 시어머니 최경자 씨의 이름이 찍혀 있었습니다. 며느리는 남편을 붙잡고 따졌고, 결국 남편은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그다음 날 아침, 경자 씨의 집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문을 열자 며느리가 퉁퉁 부은 눈으로 서 있었습니다. 며느리는 현관 바닥에 그대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어머님,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어머님을 오해했어요."경자 씨는 놀라서 며느리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며느리는 한참 동안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어머님이 저희 대출을 갚아 주셨는데, 저는 어머님이 저희 돈을 가져가신 줄 알고 1년 동안 모질게 굴었어요. 어머님 노후 자금까지 털어서 갚아 주신 줄도 모르고요."며느리의 손에는 친정엄마가 싸 준 반찬통과 손녀가 쓴 편지 한 장이 들려 있었습니다. 편지에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할머니 보고 싶어요. 또 놀러 갈게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경자 씨는 그 편지를 받아 들고 1년 동안 참아 왔던 눈물을 한꺼번에 쏟아 냈습니다.

다시 이어진 고부

경자 씨는 며느리를 일으켜 거실 소파에 앉히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주었습니다. 그리고 며느리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은희야, 괜찮다. 네가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 내가 처음부터 너한테도 말했어야 했는데, 내가 미안하다."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손을 잡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매달 조금씩이라도 그 돈을 꼭 갚겠다고 했습니다. 경자 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 돈은 손녀 학비로 생각하마. 대신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셋이 같이 이야기하자. 비밀이 쌓이면 이렇게 서로 상처받는다."그날 저녁 아들 준호도 어머니 집에 찾아와 아내와 어머니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경자 씨는 아들에게 다시는 거짓말로 가족 사이를 갈라놓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습니다. 그 주말, 경자 씨는 1년 만에 처음으로 손녀를 품에 안고 놀이공원에 갔습니다.요즘 며느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손녀와 함께 경자 씨의 집을 찾습니다. 함께 장을 보고 저녁을 지어 먹습니다. 며느리는 가끔 장난스럽게 말합니다. "어머님, 이제 저한테 비밀 같은 거 없으시죠?" 경자 씨는 웃으며 며느리의 손등을 토닥입니다. 1년의 오해는 결국 더 단단한 고부 사이로 돌아왔습니다.

가족을 지키려고 숨긴 비밀이 오히려 가족 사이를 갈라놓을 때가 있습니다. 경자 씨는 며느리를 배려해 침묵했지만, 아들의 거짓말이 그 침묵을 오해로 바꾸어 놓았습니다.자식 부부를 도울 때는 부부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돕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차가워진 가족이 있다면, 서운해하기 전에 한 번쯤 그 이유를 직접 물어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경자 씨의 1년은 서운함으로 가득했지만, 결국 그 시간은 며느리와 진짜 가족이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오해가 풀린 자리에는 예전보다 더 깊은 믿음이 자라났습니다. 침묵보다 솔직한 대화가 가족을 지킨다는 것을, 경자 씨는 예순일곱이 되어서야 다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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